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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하늘 위의 호텔` 초대형 항공기A380의 쓸쓸한 퇴장

by매일경제

매일경제

에어버스에서 제작한 초대형 항공기 A380

여객기를 모는 조종사들은 자신이 모는 기종에 따라 면허를 부여받는다. 보잉(Boeing) 비행기를 예를 들면 B737, B747, B777 기종마다 이것을 조종하는 파일럿의 면허가 따로 있으며, 같은 보잉 회사 비행기라 하더라도 별도의 면장전환 과정을 거치지 않는 이상 조종하지 못한다.


중소형기인 B737 파일럿이 평소 느낌으로 대형기인 B747을 조종하면 활주로에 이착륙할 때 사고가 날 확률이 높다. 이는 각 비행기 간 핵심 원리는 같을지언정 비행기마다 최대 무게, 크기, 속도 등 고려해야 할 것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각 나라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경을 닫고 공항을 폐쇄하면서 항공기가 뜨지 못해 많은 조종사들이 집에서 쉬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조종사들 중에 가장 초조하고 가장 암울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는 것은 어떤 기종의 면허를 가진 조종사들일까.


"A380은 끝났다."


바로 초대형 비행기인 '에어버스 A380' 조종사들이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의 중동 최대 항공사 에미레이트(Emirates) 항공의 CEO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A380의 시대는 끝났다"라고 선언하면서 기정사실이 됐다.


A380은 에어버스에서 제작한 세계 최대 크기의 현역 항공기다. 500명이 넘는 수송능력과 광활한 내부 구조로 인해 '하늘 위의 호텔'이란 별명을 가졌으며 항공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그 압도적인 크기 때문에 큰 인기를 자랑하는 기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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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A380 운용사인 에미레이트 항공마저 “A380은 끝났다”라고 말하면서, 앞으로 초대형항공기의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세계 최대의 A380 운영사로 현재 120대 가까운 A380을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전 인천공항에 매일매일 취항하던 두바이 출발행 에미레이트 항공 기종도 A380이었다.


이런 에미레이트 항공에 있어 A380은 그 압도적인 수송능력만큼 에미레이트 항공을 현재의 월드 베스트급 항공사에 올려놓은 존재이기도 했으며, 다른 항공사들이 감히 넘보지 못하는 단순한 기종을 넘어 '크고 아름다운' 에미레이트 항공을 상징하는 하나의 심벌과도 같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초대형 항공기 수요가 곤두박질치고 중소형 항공기로 재편되는 분위기 속에 끝내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현재 에미레이트 항공에서 A380 전체의 절반가량인 40~50대를 영구적으로 퇴역시킨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A380의 비관적 미래는 전부터 예정됐긴 했다. 에미레이트 항공마저 A380을 포기하게 된 것이 전적으로 코로나19 책임은 아니라는 뜻이다. 항공 수송에 있어 대형 항공기에서 중소형 항공기로의 전환은 사실 거스를 수 없는 메인 시류였으며, A380 제작사인 에어버스 역시 "2021년에 A380 생산을 중단한다"고 지난해 2월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A380 조종사들의 운명도 바빠지게 됐다. A380 퇴역이 확실시되면 앞으로 남는 인력의 A380 조종사들은 적절한 타이밍에 A350이나 A320 등의 다른 기체로 면장전환을 해야만 한다. 교육기간은 기종마다 다르다.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달까지도 걸린다. 이런 게 싫거나 나이가 지긋해서 정년퇴직을 얼마 앞두지 않았다면 그냥 여기서 조종사로서의 삶을 정리하고 제2의 직업을 찾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그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인해 A380을 많이 좋아했고 "나중에 A380 같은 초대형 항공기를 꼭 몰아봐야지"라고 생각했던 필자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씁쓸하기만 할 뿐이다(필자는 에어버스 A320 조종사다). 그래도 어쩌겠나. 시대가 변하면 사람도 거기에 맞춰야 하는 일이다. 코로나19는 단지 A380 퇴장에 있어 기름을 부은 역할인 것이고, 어차피 변화는 예견돼 있었던 것이기에.


Flying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