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벤츠 대신 제네시스 탈까”…‘국가 자존심’ 전용차로 국위 선양

이재명 대통령의 마이바흐부터 히틀러의 방탄 벤츠까지. 권력과 기술, 국격이 담긴 대통령 전용차의 100년 진화사.

[세상만車]

대통령 전용차, ‘국가대표 1호차’

대통령 방탄차는 미국·독일 주도

에쿠스 방탄차 다음은 제네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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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90, 미국 대통령 전용차 방탄 기술, 이재명 대통령이 탄 마이바흐 S클래스.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출처=현대차, mbn, 연합뉴스/ 편집=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

국가의 위신·위상과 관련된 자동차가 있습니다. 대통령이나 수상 등 국가원수가 타는 전용차입니다.


자동차를 생산하는 국가라면 전용차는 그 나라의 자존심과 직결되기도 합니다. 전 세계의 기술력을 뽐내고 판매에도 기여하는 ‘국가대표 1호차’ 역할을 맡기도 하죠.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중국, 러시아 등지에서 국가원수의 전용차로 자국산 차량을 사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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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용차 [사진출처=연합뉴스]

국가원수의 생명은 안보와 직결되기에 최대한 최첨단 편의·안전장치를 많이 적용합니다. 비상 상황에서는 ‘달리는 집무실’ 역할도 합니다.


성능 자체는 일급비밀입니다. 전용차에는 암살을 막기 위한 최첨단 방어 기술이 적용되는데, 해당 기술이 유출되면 국가원수의 생명도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용차에는 방탄이 기본적으로 적용됩니다. 이름처럼 ‘탄(총알)’만 방어하는 수준에 머물지는 않습니다. 총알은 물론 폭탄이나 지뢰에도 끄떡없죠.


국가원수 전용차에 방탄 기술이 적용된 시기는 1930년대입니다. 제 1차 세계대전 이후 정치·경제·사회가 불안했던 독일과 미국에서 방탄 기술이 차량에 도입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암살이 두려웠던 히틀러, 세계 최초 방탄차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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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차를 탄 히틀러 [사진출처=위키미디어]

세계 최초 방탄차는 1928년 출시된 메르세데스-벤츠 뉘르부르그 460으로 알려졌습니다. 벤츠 방탄차는 1960년대부터 독일 정부의 공식 차로 사용됐습니다. 세계 각국의 정상들과 황실의 리무진 차로도 애용됐죠.


방탄차를 가장 먼저 이용한 국가원수는 독일 총통 아돌프 히틀러입니다. 그는 제 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키고 유태인 학살을 저지른 미치광이이자 자동차광이었죠.


수많은 정적을 없애고 권력을 차지한 독재자인 그는 암살을 두려워했습니다. 히틀러가 1933년부터 이용한 방탄차는 길이 6m, 너비 2m에 달하는 8인승 모델입니다. 40mm 두께 방탄유리와 철판 덮개로 방어력을 높였죠.


타이어와 스페어타이어 케이스도 방탄 성능을 지녔습니다. 지뢰가 터져도 안전할 정도로 바닥을 견고하게 만들었다고 하죠.


무게는 5t에 달했지만 230마력의 힘을 내뿜는 7.7ℓ 8기통 엔진을 얹어 시속 160km로 달릴 수 있었습니다. 단, 운전하려면 힘이 많이 들었고 방탄 타이어 때문에 승차감도 엉망이었답니다.

루즈벨트, 美 대통령 최초로 방탄차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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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이용한 방탄차 [사진출처=포드박물관]

미국에서는 32대 대통령인 루즈벨트가 마이애미에서 이탈리아 이민자의 총격을 받은 뒤 ‘마피아 대부’ 알 카포네에게 압수한 방탄 캐딜락을 이용했습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인 포드는 방탄 성능을 갖춘 링컨 컨티넨탈 컨버터블(오픈카)을 제작해 1939년 루즈벨트에게 제공했습니다.


