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하렐'과 함께 한 서울시립교향악단

[컬처]by 박민우

2017년 1월 1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연린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주회는 개인적으로 매우 특별한 공연이었다. 첼리스트 린 하렐(Lynn Harrell)이 연주하는 '드보르작 첼로협주곡'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20대 초반에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의 감동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이때부터 드보르작 작품에 관심이 높아졌고, '미국 3부작'이라고 불리는 교향곡 9번, 현악 4중주 6번과 함께 즐겨 듣는 레퍼토리가 되었다.  

 

언제나 추억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이번 공연 소식을 듣자마자 많은 기대를 하였다. 사실 이번 연주 자체로만 본다면, 많은 실제 관람객들의 의견과 같이 매우 훌륭하였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젊은 시절의 추억을 꺼내어 즐기기엔 충분하였다.

'린 하렐'과 함께 한 서울시립교향악

1944년생인 린 하렐은 올해 73세다. 생존하고있는 첼리스트로는 미샤 마이스키(Mischa Maisky, 1948-)나 요요마(Yo-Ya Ma, 1955-)보다 유명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드보르작 첼로협주곡만 놓고 본다면 1982년 아쉬케나지 지휘로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레코딩은 그의 '인생작'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음악 평론가들이 아쉬케나지, 이작 펄만과 협연한 베토벤 피아노 3중주 7번 대공을 그의 최고의 명반으로 꼽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드보르작 첼로협주곡을 더 좋아한다. 첼리스트 린 하렐은 국내에서는 그의 소품집인 '린 하렐 - 안단테 칸타빌레'라는 음반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Cello Concerto b-minor)

안토닌 드보르작(Antonin Leopold Dvorak, 1841-1904)은 그의 9번째 교향곡 신세계(From the New World)로 우리에게 친숙한 작곡가다. 알려진 대로 이 교향곡은 미국에 체류중일 때 만들어진 작품으로, 같은 시기에 첼로협주곡과 현악 4중주 6번이 작곡되었다.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은 수많은 작곡가들의 첼로 협주곡 중에서도 '첼로 협주곡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불후의 명작 중에 하나다. 우선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 1악장을 들어보자. 미국의 젊은 첼리스트 조슈아 로만(Joshua Roman)의 연주다.

기존의 협주곡과 달리 서정적인 느낌을 받았다면, 이 곡이 가지고 있는 보헤미안 특유의 리듬 때문이다. 아마도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느낄 수 있는 민속적인 색채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체코 음악이 세계적으로 알려지는데 이런 보헤미안적인 선율의 영향이 컸다.

 

체코 프라하 출신인 드보르작은 어린시절 체코 '민족주의 음악(Nationalism in Music)'의 선배인 스메타나(Bedrich Smetana, 1824-1884)와 바그너, 리스트 음악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원래 오페라에 심취하였으나, 대부분의 오페라는 실패하였다. 아마도 오페라 작곡 능력은 그리 뛰어나지 못했나 보다.

 

그의 인생의 전환점은 50대가 되면서 였다. 1892년 51세때 미국 내셔널 음악원의 초청으로 조국을 떠나 미국 생활을 시작하면서 54세(1895년)에 귀국할 때까지 미국이라는 '신세계'에서 새로운 음악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다. 특히, 미국 흑인 영가에 주목하였고 인디언 음악과 슬라브 음악을 결합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하였다.

 

1893년 교향곡 9번, 현악 4중주 아메리카, 1894년 첼로 협주곡 등 흑인 영가와 보헤미안 색채의 명작들을 잇따라 완성시키며, 세계적인 작곡가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비록 드보르작 자신은 미국 체류중에 심한 향수병에 시달렸다고 하지만, 그가 미국에 가지 않았다면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대작들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체코의 민족주의 음악은 스메타나에 의해 시작되었고 드보르작에 의해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드보르작은 체코 민속음악에 종속되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을 가미해 절충적인 민족주의 음악을 만들어냄으로써 전세계인이 좋아하는 명곡들을 작곡할 수 있었다.

 

끝내 자신이 좋아하던 오페라 분야에서는 명곡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마지막 작품인 오페라 '알미다'를 끝으로 생을 마감하였지만, 여전히 그의 작품들은 클래식 음악계의 '신세계'로 존재한다.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 추천음반

'린 하렐'과 함께 한 서울시립교향악

1. 린 하렐(Lynn Harrell), 아쉬케나지(Vladimir Ashkenazy) -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1982 DECCA


여전히 이 음반이 가지고 있는 열정과 감동을 쉽게 능가하기란 어렵다. 


'린 하렐'과 함께 한 서울시립교향악

2. 피에르 푸르니에(Pierre Fournier), 조지 셀(George Szell) - 베를린 필하모니, 1962 도이치그라모폰


전설의 첼리스트 푸르니에와 함께라면 카라얀이 아니어도 베를린필과의 궁합은 충분하다. 


'린 하렐'과 함께 한 서울시립교향악

3. 로스트로포비치(Mstislav Rostropovich, 카라얀(Herbert von Karajan) - 베를린 필하모니, 1968 도이치그라모폰


젋은 시절 카라얀과 러시아의 대가 로스트로포비치의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는 연주

2017.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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