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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스위스 피르스트에서 아찔한 절벽 하이킹

by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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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 사진기행-1] 태어나 처음 만진 카메라는 아버지의 SLR였다. 사진기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주말마다 여행을 많이 다니며 자랐다. 여행지에 대한 기억은 사진을 통해 재현되곤 했다. 그때부터 다시 돌아오지 않는 순간순간을 포착하고 무엇이든 기록으로 남기는 습관이 생겼다. 고등학생 시절엔 콤팩트 디지털카메라를 갖고 다녔고, 대학생 때부턴 제대로 사진을 찍어 보겠다며 묵직한 DSLR를 장만해 늘 가방에 넣고 다녔다.


하지만 5년 전쯤부터는 더 이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않게 됐다. 처음으로 혼자서 외국여행을 떠났을 때였다. 카메라에 광각렌즈, 망원렌즈까지 이고 지고 다녔더니 반나절 만에 체력이 바닥났다. 사진이야 많이 남겼지만 정작 여행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결국 마지막 날 카메라 장비를 벗어던지고 길거리로 나갔다.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었다. 꼭 간직하고 싶은 장면을 마주하게 될 땐 아쉬운 대로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그때 집으로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면서 새삼 다시 깨달은 점이 있다. 사진을 통해 우리가 얻고자 하는 건 사진 그 자체가 아니라 사진에 담긴 그때 그 순간이라는 것. 스마트폰 사진이 화질은 좀 떨어질지 몰라도 큰 수고 없이 일상을 담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랜선 사진기행'은 필자가 단출하게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다니며 담아낸 이야기다. 주머니 속 스마트폰만으로도 누구나 충분히 멋진 사진을, 아름다운 순간을 남길 수 있다는 걸 느끼는 여행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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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산이라면 융프라우, 마터호른 등을 먼저 떠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가벼운 하이킹과 액티비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피르스트가 제격이다. 해발고도 2167m인 피르스트는 베른주에 위치한 마을 그린델발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정상까지 25분이면 올라갈 수 있다. 피르스트 정상에서는 알프스 산맥의 아이거산 북벽과 그린델발트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고, 한 시간 정도 산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 바흐알프제라는 아름다운 호수에 닿을 수도 있다.


피르스트에서는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데 그중 누구나 한 번쯤 해볼 만한 것이 바로 '클리프 워크'다. 클리프 워크는 피르스트 곤돌라의 종착지인 피르스트역 뒤편에서 시작해 도보로 30분 거리에 있는 카페테리아와 기념품 가게,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절벽 하이킹 코스다. 스위스 스와치 그룹 시계회사 중 하나인 티소가 융프라우 철도와 파트너십을 맺고 조성한 시설인데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다만 가을에는 곤돌라 점검 기간이 있으니 미리 일정을 확인하고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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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을 따라 설치된 철길을 걸어보니 마치 맨손으로 암벽 등반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철길은 딱 한 사람이 걷기 좋은 정도의 폭이어서 반대편에서 누군가 올 때는 몸을 옆으로 비켜 줘야만 겨우 통과할 수 있었다. 발밑으로는 산골 마을의 집들이 작고 아득하게 보였다. 흔들다리를 지날 땐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리가 출렁이는 바람에 아찔했다. 그래도 절벽 끝에 서서 시야에 아무런 장애물 없이 알프스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사실 이런 관광명소에서 풍경 사진을 찍을 때 가장 걸리적거리는 게 다른 관광객들이다. 실컷 구도를 잡고 셔터를 누르려고 하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렌즈 앞에 펼쳐진 멋진 광경을 가로막기 일쑤다. 하지만 어차피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이라면 주변 사람들을 피사체로 잘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지나치는 사람들을 통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주변 풍경과 움직이는 사람들이 잘 어우러지는 적절한 '타이밍'을 포착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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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쉬운 접근은 일단 다른 사람들과 멀리 떨어지는 것이다. 가까이에선 자칫 모르는 사람들 얼굴 표정까지 사진에 담기게 돼 풍경에 방해가 되지만, 멀면 사람들 모습이 그 자체로 풍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때에는 사람이 공간의 규모를 가늠하게 하는 축척 역할을 하면서 공간을 더 웅장해 보이도록 한다. 만약 사람이 가까운 곳에 있다면 뒷모습을 잘 활용하자. 흔들다리만 덩그러니 있는 것보다 그 다리를 조심스럽게 건너는 사람이 함께 있다면 사진에 생동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


피르스트에는 클리프 워크보다 더 역동적으로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도 있다. 피르스트 정상에서 약 800m 아래에 있는 슈렉펠트 곤돌라 역까지 집라인을 타듯 케이블에 매달려 시속 84㎞로 내려가는 '플라이어'가 대표적이다. 그림 같은 풍경 위를 나는 '글라이더'와 카트를 타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리는 '마운틴 카트'도 인기다. 여유롭게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싶다면 자전거 하이킹을 즐길 수 있는 '트로티 바이크'를 추천한다. 글라이더는 슈렉펠트에서 탑승해 피르스트 정상까지 왕복하는 코스다. 마운틴 카트는 슈렉펠트, 트로티 바이크는 보어트 곤돌라 역 주변에서 이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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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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