방탄 성능을 갖춘 유리의 두께는 24mm, 무게는 4t에 달했습니다. 경기관총을 차량 내부에 넣어 방어뿐 아니라 공격 능력도 보유했죠. 영화 ‘007 시리즈’에 종종 나왔던 총 달린 자동차의 원조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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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이 탄 링컨 컨티넨탈 4도어 컨버터블 [사진출처=포드박물관]

링컨 차량은 대통령 방탄차로 계속 사용됐습니다.


35대 대통령인 존 에프 케네디가 1963년 11월22일 미국 텍사스 댈러스에서 암살당했을 당시 타고 있었던 차량도 1961년식 링컨 컨티넨탈 4도어 컨버터블이었습니다.


이 차량은 차체를 잘라 전장을 더 길게 만들었고 방탄유리도 장착했습니다. 탈착식 강철과 플라스틱 루프 패널, 사이렌도 적용했습니다. 카퍼레이드 때 대통령 몸을 올려주는 유압 리어 시트도 채택했죠.


방탄 성능을 갖췄지만 카퍼레이드를 위해 루프를 열어둬 케네디 대통령을 겨냥한 총알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암살 이후 차량은 개조됐습니다. 엔진을 교체하고 전자 통신 장비를 추가하고 장갑을 보강했습니다.


36대 린든 존슨 대통령, 37대 리처드 닉슨 대통령, 38대 제럴드 포드, 39대 지미 카터 등 후임 대통령들이 1977년까지 사용했다고 합니다.


대통령 방탄차 제작사를 링컨에서 캐딜락으로 바꾼 대통령은 40대 로널드 레이건입니다.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캐딜락은 대통령 전용차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김정은도 부러워한 세계 최고 방탄차 ‘캐딜락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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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경주 트랙을 돌고 있는 트럼트 대통령 전용차 ‘캐딜락 원’ [사진출처=연합뉴스]

캐딜락 브랜드를 보유한 GM은 전담팀을 두고 대통령 전용차를 개발합니다. 개발비용은 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막대한 개발비에 대한 보상은 ‘명예’입니다. 브랜드 인지도 상승도 ‘덤’입니다.


대통령 전용 비행기인 ‘에어포스 원(공군 1호기)’, 전용 헬리콥터인 ‘마린 원(해병 1호기)’과 달리 예외적으로 브랜드 이름이 들어갔습니다. ‘캐딜락 원’입니다.


캐딜락 원은 ‘비스트(The Beast)’로도 불립니다. 육중한 외모와 함께 평범(?)한 캐딜락이 따라 올 수 없는 괴력과 성능을 지녔기 때문이죠.


캐딜락 원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달리는 백악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신변을 보호하고 고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첨단장치를 갖췄기 때문이죠.


방탄은 기본이고 로켓포도 막을 수 있습니다. 차 밑에서 폭탄이 터져도 탑승자의 생명을 지킬 수 있습니다.


화생방 테러에 대비해 산소 공급 시스템, 진화장치도 구비했습니다. 대통령이 다쳤을 경우를 대비해 수혈용 혈액도 따로 보관해둡니다.


지난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열린 미북정상회담에서 회담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자랑하는 듯 살짝 캐딜락 원 내부를 보여주는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죠.

한국 대통령 방탄차, S클래스와 에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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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스 스트레티지 에디션 자료 사진 [사진출처=mbn 화면 캡처]

한국 대통령은 메르세데스-벤츠 세단 끝판왕으로 불리는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와 현대차 에쿠스를 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첫차는 마이바흐 S클래스입니다. 지난 4일 인천 계양구 사저에서 주민 환송 행사를 가진 뒤 당선 후 첫 일정으로 국립현충원으로 참배하러 갈 때 탑승했죠.


마이바흐 S클래스는 벤츠 S클래스 최상위 모델입니다. 벤츠 S클래스보다 더욱 넓어진 실내, 최상위급 편의 사양과 인테리어 사양 등을 갖췄습니다.


