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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골프선수 14명 무더기로 실격한 이유

by매일경제

장타 신인 윤이나의 오구플레이로 골프계가 발칵 뒤집혀 있다.


윤이나는 6월 중순 열린 한국여자오픈 첫날 자신의 볼이 아닌 것으로 플레이한 사실을 7월 중순 주최 측인 대한골프협회에 알렸다. 윤이나는 러프에서 공을 쳤는데 그린에 올라와서 보니 자신의 볼이 아니었음을 알고도 그대로 경기를 진행한 점을 뒤늦게 스스로 신고했다.


원래대로라면 1벌타를 먹고 티샷한 지점에 돌아가 다시 치는 게 맞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사과문까지 냈지만, 실격 처리로만 넘어갈 수 없다는 중징계 여론이 가라앉지 않는다.


대한골프협회는 엄중한 사안으로 보고 곧 공정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결정하고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도 이어 징계에 들어간다. 골프 규칙을 관할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에선 룰 위반을 속이거나 숨기면 영구 출전 금지라는 중징계도 내린다.


잘못된 볼에 스트로크를 하면 다음 홀을 시작하는 스트로크 이전에 신고하고 마지막 홀이라면 스코어 카드 제출 전에 시정하지 않으면 실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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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 위반에 따른 프로선수들의 실격이 심심찮게 일어난다. TV 중계 도중 리더보드에 이름을 올린 선수 이름이 갑자기 보이지 않는 것은 규칙 위반으로 실격됐기 때문이다.


송가은도 7월 하순 호반서울신문위민스클래식을 끝낸 직후 바로 거리측정기 사용 위반을 자진 신고해 실격됐다. 대회 기간 거리측정기의 슬로프(고도) 기능을 끈 채로 경기했지만 장비 사용 규칙을 위반했다. KLPGA 투어는 올 시즌부터 선수와 캐디로 하여금 거리측정기 사용을 허용했다.


거리측정 기능만 탑재된 장비를 사용해야지 고도측정이나 거리에 따른 클럽 선택, 플레이선(방향)을 보조하는 기능을 가진 장비는 금한다. 대회를 끝내고 바로 신고한 점이 감안돼 징계 없이 실격으로만 처리됐다.


안선주는 몇 년 전 일본 투어에서 바람의 방향을 알려고 나침반을 꺼낸 캐디의 실수로 대회장을 떠나야 했다. 플레이어가 라운드 도중 바람이나 잔디 결의 방향을 파악하기 위해 나침반 사용을 금한다는 규칙을 위반했다.


작년 마스터스 우승자 일본의 마쓰야마 히데키도 지난 6월 메모리얼토너먼트 1라운드에서 장비 규정 위반으로 실격했다. 3번 우드의 헤드 페이스 중앙에 공을 맞힐 수 있도록 점선으로 원을 그려놓았다.


스트로크할 때 클럽 헤드의 작용에 영향을 주려고 물질을 발라 변화시키면 안 된다는 규정을 위반한 것. 이를 위반해 스트로크하면 실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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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퓨릭은 늦잠을 자느라 경기장에 지각해 실격한 적이 있다. 부랴부랴 경기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대회는 시작해서 골프백을 풀지도 못하고 돌아갔다.


자신이 속한 조의 티오프 시간 5분 후까지 도착하지 않으면 스트로크 플레이에선 실격, 매치플레이에선 해당 홀 패배다. 5분 이내에 도착하면 2벌타를 받는다.


경기 중 연습스윙으로 황당하게 실격된 사례도 있다. 줄리 잉스터가 경기 시간 지체 도중 몸을 풀려고 아이언에 도넛 모양의 추를 달고 연습스윙을 한 게 화근. 안선주 사례처럼 도움 될 만한 물건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


한때 ‘포스트 타이거’로 기대를 모았던 앤서니 김은 2009년 HSBC 챔피언십에서 티샷 후 드라이버를 들고 가다 스프링클러에 부딪쳤다. 헤드의 토가 미세하게 변형된 줄 모르고 다음 홀에서 그대로 스트로크했다가 실격했다. 규정상 정상적인 플레이 과정에서 변형된 게 아니라면 해당 장비 사용을 불허하며 교체도 안 된다.


공이 모두 떨어져도 실격된다. 2020년 11월 LG시그니처플레이 어스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이창우 이름이 리더보드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9번 홀을 마치고 공이 다 떨어졌다고 조직위원회에 알려 실격했다.


골프 규칙상 18홀을 마칠 때까지 같은 제조사의 같은 브랜드 공을 사용해야 한다는 ‘원 볼’ 규정에 따른 것이다. 공이 없으면 다른 선수에게 빌리거나 프로숍에서 구해도 되는데 이창우는 별도 설명 없이 경기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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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은 2009년 서울경제오픈 1라운드 16번 홀에서 공을 모두 소진하고 갤러리에게 빌려 경기를 이어갔다.


전인지는 지난해 3월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KIA클래식 둘째 날 리더보드에 DQ(Disqualified)가 뜨면서 실격 당했다. 스코어 카드 서명을 깜빡 잊고 제출한 게 원인인데 스코어의 확인, 서명, 제출에 관한 골프 규칙을 위반했다.


골프대회에선 동반자끼리 경기 시작 전에 스코어카드를 교환해 상대 스코어도 기록한다. 당일 경기를 마친 후 상대방이 기록한 자신의 스코어가 맞는지 확인하고 반드시 사인한 후 경기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2003년 디오픈에서 마크 로는 선두를 바짝 추격했지만 경기 전 동반 선수와 스코어 카드 교환을 깜빡해 두 선수 모두 실격했다.


14개 클럽으로 경기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규정을 위반해 어이없이 짐을 싸기도 한다. 박세리는 2003년 한일여자프로골프대항전 매치플레이에서 당시 규정 16개보다 많은 18개를 골프백에 넣고 와 1~4번 홀까지 패배로 처리됐다.


2020년 미국 애리조나주 미니투어에선 참가선수 60명 중 14명이 티잉 구역 밖에서 티샷을 했다는 이유로 무더기 실격됐다. 3번 홀 길이는 스코어 카드상으론 222야드였는데 이날 티 마커는 204야드로 적힌 판(plate) 옆에 설정됐다.


첫 조가 222야드 티잉 구역에서 출발하자 다음 조도 그곳을 사용해 무더기로 실격한 것. 1993년 블루원용인(옛 태영CC)에서 열린 SBS프로골프최강전에서도 최상호를 비롯한 선수 6명이 엉뚱한 곳에서 플레이를 진행해 실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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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플레이도 실격 대상이다. 본인은 차치하고라도 동반자는 물론 다른 팀 경기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플레이할 순서라면 40초 내 스트로크가 권장된다.


세 번 위반하면 실격된다. 공 찾는 시간도 공 찾는 행위가 시작된 후 3분 이내인데, 초과 시 분실로 처리된다.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프로선수 실격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면 그날 골프장 코스 밖으로 모두 나와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매너와 규칙이라는 골프정신을 최대한 지키면서 즐겨야 할 듯하다.


[정현권 골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