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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고아라의 This is Europe

'땅의 오로라' 아이슬란드 폭포가 춤을 췄다

by매일경제

매일경제

오로라의 나라로 알려진 아이슬란드는 사실 폭포의 천국이다. 아이슬란드에 머무는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폭포를 마주했지만, 그 모습 중 같은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밤하늘을 춤추는 오로라, 시리도록 푸른 빙하, 뜨겁게 타오르는 화산, 중력을 거스르는 간헐천. 아이슬란드가 선사하는 풍경은 상상 이상으로 놀랍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으니, 바로 섬 전체에 퍼져 있는 수많은 폭포다. 북대서양의 풍부한 비와 눈은 강의 몸집을 불리고, 여름날의 따스한 햇볕은 거대한 빙하를 녹인다. 이들은 섬 이곳저곳을 유유히 흐르다 마침내 폭포가 되어 절벽 위로 자유롭게 몸을 내던진다. 아이슬란드에 머무는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폭포를 마주했지만, 그 모습 중 같은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아이슬란드 서쪽의 스나이펠스네스(Snæfellsnes) 반도는 '아이슬란드의 축소판'이라 불릴 정도로 다채로운 풍경을 간직한 곳이다. 요정이 살 것 같은 동화적인 분위기가 가득한 마을, 그륀다르피오르두르(Grundarfjorður)에는 아주 독특한 모습의 산 하나가 있다. 그 이름은 키르큐펠(Kirkjufell), 아이슬란드어로 교회라는 의미를 지녔다. 뾰족하게 솟아오른 모습이 마치 교회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보는 각도에 따라 그 모양은 천차만별이다.


키르큐펠이 아이슬란드의 대표적인 명승지가 된 것은 산 옆에 흐르고 있는 폭포, 키르큐펠포스(Kirkjufellfoss) 덕이 크다. 2단으로 구성된 키르큐펠포스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폭포 뒤로 솟아오른 산과 주변 풍광의 조화가 무척이나 신비롭다. 오로라가 펼쳐지기라도 하는 밤이면, 그 아름다움은 배가 된다.


북극해의 외딴 섬나라 아이슬란드에서도 오지 중의 오지로 꼽히는 웨스트 피오르(Westfjords). 이 거칠고 험준한 피오르 깊숙한 곳에 폭포 하나가 보석처럼 박혀 있다. 7개의 작은 폭포로 이루어진 이 폭포 이름은 딘얀디(Dynjandi). 웨스트 피오르 지방에서 가장 크고 예쁘기로 소문난 폭포다. 딘얀디는 아이슬란드어로 '우레와 같은 소리'라는 의미를 지녔다. 정말 그 이름처럼, 딘얀디가 부르는 커다란 노랫소리는 드넓은 아이슬란드의 하늘과 우주처럼 깊은 산 구석구석을 가득 메운다. 칠흑 같은 밤하늘 밑, 절벽을 타고 우아하게 흘러내리는 딘얀디의 모습은 마치 긴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여인의 뒷모습을 보는 듯 신비롭고 아름답다.


고다포스(Goðafoss)는 아이슬란드 북부를 대표하는 폭포 중 하나다. 고다포스는 '신들의 폭포'라는 의미를 지녔는데, 이에 얽힌 이야기가 재밌다. 본래 아이슬란드인들은 천둥의 신 토르를 포함한 북유럽 신화의 신들을 섬겼다. 그러나 서기 1000년 그리스도교가 국교로 제정되면서 이전에 믿던 신들의 조각상을 폭포 속으로 던져버렸고, 이후 고다포스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그 이름 때문일까, 반원형 모양의 절벽 아래로 낙하하는 고다포스의 모습은 그리스 아테네 신전을 연상하게 할 만큼 우아하고 고혹적이다.


데티포스(Dettifoss)는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폭포다. 초당 50만ℓ에 달하는 엄청난 물이 폭 100m, 높이 44m의 거대한 폭포가 되어 쏟아져 내린다. 데티포스는 영화 '프로메테우스' 오프닝이 촬영된 실제 배경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화산이 폭발하며 만들어낸 검은 대지 위, 맹렬한 기세로 달리는 데티포스의 모습은 대자연 앞에 인간이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를 고뇌하게 할 만큼 장엄하고 엄숙하다. 협곡을 따라 데티포스 남쪽으로 향하면 또 다른 폭포인 셀포스와 하프라길스포스도 만날 수 있다. 규모는 작지만 데티포스 못지않게 멋진 장관이 숨어 있으니 함께 둘러보면 좋다.


이젠 남부로 가볼 차례다. 아이슬란드 남동부의 바트나요쿨(Vatnajokull) 국립공원은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큰 빙하지대를 보유한 곳이다. 바트나요쿨 국립공원의 일부인 스카프타펠(Skaftafell) 국립공원 안에는 스바르티포스(Svartifoss)란 폭포가 있다. 검은색의 현무암 주상절리가 폭포 주변을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는데, 이 독특한 구조로 인해 '검은 폭포'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수도 레이캬비크의 랜드마크인 할그림스키르캬 교회가 바로 이 폭포에 영감을 받아 디자인되었다.


아이슬란드 남부 해안가는 그야말로 폭포의 향연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스코가포스(Skogafoss). 숲의 폭포라는 이름처럼 주변은 온통 싱그럽고 푸르른 초지로 가득하다. 높이65m, 폭 25m의 직사각형 모양으로 올곧게 떨어지는 스코가포스의 모습은 마치 폭포의 '정석'처럼 느껴질 정도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풍푸한 유량 때문에 폭포 앞마당에는 무지개가 쉴 새 없이 걸리는데, 이 때문에 무지개 폭포라는 애칭이 붙기도 했다. 스코가포스 뒤에는 바이킹이 숨겨둔 보물이 있다는 전설도 전해져 내려온다.


골든서클(Golden Circle)은 중력을 거스르는 간헐천 게이시르, 두 개의 대륙판이 만나는 싱벨리어 국립공원 그리고 황금 폭포라는 의미를 지닌 굴포스(Gullfoss)를 아우르는 관광 루트다. 아이슬란드의 다채로운 자연 환경이 응축돼 있어 '대자연의 축소판'으로 여겨진다.


섬 북부의 데티포스가 대자연의 강인함을 온몸으로 보여준다면, 굴포스는 장엄함과 포근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굴포스는 1900년대에 민간 투자자들에 의해 수력발전소로 이용될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의 노력으로 위기를 모면했고, 현재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존할 수 있게 되었다. 넓게 흐르던 흐비타 강물이 순식간에 좁아지면서 대지 틈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가, 반동으로 인해 또다시 공중으로 튀어 오르는 모습은 지구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장관이다.


글·사진 = 고아라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