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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걸으면 힐링된다"…비밀의 공간 '사려니 숲길'

by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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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사려니 숲길의 녹음. 자연 숲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254종에 이르는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사진=송경은 기자

[랜선 사진기행-41] 삼나무 향이 짙은 제주시 조천읍 사려니 숲길. 숲의 안과 밖을 가르는 것은 단 한 걸음 차이였지만 빼곡하게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걸어 들어가자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폭신폭신한 흙길 위로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뻗은 삼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었고 보일 듯 말듯한 하늘에선 간간이 빛 줄기가 쏟아졌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그 빛은 아른아른했다. 마치 커튼을 열고 무대 뒤 비밀스러운 공간에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려니 숲길은 제주의 숨은 비경 31곳 중 하나로 비자림로를 시작으로 물찻오름(원뿔 모양의 작은 언덕)과 사려니 오름을 거쳐 남조로 출구까지 이어진 숲길이다. 전체 길이는 약 10㎞에 이른다. '사려니'란 말은 어원이 분명하지 않지만 '숲 안' '신성한 곳'을 의미하는 '솔(살)아니'란 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져 내려온다. 한라산의 깊은 숲에서도 더 안쪽의 숲을 가리키는 것으로 '인간이 함부로 범하지 못하는 신성한 땅'이라는 의미다. 제주도에서 사려니 숲길이 '신성한 숲길'로 여겨지는 이유다.


사려니 숲길에서 하늘을 올려다 보니 곧게 뻗은 나무의 꼭대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숲이 높게 느껴졌다. 사려니 숲길에는 삼나무뿐만 아니라 편백나무, 졸참나무, 서어나무, 산딸나무, 쥐똥나무, 때죽나무, 단풍나무, 참꽃나무 등 다양한 수종으로 빽빽하다. 이들의 평균 고도는 550m에 이른다. 나무 아래는 천남성, 둥글레 같은 풀과 석송, 뱀톱, 가는홍지네고사리 같은 양치식물이 덮고 있다. 덕분에 오소리와 제주족제비, 팔색조, 참매, 쇠살모사, 제주도롱뇽, 큰오색딱따구리 같은 다양한 동물의 서식지가 되고 있다. 제주도청에 따르면 사려니숲에 살고 있는 야생 동식물은 모두 78과 254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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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사려니 숲길의 전나무숲.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나무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사진=송경은 기자

사려니 숲길은 2002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제주 생물권보전지역(Biosphere Reserve)'에 속한 곳으로, 사려니 숲길에서는 인간의 손길에 훼손되지 않은 숲 본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사려니 숲길의 일부 구간을 개방한 건 2009년으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때부터 차량 출입도 전면 통제됐다. 제주 생물권보전지역은 한라산국립공원을 포함해 해발 200m 이상 지역, 영천과 효돈천 일대 500m 이내 지역 등이다. 사려니 숲길 일대 해발고도는 450~700m다.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걸을 수 있는 사려니 숲길은 어린이나 노인들도 쉽게 완주할 수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매년 전문가와 함께하는 숲길 탐방 등에 참여할 수 있는 '사려니숲 에코힐링 체험' 행사가 한 차례 열린다. 특히 물찻오름은 숲 보호를 위해 행사 기간인 일주일간만 한시적으로 개방된다. 트래킹 코스는 붉은오름 입구(남조로 1118번 도로)에서 출발할 경우 물찻오름까지 편도 7㎞로 소요 시간은 2시간 내외다. 비자림로(1112번 도로) 사려니 숲길 입구에서 출발할 경우 물찻오름까지 왕복 9.4㎞로 2시간 정도다.


사려니 숲길은 시외버스를 타고 사려니 숲길 입구에 내리거나 교래 입구에 내려 15분 정도 걸어가면 갈 수 있다. 제주시외버스 터미널에서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하는 제주시티투어버스를 타도 사려니 숲길 입구에서 내릴 수 있다. 체험 행사 기간이 아니면 자동차로 비자림로 사려니 숲길 입구로 들어설 경우 일부 구간 통제로 붉은오름으로 나가거나 되돌아 나와야 한다. 성판악 주차장에서 들어서는 코스는 평상시 통제되고 서성로 방면의 한남 출입구를 이용할 경우 사려니오름만 오르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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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니 숲길은 전체 길이가 10㎞에 이른다. 이곳 수종의 평균 높이는 550m 수준이다. /사진 제공=제주관광공사

한편 제주시는 '사려니숲 무장애나눔길 조성사업'으로 지난해 총 8억6100만원을 투입해 사려니 숲에 목재 데크 1.2㎞를 조성하고 쉼터와 점자안내판, 안전 난간 등을 설치해 보행약자층이 쉽게 숲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을 보강했다. 특히 데크 노폭을 1.7m로 넓히고 경사도를 완만하게 시공해 휠체어 등으로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시민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안전하고 쾌적한 숲길을 만들기 위해 이달부터 5월 말까지 숲길 정비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송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