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랜선여행] 소리없이 터지는 꽃망울…그 아스라한 기억

[여행]by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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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첨성대. [사진 제공 = 한국관광공사]

못 간다. 아니 안 간다. 이 시국에 집 밖을 나서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다. 슬프다. 아프다. 간절하고 보고프다. 그래서 요즘 여행법 중 하나가 '추팔'이라고 한다. 추억팔이를 일컫는다. 예전에 다녀왔던 또는 평상시라면 볼 수 있었을 사진이나 영상을 찾아 대리만족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남녘에서부터 소리 없이 터지는 꽃망울 소식에 귀를 간질일 준비가 됐다는 얘기다. 비록 봄꽃 마중은 못 나가지만 몇 해 전에 찍어둔 꽃 사진 구경은 마음껏 할 수 있다. 여행플러스가 봄꽃놀이를 미리 가봤다. 아니 전에 갔던 경북의 봄꽃로드를 재구성했다.

봄꽃의 여왕 재림 '벚꽃'

꽃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을 만큼 화려하게 피었다가 금세 흩날리듯 떨어지며 꽃비와 함께 사라지는 벚꽃은 단연 봄꽃의 여왕이라고 할 만하다. 이 때문에 짧은 기간을 놓치지 않아야 가장 화려한 벚꽃을 볼 수 있다.


경북 경주 보문단지와 대릉원 일대, 안동 낙동강변 벚꽃거리, 김천 연화지는 벚꽃 명소 중 명소로 손꼽힌다.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경주는 도시 전체가 꽃 물결로 뒤덮인다. 보문단지와 대릉원 일대는 하양과 분홍이 천지다. 벚꽃 길을 가로지르는 마라톤대회가 매년 4월에 열렸지만 올해는 개최가 불투명하다. 안동에는 낙동강변을 따라 벚꽃이 만발한다. 벚꽃 꽃 대궐이 1㎞ 이상 긴 터널을 이룬다. 하회마을과 월영교 주변 벚꽃 길도 빼놓을 수 없다. 김천에는 교동 연화지 둘레길이 입소문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연화지 벚꽃은 하늘에서 내려다본 가장 아름다운 벚꽃이라 불릴 정도이다.

연인의 사랑을 부르는 노랑 '유채꽃'

노란색 꽃 속에 묻혀 아이처럼 깜찍한 포즈를 취하게 된다. 저마다 스마트폰으로 나만의 인증 샷을 남긴다. 사진 찍기 가장 좋은 유채 꽃밭이다. 벚꽃은 짧은 순간 강렬하게 피고 지는 반면 유채꽃은 느긋하게 기다려 준다. 가장 오랫동안 피어 있는 봄꽃, 유채꽃 여행지로 경주 황룡사지와 첨성대, 포항 호미곶, 울릉도 죽도를 추천한다.


경주 황룡사지와 첨성대 유채꽃은 최근 몇 년간 온갖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봄꽃의 핫플레이스로 등극했다. 첨성대와 반월성에서는 학창 시절 교복을 입고 수학여행의 추억에 빠져든다. 가족들과 연인들은 저마다의 포즈를 뽐내며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 잔치를 만들어낸다. 푸른 동해의 봄을 알리는 포항 호미곶 유채꽃은 바다가 있어 싱그러운 노란 빛을 맘껏 담을 수 있다. 또 울릉도 도동항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작은 섬 죽도에도 유채꽃 단지가 있다. 죽도 유채꽃 여행은 울릉도에서 떠나는 또 하나의 섬 여행이 될 것이다.

꽃으로 마을을 품는 '산수유 꽃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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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 산수유 마을. [사진 제공 = 한국관광공사]

온 동네가 꽃으로 둘러싸여 있다. 예쁜 꽃바구니에 아담한 시골 마을이 통째로 빠져 있다. 산수유는 일 년에 두 번 온 마을을 물들인다. 봄에는 노란 꽃잎으로 그리고 가을에는 열매가 붉게 물들인다. 시인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고 있어 다른 꽃들이 시샘할 만하다. 봉화 봉성면 띠띠미 마을과 의성 사곡면 산수유 꽃피는 마을을 빠트릴 수 없다.


어감 좋은 순우리말인 띠띠미 마을은 400년이나 된 원조 산수유 군락지가 있다. 조상 대대로 재배하던 수령 100년을 넘은 산수유 나무들이 고즈넉한 고택들 사이 마을의 골목과 담장을 꽉 메워 장관을 이룬다. 의성 산수유 꽃피는 마을인 화전리 마을 일대는 200~300년 된 자생 산수유나무가 군락을 이뤄 마을 전체가 산수유 물결로 장관을 이룬다.


이 밖에도 경북에는 봄꽃이 만발한 명소가 여럿이다. 매화가 흐드러지게 피는 성주 회연서원, 안동 도산서원은 물론, 목련 명소로 유명한 영주 경상북도 산림연구원, 철쭉 명소인 영주 소백산국립공원, 복사꽃 명소인 경산 반곡지 등이 있다.


[장주영 여행+ 기자]

2021.02.2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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