두 발로, 기차로, 날개로… 스위스 절경이 발 아래
드라마 속 여행지
취리히 구시가지. |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돌풍을 일으킨 '사랑의 불시착'이 종영했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다가 북한에 뚝 떨어진 남한 윤세리(손예진)는 리정혁(현빈)에게 '강림'한 여신이었다. 사실은 불시착이 아니라 수년 전 시작된 운명이었다. 윤세리와 리정혁은 스위스에서 처음 만나 "딱 내 스타일"이라고 느꼈다. 드라마는 끝났지만 봄이 오는 시기라 그런지 여운이 진하다.
걸을수록 예쁜 도시 취리히
드라마는 한반도에서 스위스로 배경을 이동하면서 하늘에서 촬영한 취리히를 보여준다. 도시를 상징하는 첨탑 프라우뮌스터에 걸린 시계가 웅장한 모습을 뽐낸다. 프라우뮌스터는 853년 동프랑크 왕국의 루드비히 2세의 딸이 세운 수녀원으로 종교개혁 이후 교회가 됐다. 13세기께 고딕 양식으로 재건된 이후 교회 내부는 커다란 파이프오르간이 있다. '색채의 마술가'라 불리는 마르크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름답게 빛난다. 첨탑은 시간에 맞춰 종을 울리며 고풍스러운 풍미를 더해준다.
리마트강 건너편에는 그로스뮌스터가 있다. 독특한 쌍둥이 첨탑 건축물로 12세기 로마인들이 조각을 남겼다. 내부에는 아우구스트 자코메티가 제작한 스테인드글라스가 유명하다. 강 위로 이 두 탑을 이어주는 다리는 뮌스터브뤼케다. 윤세리가 리정혁을 찾아 취리히를 헤매는 장면에서 등장한다. 스위스 중요 문화재로 지정됐다. 윤세리는 다리를 건너 린덴호프로 간다. 린덴호프는 술집이 아니라 취리히 구시가지 중간 언덕 위에 자리한 광장을 일컫는다.
더 해볼 것 : 무료 자전거 투어
취리히에서는 '쥐리 롤트'라는 무료 자전거 대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자전거를 한 대 빌려 두 바퀴로 취리히 구시가지 곳곳을 둘러보기 좋다. 도시형 자전거나 이바이크, 어린이 자전거 등 다양한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할 수 있는데, 여권과 20프랑의 보증금을 대여소에 맡기면 된다. 대여소는 스위스 국립 박물관과 포스트브뤼케 다리 남단에 있다.
브리엔츠 호수와 동화 같은 마을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윤세리는 브리엔츠 호수를 찾았다. 풍경이라도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생을 정리하고 싶다는 극단적이 마음이었다. 유람선을 타고 호수를 항해하는데, 푸르른 산천은 천연한 호수에 반사돼 빛나고 있었다. 동화 같은 마을, 이젤트발트 풍경에 말을 잃은 윤세리는 구슬픈 음색에 귀를 의심한다. 불의의 사고로 형을 잃은 리정혁이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가 마음에 파동을 일으킨 것이다.
드라마 마지막에 윤세리와 리정혁이 행복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장소는 룽게른 마을이다. 이 근방 호수는 마셔도 되는 수질을 자랑한다. 23도까지 수온이 올라가서 여름에는 수영하기에도 적합하다. 이 산정 호수는 댐으로 형성되었는데, 페달보트, 낚시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바람 덕분에 요트와 윈드서핑도 즐길 수 있다.
더 해볼 것 : 기차 타고 호수 감상
루체른~인터라켄 익스프레스는 스위스에서 가장 인기 높은 두 목적지, 루체른과 인터라켄을 잇는 파노라마 기차다. 2시간가량 낭만이 내려앉은 호수와 초원, 호반 마을들의 정겨운 풍경을 보여준다. 여정 중에는 수많은 강과 폭포에서 흘러내려 형성된 5개의 산상 호수를 지난다. 호반을 따라가며 병풍처럼 둘러싼 산 절벽에는 새하얀 눈꽃이 내려앉아 그림 같은 사진을 만들어낸다. 기차 내에는 식당칸이 마련돼 있어 맛깔난 치즈에 와인을 곁들이며 입도 호강할 수 있다.
알프스 속으로 뚜벅뚜벅
융프라우 패러글라이딩. 사진 제공 = 스위스 정부관광청 |
클라이네 샤이덱은 전 세계의 아이거 북벽 등반가들과 여행자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기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아이거 글래시어역에서 1시간50분이 소요되는 아이거 트레일을 따라가면 알피글렌에 도착하게 되는데, 스위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하이킹 투어 중 하나로 꼽힌다. 클라이네 샤이덱역은 여름에는 매력적인 하이킹을, 겨울이면 스키와 터보건을 시작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윤세리와 리정혁이 서로 의식하지 못한 채 융프라우의 패러글라이딩을 보던 곳은 피르스트다. 윤세리가 패러글라이딩으로 리정혁과 재회한 장소이기도 하다. 피르스트는 해발 2168m에 위치해 있어 그린델발트 마을이 한눈에 보인다.
더 해볼 것 : 패러글라이딩
스위스의 하늘을 날며 알프스의 진면목을 발견해 보자. 초보자에게도 패러글라이딩은 쉽다. 잠깐의 교육만 받으면 전문 강사와 함께 두 명이 같이 패러글라이딩을 타게 되는 텐덤 패러글라이딩이 있기 때문이다.
두 명이 같이 패러글라이딩을 매고, 언덕을 달려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공중에 부양해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발 아래로 기막힌 알프스의 풍경이 펼쳐지고, 전문 파일럿은 하늘 위에서 독수리처럼 원을 그리며 패러글라이딩의 진수를 선보인다. 융프라우, 아이거, 묀히와 쉴트호른 봉우리까지 알프스가 훤히 들어온다.
[권오균 여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