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큰일 낼 사람이네…포르쉐와 맞짱, 꽁꽁 숨겨뒀던 야심 드러내
현대차그룹이 제네시스 ‘마그마’를 앞세워 포르쉐·람보르기니·페라리 등 글로벌 럭셔리 고성능 브랜드와 정면 승부를 선언했다. GV60 마그마 공개와 함께 제네시스는 ‘럭셔리 퍼포먼스 브랜드’로의 도약을 공식화했다.
제네시스, 또한번의 도약 추진럭셔리 고성능 브랜드로 진화
모터스포츠도 ‘한국 양궁’처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제네시스의 미래 먹거리 [사진출처=현대차/ 편집=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 |
“제네시스 마그마는 한국의 혁신과 글로벌 비전을 결합해 럭셔리 퍼포먼스 브랜드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다”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호세 무뇨스 사장이 BMW와 벤츠는 물론 포람페(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로 대표되는 럭셔리 고성능 브랜드에 도발적인 메시지를 보냈다.
제네시스 출범 10주년을 맞아 글로벌 럭셔리 고성능 브랜드로 한 단계 더 도약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제네시스는 지난 20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르 카스텔레 지역에 위치한 폴 리카르 서킷에서 ‘마그마 월드 프리미어’ 행사를 개최하고 브랜드 최초의 고성능 모델 ‘GV60 마그마(GV60 Magma)’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제네시스 GV60 마그마 [사진촬영=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 |
GV60 마그마는 지난해 제네시스가 고성능 영역 진출을 공식화하며 선보인 ‘GV60 마그마 콘셉트’를 기반으로 개발된 첫 양산형 모델이다.
낮고 넓은 차체를 기반으로 마그마 전용 컬러와 3홀 디자인 등 마그마만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해 디자인됐다.
최대 토크 790Nm, 제로이백(0-200km/h) 10.9초, 최고 속도 264kph로 제네시스 양산 전동화 모델 중 가장 우수한 동력성능을 갖췄다.
마그마 전용 특화 기능과 전용 가상 사운드 시스템 및 인터페이스를 탑재해 운전자에게 차별화된 주행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제네시스는 GV60 마그마 공개와 동시에 독립 브랜드 출범 후 10년간 글로벌 고급차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것을 넘어 정제된 감성과 우수한 퍼포먼스를 결합한 ‘럭셔리 고성능’을 구현해 진정한 럭셔리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비전도 발표했다.
럭셔리 고성능은 제네시스의 운명
GMR-001 하이퍼카와 고딕체 한글 ‘마그마’로 장식된 벽면 [사진촬영=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 뮌헨] |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시작해 럭셔리 브랜드로 거듭나기 시작한 제네시스 입장에서 ‘럭셔리 고성능’ 브랜드로의 진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사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포르쉐 911은 완벽한 차”라고 극찬했던 순간부터 이 진화는 시간문제로 여겨졌다.
현대차는 물론 기아도 2010년 이전까지 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 푸조, 토요타, 혼다 등 경쟁 브랜드와 달리 모터스포츠에 대한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대중차 시장을 공략하던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고성능차 시장은 선택과 집중의 갈림길에서 관심 밖이었고 덩달아 모터스포츠에 적극 투자할 이유가 없었다.
국내에서는 모터스포츠가 ‘그들만의 리그’에 그쳐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했으니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지난 2015년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전후에는 상황이 변했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대중적인 자동차 브랜드를 넘어 대중차·럭셔리차를 아우르는 글로벌 브랜드로 ‘퀀텀점프’(Quantum Jump) 하기 위해서는 모터스포츠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럭셔리 브랜드로서 BMW M, 벤츠의 메르세데스-AMG, 포르쉐, 페라리 등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과 인지도를 높이려면 글로벌 브랜드들이 장악한 모터스포츠 진출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의 대명사인 포르쉐 타이칸(왼쪽)과 도전자인 아이오닉6 N [사진출처=포르쉐, 현대차/ 편집=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 |
현대차가 주제(?) 파악을 하지 못하고 큰일을 저지른다는 소식에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현대차가 지난 2014년 WRC(월드 랠리 챔피언십)에 출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국내외에서 환영보다는 비아냥거리는 반응이 많아서다.
시샘 때문만은 아니다. 현대차가 글로벌 자동차회사로 도약한 능력은 인정받았지만 모터스포츠 기술력 부문만큼은 예외였다. 모터스포츠에 필수적인 고성능차 개발 기술력과 마케팅 능력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차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뚝심있게 모터스포츠와 고성능차 개발에 적극 나섰다.
정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현대차는 WRC(월드 랠리 챔피언십)는 물론 아반떼급 고성능 경주차가 각축전을 펼치는 최정상급 투어링카 대회인 WTCR(월드 투어링카 컵)에도 참가했다.
전기차 개발 노하우를 쌓을 수 있는 전기차 투어링카 대회인 ETCR(일렉트릭 투어링카 레이스)에도 뛰어들었다.
모터스포츠에 필요한 고성능차 기술 개발을 위해 인재 영입에도 공들였다.
2015년 영입한 BMW 출신 고성능 모델 전문가인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 본부장(사장)은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인 N과 제네시스 G70 개발 등을 담당하며, 고성능차 기술력을 단숨에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BMW M 북남미 사업총괄 출신으로 현대차 고객경험본부장을 맡은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도 지난 2018년 합류, 고성능차 및 모터스포츠 사업 상품 영업 마케팅을 담당했다.
현대차는 WRC에 진출한 지 5년 만인 2019년 제조사 부문 종합 우승을 일궈내는 대기록을 세웠다.
지난해에도 2024 WRC 첫 번째 라운드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랠리’에서는 3년 연속 우승 대기록을 세웠다.
짧은 시간에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세계 정상급 성과를 일궈낸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제네시스 브랜드까지 내구레이스 중심의 모터스포츠에 진출시켰다.
제네시스만의 고성능 기술력과 미학적 정체성을 집약한 ‘GMR-001 하이퍼카’(GMR-001 Hypercar) 디자인도 공개했다.
제네시스 ‘마그마 GT 콘셉트’ [사진출처=현대차] |
제네시스는 ‘럭셔리 고성능’의 정점을 보여주는 ‘마그마 GT 콘셉트(Magma GT Concept)’도 함께 공개했다.
지난 20일 열린 ‘마그마 월드 프리미어’ 행사에서는 제네시스 GV60 마그마와 함께 제네시스 GT 콘셉트도 공개했다.
제네시스가 향후 10년간 구축해 나갈 퍼포먼스 헤리티지를 미리 보여주는 새로운 스포츠카 타이폴로지(유형)다. 정제된 럭셔리와 모터스포츠 정신을 결합한 브랜드의 헤일로(halo) 콘셉트다.
모터스포츠 업계는 제네시스를 앞세운 현대차그룹의 모터스포츠 육성과 럭셔리 고성능 브랜드로의 진화에 대해 기대감이 크다.
40년간 사실상 멈춰있던 국내 모터스포츠 대중화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는 호기를 맞이했다고 여겨서다.
내심 대한양궁협회 사령탑을 맡은 정 회장이 한국 양궁을 신궁으로 키운 것처럼 모터스포츠에서도 큰일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최기성 기자 gistar@m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