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6년차 이 과장, 호기롭게 유튜브 시작했는데 지금은

[라이프]by 매일경제

유튜버 ‘이과장’ 인터뷰

최근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파워 인플루언서’들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고 있다. 유튜브를 넘어 지상파 예능에 출연하고 웹드라마를 제작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 진출하는 식이다.


유튜브에서 처음 공개된 웹드라마 ‘좋좋소’는 대한민국 웹드라마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29세 사회초년생 남성 ‘조충범’을 주인공으로 취업에 번번이 실패하던 그가 중소기업 정승네트워크에 취업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좋좋소 시리즈는 재미, 공감, 작품성까지 구독자들의 호평을 받으면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특히 업로드 2주 만에 조회 수 100만뷰를 돌파하는 등 디테일한 현실고증으로 화제를 모았다. 종영된 시점(2021년 7월)을 기준으로 각 회차의 조회 수 평균이 100만뷰를 훌쩍 넘을 정도다. 유튜브에서 공개된 웹드라마로 시작한 ‘좋좋소’는 OTT서비스 ‘왓챠’에도 진출해 시즌5까지 제작됐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2022년엔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비경쟁 부문에 초청받기도 했다.


이번주 가 만난 유튜버 ‘이과장’은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과 함께 ‘좋좋소’ 기획과 제작에 참여하고 직접 출연까지 한 인물이다. 그는 “대한민국 직장인 중 90% 이상이 중소기업에 다니는데, 드라마나 매체에서는 대기업 얘기만 하길래 중소기업 얘기를 하면 재미있겠다 싶어 기획하게 됐다”고 했다. 좋좋소의 성공 이후 그는 새로운 웹드라마 ‘헬테크’로 돌아왔다. 생산직을 소재로 하는 컨텐츠다. 이 역시 편당 조회 수가 100만회에 육박하며 인기몰이를 톡톡히 했다. 5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이과장’ 채널의 누적 조회수는 1억 5000만회에 달한다. “더 올라가기 위해 노력하기보단 아름답게 망하기 위해서 노력중”이라는 그를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매일경제

5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이과장’. 그의 채널 누적 조회수는 1억 5000만회에 달한다.

-‘좋좋소’ 웹드라마가 정말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일지요.


▷제가 참여하게 된 유튜브 예능 ‘가짜사나이2’가 인기리에 방영이 되고 있을 당시 빠니보틀님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제안을 해 주셨습니다. 중소기업 얘기를 시트콤 식으로 가볍게 만들어 보자는 게 처음 취지였고 저도 마침 비슷한 콘텐츠를 통해 재연을 첨가해서 영상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에 시기가 적절하고 마음도 맞아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웹드라마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좋소는 정말 우주가 돕듯 세상의 모든 좋은 기운들이 잘 작용해서 만들어진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참여한 모든 분들의 재능과 열정 또 간절함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인 것 같습니다. 재능 있는 크리에이터들이 많이 있으니 앞으로 유튜브를 넘어 더 큰 시장에 진출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길 저 또한 기대하고 있습니다.


-‘헬테크’를 통해 웹드라마로 돌아왔습니다.


▷생산직 경험을 살려서 전 작보다 조금 더 열악하고 리얼한 중소기업을 표현 해 보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현직자 분들이 많이 공감해 주셔서 고증부분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유튜버가 드라마를 제작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드라마를 제작하는데 현실적으로 가장 큰 어려움은 제작비입니다. 생각보다 제작에 들어가는 돈이 많이 필요해서 투자자 없이는 진행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외부 투자없이 진행했었던 ‘헬테크’는 비록 적자가 났지만 ‘세상에 없던 이야기를 우리들은 남겼다’ 라는 것에 의미를 두고 나름 행복회로 돌리면서 위로받고 있습니다.


-신작 웹드라마 제작 계획이 있을지요.


▷현재까지는 없습니다. 제작비를 더 모아야할 것 같습니다.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에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유튜버가 된 계기가 있었을지요.


▷저는 중소기업에서 6년차 과장으로 재직 하던 중 우연히 유튜브를 접하고 시작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현재는 전업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5년째 활동중입니다. 사실 저는 여러분들의 이웃 분들 중에 한두 명쯤 있을법한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의 40대 가장입니다.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직장인들이 퇴사 충동을 느낀다는 3,6,9 중에 6년차에 해당하던 시기였습니다. 설비 모퉁이에 낑겨있는 톱니바퀴처럼 하루하루 똑같이 돌아가는 제 일상에 너무 지쳐있었죠. 금전적으로도 여유가 없던 상황이라 투잡도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대국민 유튜브 붐이 불었고 저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빠질 수 없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담뱃값이라도 벌어보려는 큰 희망을 품고 시작하게 됐습니다.


-요즘엔 주로 어떤 콘텐츠를 올리나요.


▷사실 저는 콘텐츠가 명확하지 않은 크리에이터 중에 한명입니다. 그냥 소소한 일상도 담아서 업로드 하고 중소기업을 주제로 하는 영상도 찍죠. 또 웹드라마도 제작하다가 뜬금없이 친구 가게에 가서 일하는 영상도 찍습니다. 이제는 그냥 제 삶이 콘텐츠 인 것 같습니다 채널운영도 중소기업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유튜브가 전업입니다.


▷(유튜브를)저의 직업이기 때문에 돈을 벌고, 먹고 살기 위해 합니다. 두 번째로는 제가 주목받는 걸 좋아합니다. 저는 소위 ‘관종’이어서 뭔가 재미있는 게 생각나면 바로 콘텐츠로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과 공유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콘텐츠를 보고 구독자분들이 공감을 해주시면 그때 너무 행복감을 느낍니다. 그게 저한테는 상여금이고 휴가입니다 정말 중독성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한번 해보세요!

