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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세상만車

접촉사고, 내차 팔 때 얼마 손해볼까…중고차 가격산정 비밀

by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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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내 차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주범이다.[사진 출처=픽사베이]

[세상만車] 자동차를 타다 보면 크고 작은 사고를 겪게 마련이다. 흠집 하나 없는 무사고차는 사실상 없다.


사고는 중고차 가치를 떨어뜨린다. 차 상태가 어떻든 정들었던 내 차를 파는 차주와 사는 사람(주로 중고차 딜러)이 생각하는 가치 하락폭은 다르다. 가격을 놓고 마찰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사고가 커 차체 손상이 많고 부품이 많이 교체됐다면 이견은 적다. 당사자 모두 제값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가격 협상은 비교적 원활하게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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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촉 사고로 발생하는 경미한 손상은 가치 하락을 놓고 차주와 구매자의 동상이몽을 일으킨다. [사진 출처=손해보험협회]

문제는 간단한 접촉사고 등으로 판금이나 도장 및 교체가 이뤄진 차를 사고팔 때 발생한다. 판매자는 판금이나 도장된 사실을 작게 여기는 반면 구입자는 크게 생각한다. 가격을 놓고 갈등이 발생한다.


갈등을 줄이려면 수리 손상으로 발생하는 감가 기준이 있어야 한다. 사실 명확하게 정해진 기준은 없다. 중고차 평가기관이나 중고차 가치를 높이는 상품화 업체가 참고사항으로 여기는 '대략적인' 기준은 있다.


다만 판금이나 교체 등으로 발생한 감가 기준은 차종 선호도, 교환 부위, 부품 공급 상황, 다른 부품 상태, 거래 지역, 구입자, 수급 상황 등 수많은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범퍼 교체는 무사고, 도어 판금은 단순 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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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차 수리 장면 [사진 촬영=최기성 기자]

감가 기준을 알기 전에 중고차 업계에서 통용되는 무사고차, 수리차, 사고차 정의를 먼저 알아야 한다.


중고차 성능·상태 점검기록부에 따르면 자동차 뼈대를 이루는 주요 골격(프레임) 부위 판금, 용접 수리, 교환 이력이 있는 차량을 사고차라고 정의한다.


차 유리를 감싸는 A·B·C필러, 엔진을 감싼 인사이드 패널, 휠하우스, 뒤쪽 펜더 등에 사고 흔적이 있어야 사고차다.


자체 보증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엔카닷컴과 케이카(K car) 등 중고차 기업은 골격 부위가 절단되거나 용접됐는지 점검하고 체결 부위, 실링, 속패널 색상, 전체 밸런스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사고와 무사고를 결정한다.


무사고차를 정의할 때 소비자와 판매자인 딜러 간에 자주 마찰이 발생하는 부분은 범퍼다. 범퍼를 교체했다면 차 골격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중고차 성능·상태 점검기록부상 무사고차에 해당한다.


또 도어, 프런트 펜더 등 외판 부위에 대한 판금·용접·교환은 단순 수리로 분류돼 사고차로 간주되지 않는다. 단 사고로 구분하지 않을 뿐 구매자에게 반드시 고지해야 한다.


'교환' 때문에 발생하는 소비자 혼선을 줄이기 위해 교환 이력이 있는 중고차에는 '무사고차' 대신 '외부 패널 교환'으로 표기하는 매매 중고차 기업도 있다.

교환·판금, 연식 짧을수록 가격 하락폭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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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카(K car) 중고차 진단서 [사진 출처=케이카]

범퍼 교체는 무사고차에 해당하지만 가격 감가는 이뤄진다. 경차와 소형차는 사고로 범퍼를 도색했더라도 가격 감가는 크지 않다.


가벼운 접촉사고나 흠집 등으로 발생한 단순 범퍼 수리나 교환은 사고로 여기지 않아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는다. 출고된 지 5년 된 차 기준으로 10만~20만원 정도 가격이 하락한다.


앞 펜더 수리나 교환의 경우 판당 차 값의 1~3% 정도가 감가된다. 차 가격이 500만원이라면 5만~15만원 정도 가격을 덜 받게 된다. 뒤 펜더를 수리하거나 교체했을 때는 판당 가격의 7~15% 정도 감가된다.


연식이 짧을수록 가격 감가는 커진다. 또 경차나 소형차보다 중형차나 대형차가 더 많이 가격이 깎인다. 출고된 지 5년 된 차 기준으로 판당 10만원 정도 차 값에서 빼기도 한다.


