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주차 민폐’, 왜 사니” 욕했는데…1천만원 싸진 아빠車, 솔직히 타고 싶다
덩치만 컸던 미국차, 왜 아빠들에겐 필수템이 됐을까? 실용성·안전·가격까지 아빠가 되면 달라보이는 이유
커도 너무 크다, 욕먹던 미국車
편의·안전·실용 多 갖춘 아빠車
국산차값 수입 SUV로 인기상승
![]()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대형 SUV [사진출처=현대차, 포드/편집=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
미국인들이 사랑하는 자동차는 크다. 단단한 근육질의 스포츠카와 함께 크고 투박한 픽업트럭과 대형 SUV 등 ‘대물’을 드림카로 여긴다.
미국차는 한국 자동차문화 초기 형성 때 영향을 줬다. 한국인도 ‘이왕이면 큰 차’를 선호한다.
인도의 신분차별제인 카스트(caste)처럼 ‘크기=가격=신분’으로 구성된 자동차 카스트가 맹위를 떨쳤다.
차량을 생활필수품이 아니라 자신의 신분이나 재력을 과시하는 도구로 여기는 분위기가 여전해서다.
![]() 포드 익스플로러 1세대 [사진출처=매경DB] |
다만 ‘이왕이면 큰 차’를 찾는 한국인들도 미국 대물 차는 부담스럽게 여긴다. 커도 너무 크다고 여겨서다.
여기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고 내구성이 뛰어난 일본차, 기본기가 탄탄하고 디자인도 세련된 독일차가 진출하면서 미국차 인기는 시들해졌다.
덩치 큰 미국 SUV는 “덩치 값 못 한다”고 평가와 함께 ‘기름 먹는 하마’라는 비아냥거림에 시달렸다.
게다가 유럽·일본 SUV에 비해 크고 공간은 넓지만 투박하고 자상하지 못하다고 여겨졌다. ‘기름먹는 하마’라는 혹평도 나왔다.
주차공간이 미국보다 좁고 부족한 ‘아파트·빌라’ 천국 한국에서는 ‘민폐’라는 욕도 먹었다.
미국차 브랜드들도 ‘미(美)친 존재감’을 갖춘 대물 차를 국내 소개하는 데 주저했다.
![]() 트래버스 [사진출처=쉐보레] |
대신 미국 중형 SUV 시장에서 인기높은 패밀리카를 대형 SUV로 국내 출시했다. 미국에선 중형이지만 국내에서는 대형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SUV가 대세가 되면서 미국차 브랜드들이 선보인 큰 차들도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기아 모하비 등 덩치 큰 국산차가 등장하면서 대물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고, 주차 공간이 넓은 아파트도 늘어나면서 대형 SUV 수요도 증가하기 시작했다.
슈퍼맨 아빠를 위한 패밀리 슈퍼카
![]() 패밀리 슈퍼카로 진화한 더뉴 익스플로러 [사진출처=포드] |
국내에서 미국차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담당하고 인기를 끌면서 대형 SUV 시장 파이를 키운 차종은 포드 익스플로러다.
익스플로러는 ‘미국인의 신발’이라 불리는 포드가 만든 중형 SUV다. 미국보다 큰 차가 적은 국내에서는 대형 SUV로 여겨진다.
익스플로러는 1990년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 뒤 글로벌 시장에서 800만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링카다.
익스플로러는 20세기 미국 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영웅 ‘슈퍼맨’ 성향을 지녔다. 자녀에게만큼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고 싶은 ‘슈퍼맨 아빠’에게 제격이기 때문이다.
슈퍼맨 아빠에게는 멋지지만 차체 낮고 공간 좁은 슈퍼카는 진짜 ‘슈퍼맨 카’가 아니다. 가족들과 안전하고 편안하게 모험을 즐길 수 있는 다재다능한 패밀리카가 슈퍼맨 카다
SUV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차량 중 하나로 ‘슈퍼캅’ 미국 경찰들도 선호한다.
![]() 더뉴 익스플로러 실내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
익스플로러는 국내에서도 ‘패밀리 슈퍼카’로 인기를 끌었다. 1996년 처음 국내 소개된 이후 수입 대형 SUV 시장을 이끌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연속 수입 SUV 판매 1위 자리도 차지했다.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벤츠·BMW가 만든 SUV까지 이겼다.
차량용 반도체 대란으로 발생한 출고대란과 물량 부족으로 2021년부터 국내 판매가 저조했지만 죽지는 않았다.
익스플로러는 독일·일본 대형 SUV가 한국에 진출할 계기도 만들어줬다. 같은 미국 출신인 쉐보레의 트래버스, 혼다 파일럿이 국내 출시된 것도 따져보면 익스플로러 덕이다.
![]() 더뉴 익스플로러 ST 라인 [사진출처=포드] |
30일 국토교통부 자동차 통계를 사용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익스플로러는 지난해 1681대가 판매됐다. 전년보다 7.8% 판매가 늘었다. 보릿고개를 넘던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를 먹여 살렸다.
지난해 11월에는 부분변경 모델인 더뉴 익스플로러가 나오면서 판매가 매달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에는 222대, 2월엔 269대, 3월엔 440대가 판매됐다.
1분기(1~3월) 총 판매대수는 931대로 전년동기의 253대보다 268% 폭증했다. 익스플로러 선전에 힘입어 포드코리아 전체 판매대수도 전년동기보다 48.1% 늘었다.
벤츠, BMW, 토요타, 포르쉐, 폭스바겐 등 독일·일본차 브랜드가 점령한 수입차 브랜드 톱10에도 다시 진입했다. 미국차 브랜드 중 판매 1위 자리도 지켰다.
무엇보다 지난해 포드코리아를 괴롭혔던 ‘철수설’을 완전히 종식시켰다.
![]() ‘車력사’ 더뉴 익스플로러 [사진출처=포드] |
더뉴 익스플로러 인기 비결은 1억원 미만 수입 대형 SUV 분야에서 넘사벽(넘기 어려운 사차원의 벽) 1위라는 인지도와 함께 높은 가성비(가격대비성능)를 추구한 데 있다.
더뉴 익스플로러는 2019년 국내 출시된 6세대를 새롭게 재해석한 부분변경 모델이다. ‘익스플로러, 시작은 호기심과 확신(Live Curious)’이라는 테마로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한층 대담해진 외관 스타일링과 공간 활용성을 높인 실내 구성, 최신 디지털 시스템과 사양으로 편의성을 향상했다. 주차 어려움을 제외하면 편의·안전·실용을 모두 갖춘 아빠차로 거듭났다.
디자인과 성능을 개선했지만 가격은 오히려 착해졌다. 7000만원이 넘었던 기존 모델보다 700만~1000만원 가량 저렴해지면서 국산차와도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국내 판매 트림은 스포티한 매력을 갖춘 에스티 라인(ST-Line)과 프리미엄 사양을 갖춘 플래티넘(Platinum) 두 종류다. 가격은 각각 6200만원, 6800만원이다.
최기성 기자 gistar@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