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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 ] 핫이슈

[핫이슈] 알리바바·완커까지 돼지키우기에 뛰어든 中 무슨 일이?

by매일경제

코로나19 사태에 사람들의 이목이 온통 쏠린 가운데 중국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소리 없이 번지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ASF로 인해 돼지고기 가격이 한 때 2배 이상으로 폭등하자 전자상거래 업체와 부동산 개발업체까지도 양돈업에 나서는 등 시장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중국에서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중국 관영매체인 환추스바오(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완커(萬科)가 양돈사업과 관련한 인력 채용공고를 냈다. 양돈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신호탄인 셈이다. 시장에서는 완커 외에도 부동산 개발 경쟁업체인 헝다(恒大).비구이위안(碧桂園) 등이 이미 축산업체를 설립해서 양돈업에 나선 상태다. 그렇잖아도 헝다 등의 양돈업 진출 이후 완커도 참여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던 차였다. 이번에 완커의 관련 인력 채용공고는 그간 시장에서 떠돌던 풍문을 사실로 확인시킨 것이다.


완커·헝다는 중국 부동산 개발업계에서 업치락뒤치락 1·2위를 다투는 기업들로 매출 규모가 100조원을 넘는 대기업이다. 비구이위안도 지난해 매출이 90조원을 웃돌았다. 그런 대기업들이 잇달아 돼지키우기에 나서면서 양돈시장은 소용돌이가 불가피해졌다. 중국 농업전문가 자오산웨이는 "완커가 핵심사업인 부동산 개발업에 병목 현상이 발생하자 사업 다각화를 노리고 뛰어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돈업에 나선 곳은 부동산 대기업만이 아니다. 이들 부동산업체에 앞서 중국 전자상거래 대표업체인 알리바바와 징둥 같은 정보기술(IT) 기업으로 분류되는 곳도 뛰어들었다. 돼지 사육·유통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하겠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결국 돼지고기 가격 급등에 따른 이익을 쫓는 모양새다. 큰 기업들이 잇따라 양돈업에 진출하니 시장 경쟁은 더욱 격화하면서 기대했던 것 만큼 수익을 많이 올리지는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ASF는 지난 2018년 8월에 중국에서 처음 확인된 돼지 전염병이다. 인간에게 전염되지는 않지만 백신이 없는데다 치사율이 100%여서 '돼지 흑사병'으로 불린다. 원래는 아프리카의 멧돼지 등에서 나타난 풍토병이었지만 중국 전역을 휩쓸며 8개월여만에 1억300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점차 동남아와 유럽, 우리나라까지 퍼져 그동안 세계 50여개국에서 수억마리가 살처분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인들은 쇠고기 보다 돼지고기를 더 좋아한다. 중국의 돼지고기 연간 소비량은 전세계 소비의 절반 가량인 5700만t에 달하는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비가 많다 보니 중국에서는 한국과 달리 돼지고기 가격와 쇠고기 가격이 큰 차이가 없다. 맥도날드에서 돼지고기 패티를 넣은 버거를 만들어 팔아야 할 정도로 돼지고기 사랑이 유난한 곳이 중국이다. 중국 당국이 돼지고기 가격 안정을 물가대책의 핵심으로 관리하는 배경이다. 국내 같으면 제한했을 대기업들의 잇단 양돈업 참여를 당국이 묵인하는 것도 돼지고기 가격 상승에 따른 여론 악화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란 진단도 나온다.


돼지열병이 한층 심각했던 지난해 대응책을 총괄하던 후춘화 중국 부총리가 "돼지고기 공급을 확보하는 것은 경제문제일 뿐아니라 긴박한 정치임무"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후 부총리는 "돼지고기 공급이 충분하지 못하면 샤오캉사회(의식주를 걱정하지 않고 사는 단계) 달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당과 국가 이미지에 손상을 입힐 것"이라고 언급하며 돼지고기 증산을 독려했다. 중국 당국에서는 돼지고기 공급을 늘리겠다며 지난해 하반기에 6개월간 돼지를 새로 키우는 농가에 1마리당 500위안의 보조금을 줬다. 프랑스 양돈기업인 엑시옴으로부터 항공기 4대에 3600마리에 달하는 번식용 돼지를 수입한 것도 돼지고기 증산을 위한 조치의 일환이었다.


국내에서도 돼지열병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농가들이 늘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지만 중국과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국내 돼지열병은 주로 연천 등 북한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했는데 중국·러시아·등지에서 유입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0월 초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뒤 환경부 등 당국이 역학조사한 바로는 중국·러시아에서 유행하는 ASF 바이러스가 북한을 거쳐 비무장지대 인근 접경지역을 통해 유입됐다는 추정이다. 국내 양돈 농가에서도 돼지열병 감염으로 인해 사육하던 돼지 43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자연히 공급이 줄면서 국내 돼지고기 가격이 올라야 하지만 돼지 전염병 소식이 전해진 뒤 소비가 급감하자 가격은 오히려 내렸다. 거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자 외식 소비가 줄며 국내 돼지고기 가격은 크게 떨어졌다. 그러던 게 올들어서는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돼 돼지고기 수입량이 줄고, 외식 대신 가정내 소비가 다시 증가하기 시작하자 돼지고기 삼겹살과 목살 가격이 상승 반전했다. 지난 2월 삼겹살 100g 평균 구매가격이 1480원까지 떨어졌지만 4월말엔 1940원으로 올랐고 5월 들어 2134원으로 껑충 뛰며 '금겹살'이라고 불리는 상황이다. 돼지고기 삼겹살 가격은 2000원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와 유통업체까지 나서 판매촉진 행사를 벌여도 오르지 않던 돼지고기 가격이 코로나19 여파로 상승세로 돌아서 소비자에게는 부담이 늘겠지만 양돈업계에는 숨통이 틔였다. 더욱이 국내에선 돼지고기 가격이 오르더라도 중국처럼 IT업체나 부동산 대기업들까지 양돈업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돼 국내 양돈업계는 이래저래 한숨을 돌리고 있다.


[장종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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