매일경제

이과장 유튜브 채널.

-50만명에 달하는 채널의 구독자들은 주로 어떤 분들인가요.


▷구독자층은 20~40대 직장을 다니는 남성분들이 90% 이상입니다. 나머지 10% 여성분들은 구독자분들의 여자 친구 혹은 아내로 엄마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구독자와의 소통은 가끔 라이브 스트리밍도 하고, 인스타 DM으로 하기도 합니다. 간혹 술자리에서 우연히 인사를 나누게 되면 제가 술값도 잘 내줍니다. 최근에도 계산한적 있습니다.


-인플루언서가 되고 나서 뿌듯한 순간이 있었을까요.


▷일단 인플루언서라고 하기는 너무 부족하고 저는 그냥 제 직업의 특성상 많이 알려져야 오래 할 수 있기 때문에 숙명적으로 ‘나대야 한다’라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나대다 보니 아들이 다니는 학원 선생님까지 저를 알게 됐습니다. 자식이 자랑스러운 듯한 눈빛으로 아빠를 봐주니 그때 정말 좋았습니다.


-디테일한 콘텐츠 제작 과정이 궁금합니다.


▷우선 다른 사람이 안 하는 컨텐츠를 하려고 최대한 노력합니다. 상도덕이 있고, 남을 따라하는 게 뭔가 부끄럽게 느껴질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디어는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느끼는 대로 단어면 메모하고 장면이면 사진을 찍어서 기록해 놓습니다. 그리고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 보면서 어떻게 하면 공감과 재미를 줄 수 있을까 그것만 생각합니다. 정리가 되면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합니다. 가장 중요한 작업은 완성 후에 하는 것 같습니다. 완성된 컨텐츠를 수 없이 확인하면서 이게 정말 공감과 재미가 있을까 최대한 냉정하게 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완성된 콘텐츠가 마음에 들면 업로드하고 그렇지 않으면 바로 삭제합니다. 하드에 조차 남겨두지 않습니다. 스스로 실패했다고 느낄 정도면 그건 디지털 쓰레기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콘텐츠가 있을까요.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은 사연을 받아서 아무도 없는 산에 올라가 “임금님귀는 당나귀귀”를 외치듯 회사 뒷담화를 하는 콘텐츠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사연을 보내준 분으로부터 급하게 연락이 와 “관계자가 곧 알 것 같다.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해 영상을 ‘칼 삭제’한 짜릿한 기억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구독자들과 제가 함께 좋아하고 즐거워했던 콘텐츠는 실제 직장을 다니면서 찍었던 일상 영상인 것 같습니다.


-만들고 싶은 콘텐츠와, 구독자들이 원하는 콘텐츠의 간극은 어떻게 줄여나가는지요.


▷사실 제가 만들고 싶은 콘텐츠는 따로 없습니다. 구독자분들이 좋아하시는 콘텐츠를 만드는게 제가 좋아하는 콘텐츠입니다. 많은 크리에이터분들이 제 얘기에 공감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구독자들이 좋아해주시고 반응도 좋으면 덩달아 조회 수도 높아지죠. 이런 결과가 제가 뭔가를 만들고 싶어서 만들었을 때의 만족감보다 훨씬 더 행복감을 줍니다. 반대로 그런 반응을 얻지 못하면 슬퍼집니다.

매일경제

유튜버 ‘이과장’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루틴이 있을지요.


▷유행과 트렌드를 파악하려고 유튜브 및 커뮤니티 분석을 하루에 3시간 이상씩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구독자들의 나이보다 제 나이가 조금 많다보니, 최신 트렌드들을 파악하고 있어야 조금이라도 참고해서 영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튜브를 통해 얻은 게 있을까요.


▷진심을 듬뿍 담아서 얘기 해 보겠습니다. 유튜브를 하기 전에 저는 실패를 극도로 두려워하고 나는 뭘 해도 안 될 거니까 뭘 하지말자 라는 마음으로 살았었습니다. 그만큼 자신감도 없고 자존감도 낮았습니다. 사실 현재도 어느 정도는 그렇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고 어느새 정신차려보니 50만 구독자가 있는 크리에이터가 된 것이죠. 저는 진심으로 이 수치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 하고 있습니다. 이건 그냥 온 우주의 기운이 작용한 기적과 같은 일입니다. 현재 저는 더 올라가기 위한 노력보다는 아름답게 망하기 위해서 노력중입니다. 모든 것은 ‘그냥 한번 해볼까’ 하는 작은 마음으로 변화를 시도한 것에서 시작됐습니다. 변화에 대한 성과도 어느 정도 있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살아왔던 제 인생에서 작지만 뭔가를 해냈다는 ‘사실’ 이것이야말로 제가 유튜브를 통해 얻은 것 중 가장 큰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목표가 궁금합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현재 8살인 작은 딸이 중학교 갈 때 까지만 어떻게든 살아남자 입니다.

매일경제

연재를 시작합니다. 바야흐로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렸습니다.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를 구축하고 신선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인플루언서 생태계를 소개하겠습니다. 네이버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다음 기사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2023.04.18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세계 수준의 고급 경제정보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생생한 뉴스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채널명
매일경제
소개글
세계 수준의 고급 경제정보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생생한 뉴스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야는 어때요?
    ESTaid footer image

    © ESTaid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