방탄 성능은 비밀입니다. 다만, 방탄 유리와 대전차 로켓 방어 시스템, 화생방 공격에 대비할 수 있는 산소 공급 시스템 등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도 취임식 때 의전차량으로 마이바흐 S클래스와 에쿠스 스트레티지 에디션을 이용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취임식 때 두 차종을 번갈아 탔습니다. 에쿠스 스트레티지 에디션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방탄차로도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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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대통령 전용차로 사용된 쌍용차 무쏘 [사진출처=매경DB]

에쿠스 스트레티지 에디션의 정확한 성능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현대차가 수출했던 에쿠스 방탄차를 통해 성능을 유추할 수는 있습니다.


수출용 에쿠스 방탄차는 ‘VR7’ 등급의 방탄능력을 갖췄습니다. 권총, M16A2 혹은 M60과 같은 자동 소총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VR8’이나 ‘VR9’ 방탄차는 AK47 소총, M61-AP와 같은 경기관총의 공격에서 승객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내부에는 화생방 공격에 대비한 공기 정화 장치, 야간 운전용 적외선 투시 장치, 화재 진압 시스템, 컴퓨터, 통신시설, 편의시설 등을 장착했습니다.


차량 바닥과 내장 안쪽에는 고강도 강판과 케블러·카본·세라믹 복합 특수 소재를 사용해 세계 방탄 기준으로 통용되는 독일연방범죄수사청 기준 ‘B6/B7’을 충족시켰죠.


고성능 폭약 15㎏이 바로 옆에서 터지거나 AK47 수준의 소총 공격을 단시간에 막아낼 수 있는 수준입니다.


타이어 내부에 있는 특수 지지물로 바퀴 4개가 모두 터져도 시속 80㎞로 30분 이상 달릴 수 있는 런플랫 타이어도 채택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쌍용차(현 KG모빌리티)도 국가원수 전용차를 수출했습니다.


에쿠스와 경쟁했던 체어맨이 아니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무쏘입니다. 험지가 많은 중동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대통령 전용차나 국왕과 왕족의 의전차로 사용됐다고 합니다.


방탄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카타르, 요르단, 시리아, 오만, 나이지리아, 탄자니아 등 11개국에 총 15대가 수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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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90 블랙 [사진촬영=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

현재 대통령 전용차로 사용되는 국산차에는 에쿠스 외에 제네시스 EQ900도 있습니다.


지난 2017년 당시 3대를 구입한 사실이 알려졌죠. 방탄·방호 기능을 넣어 대당 가격은 일반 모델 대비 4배 가량 비싼 6억원 수준이었습니다.


이 차는 경호하기 좋은 청와대와 용산 경내 행사에서 주로 사용됐다고 합니다. 외부 행사에서는 방탄·방호 성능이 더 뛰어난 마이바흐 S클래스가 메인 전용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EQ900이 단종되고 G90에게 ‘국가대표’ 세단 자리를 넘겨준 지 7년이 지났지만 방탄·방호 성능을 갖춘 G90 대통령 전용차 개발 소식은 없습니다.


동생인 G80이 세계 각국에서 VIP를 위한 의전차로 사용되지만 대통령 전용차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대통령 전용차는 그 나라의 얼굴이자 자동차 기술력을 보여줍니다. 국위를 선양하는 국가대표 홍보·마케팅 대사 역할도 합니다.


이제는 에쿠스와 EQ900을 대체할 G90 대통령 전용차가 나올 때가 됐습니다. 현대차그룹은 EQ900을 통해 획득한 방탄·방호 기술을 더 발전시킬 능력을 지녔습니다.


게다가 현대차그룹 소속인 기아는 군용 전술차량 부문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방탄·방호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대로템도 글로벌 명품 무기로 불리는 K2 전차를 생산합니다. 우리 손으로 캐딜락 원에 버금가는 방탄차를 만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


혹시 모르죠. 대통령 전용차 성능은 일급비밀인 만큼 기밀을 유지하며 비밀리에 개발되고 있을 지도.

※사족(蛇足)

“이봐, 해봤어”라는 ‘도전 정신’으로 유명한 정주영 현대차그룹 창업주는 이렇게 말했답니다. “자동차는 달리는 국기이자 그 나라 산업의 척도다”

최기성 기자 gistar@mk.co.kr

2025.06.1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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