보닛도 5~15% 정도 가격이 떨어진다. 도어는 한 곳당 5~12% 정도 감가된다. 교환되거나 수리가 필요한 도어가 2곳이면 1.5배, 4곳이면 2배 정도 가격 감가가 이뤄진다.

주행거리는 연평균 2만㎞ 기준으로 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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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카 차량 진단 장면 [사진 출처=엔카닷컴]

국내에서는 1년에 1만5000~2만㎞를 기준으로 주행거리의 길고 짧음을 정한다. 연평균 2만㎞, 5년 10만㎞ 이내면 주행거리는 가격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예외는 있다. 인기 차종일 경우 연평균 1만㎞ 이내면 좀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반대로 인기 여부에 상관없이 연평균 3만㎞ 정도로 주행거리가 많다면 5% 정도 감가된다. 일부 비인기 차종은 가격이 더 많이 떨어진다.


가격에 좀 더 영향을 주는 주행거리는 10만㎞다. 5년 된 차의 주행거리가 10만㎞를 넘었다면 소비자들이 눈길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10만㎞ 미만이라면 소비자들이 좀 더 선호하기도 한다. 9만5000㎞와 10만5000㎞는 1만㎞ 격차보다 더 큰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1만원짜리 상품을 9900원에 내놨을 때 소비자들이 실제 차이인 100원보다 더 많이 싸다고 여기는 것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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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자동차 365 [사진 출처=자동차 365]

사실 주행거리는 신차 보증기간이 남은 차를 제외하고는 부품 교환주기를 파악하는 참고 사항에 불과하다.


수많은 자동차 가치 평가 기준 중 하나에 불과하다. 20만~30만㎞가 넘은 고령차들도 소모품만 갈아주면 운행에 문제가 없는 게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주행거리를 차 구입의 중요한 기준으로 여길 정도로 주행거리에 민감한 만큼 가격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주행거리 조작도 가격 때문에 발생한다.


서비스센터 점검수리 기록, 자동차 365, 자동차민원대국민포털 등으로 주행거리를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예전보다 조작 행위는 줄었다.


하지만 1년 기준 2만㎞를 넘는 차종을 대상으로 2만㎞ 이내로 조작하는 행위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깡통보다 안전·편의사양 갖춰야 가치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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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차 수리 장면 [사진 촬영=최기성 기자]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자동차 옵션(사양)은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애프터마켓에서 장착한 옵션은 헐값 수준으로 가치가 떨어졌다.


요즘은 달라졌다. 각종 첨단 안전·편의 사양 장착이 일반화되고 중고차 판매에 영향을 끼치면서 사양이 많은 차가 인기를 끌고 있다. 가치도 덩달아 높아지는 추세다.


빌트인(매립) 내비게이션(순정, 비순정 모두 포함), 후방카메라, 선루프, 차선이탈방지 등 운전 편의성과 안전성을 향상시켜주는 사양을 장착했다면 잘 팔린다. 매입 경쟁이 벌어져 가격도 좀 더 받을 수 있다.


기본 사양만 장착해 '깡통차'로 불리던 차종은 예전에는 '가성비 중고차'의 대명사처럼 여겨졌지만 요즘은 예전만큼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수동변속기 모델은 매물도 적고 거래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 수동변속기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일부 고성능 차종을 제외하고는 시세보다 10% 이상 가격을 깎아도 팔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안전·편의 사양 가격 감가도 차종, 지역, 시장, 계절,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진다. 다만 차 연식에 따른 '평균값'을 매겨보면 장착 시점 기준 2년 미만 사양은 원래 가격의 60~100%, 3~4년은 50~70%, 5년 이상은 30~50% 정도를 인정받는다.

무채색 인기, 무난해야 잘 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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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를 사고팔 때 차량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자동차민원대국민포털 [사진 출처=자동차민원대국민포털]

색상도 가격에 영향을 준다. 어울리지 않는 색상으로 칠해진 자동차를 딜러들은 문제가 있는 차라는 뜻으로 '하자'라고 부른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무난한 차가 잘 팔리기 때문이다.


흰색, 검은색, 회색, 은색 등 무채색으로 칠해지지 않은 준대형 이상 세단은 수요가 적어 싼값에 판매된다. 비인기 차종은 5% 이상 싸게 팔리기도 한다. 수요가 적은 겨울철 등 비수기에는 가치가 더 하락한다.


대신 경차, 소형세단, 준중형세단, SUV의 경우 색상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 유채색 중형세단은 2010년대 중반까지 가격 감가 대상이었지만 요즘은 '하자'에서 제외됐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