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아도 예쁘지 않으면 안팔린다…세계는 디자인 전쟁 중

[자동차]by 머니투데이

[편집자주] 디자인이 경쟁력이다.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예쁘지 않으면 안 팔린다. 애플의 아이폰도, 매킨토시도 시작은 디자인이었다. 제조업 강국의 첩경, '디자인 강국'으로 가는 길과 모범적 사례들을 찾아본다.

[MT리포트] '디자인강국' 코리아(上)

'디자인 깡패' 제네시스로 10조원…"디자인에 1억 쓰면 20억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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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중국 광저우 수출입상품교역회 전시관에서 열린 ‘2021 광저우 국제모터쇼'에서 제네시스브랜드의 GV70 전동화 모델이 세계 최초로 공개되고 있다. /사진=뉴스1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는 올들어 10월까지 내수 11만2000여대, 수출 5만3000여대 등 총 16만5000여대가 팔렸다. 특히 수출이 무려 119%나 늘었다. 현대차를 '대중 브랜드'로 인식하던 외국인들이 제네시스의 디자인 변신 이후 '고급 브랜드'로 인식을 바꾼 영향이 크다. 올 한 해 동안 제네시스의 전 세계 판매량은 2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차량 가격에 비춰보면 최소 10조원대 매출이 기대된다.


디자인은 단순히 제품의 외관을 바꿔놓는 심미적 기능에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의 시각에서 상품 자체의 가치를 끌어올려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게 디자인의 힘이다. 산업계와 정부, 디자이너들의 오랜 노력으로 우리나라의 디자인 역량도 어느덧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 '메인드 인 코리아'에 가치를 더하는 우리나라 디자인산업의 경제적 가치만 약 130조원으로 추정된다.


◇"디자인 잘하는 기업들, 주가도 더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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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삼성전자가 20일 온라인으로 '삼성 갤럭시 언팩 파트 2(Samsung Galaxy Unpacked Part 2) ' 행사를 개최하고 모바일 기기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갤럭시Z 플립3 비스포크 에디션'을 공개했다. 사진은 '갤럭시 Z 플립3 비스포크 에디션'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2021.10.20/뉴스1

디자인에 대한 투자는 기업의 수익을 늘리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다. 영국 디자인협의회에 따르면 기업이 디자인에 1파운드(약 1600원)를 투자할 때 매출은 20파운드, 영업이익은 4파운드, 수출은 5파운드씩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최대 컨설팅업체 맥킨지가 300개 업체를 디자인 활동이 활발한 정도에 따라 4분위로 구분하고 5년간 매출을 분석한 결과 상위 1분위는 10%, 2분위는 6.3%, 3분위는 4.6%, 4분위는 4%씩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2008~2017년 코스피 상장업체 중 디자인우수기업 72개사와 디자인선도기업 29개사의 시가총액은 각각 72.3%, 110.6%씩 증가했다. 이 기간 코스피200 시가총액 증가율은 34.6%에 그쳤다. 디자인에 강한 기업들의 성장세가 한국 대표 상장기업들의 평균을 훨씬 웃돈 것이다.


중국에선 이미 디자인이 한국 제품의 핵심 경쟁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2018년 한국 소비재를 수입하는 중국 바이어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8.7%가 한국 제품의 경쟁력 요소로 '디자인'을 꼽았다. 품질(17.4%)이나 거래기업의 신뢰도(16.5%), 브랜드(15.2%)보다 디자인에 더 높은 점수를 준 셈이다.


◇50년 전부터 키워온 K-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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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일 열린 '2021 대한민국 디자인 대상'에서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왼쪽 네번째)이 대통령표창 수상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스1

우리나라가 디자인이 수출의 원동력임을 깨닫고 적극 투자하기 시작한 건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다. 정부는 1970년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전신인 한국디자인포장센터를 설립하고, 1977년 디자인 진흥을 위한 법적 근거로 '산업디자인진흥법'을 마련하는 등 오래 전부터 디자인 육성 정책을 펴왔다.


1999년부터는 디자인산업 육성을 위해 현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디자인대상을 선정해왔다. 디자인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 기관과 기업, 개인 등을 포상하고 격려함으로써 디자인의 중요성을 확산시키고 국민들의 디자인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6일 열린 23회 디자인대상 시상식에선 제네시스 등을 디자인한 이상엽 현대차 전무가 개인부문 최고 영예인 은탑산업훈장을 받는 등 31개의 훈·포장과 표창이 기업과 개인, 지방자치단체 등에게 수여됐다.


산업부의 디자인산업통계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디자인산업 규모는 2019년 18조2900억원 수준에 달한다. 디자인산업 종사자는 33만6000명이며 디자인산업의 경제적 가치는 128조3000억원 규모에 이르렀다.


◇세계는 디자인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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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대구 엑스코(EXCO)에서 개막한 '디자인위크 인 대구 2021'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간편한 접이식 자전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주요 선진국들도 일찌감치 디자인이 가진 파급효과에 주목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해왔다. 1980년대 마가렛 대처 정부 이후 디자인정책을 강조해온 영국은 디자인을 '창조산업'으로 분류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디자이너와 디자이너, 기업과 기업을 이어주고 있다. 2012~2017년 디자인을 포함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에만 5억8000만파운드(약 9300억원)를 투자하는 등 영국은 인적자원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2019년 디자인 업무를 통신정보부에서 무역산업부 산하로 이관하며 디자인을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삼기 시작했다. 2015년엔 '디자인마스터플랜위원회'가 국가디자인전략을 발표하면서 디자인을 국가기술표준으로 편입시키고, 싱가포르의 디자인브랜드를 개발하기로 했다. 개인, 기업, 교육전공자 등 사실상 전국민에게 맞춤형 전주기 디자인교육도 제공한다.


일본은 지난해 경제산업성에 디자인, 패션, 전시 등을 담당하는 '쿨 재팬 정책과'를 신설해 디자인정책실을 그 아래 뒀다. 특허청에도 최고디자인책임자(CDO)를 선임해 디자인과 지식재산권 관련 정책의 총괄을 맡겼다. 경제산업성의 디자인연구회는 매년 시대적 변화에 맞춘 디자인 정책연구를 숭행하며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금의 글로벌 시장 트렌드를 보면 감성적 가치가 더해진 고객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디자인과 디자이너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정부는 디자인이 우리 산업의 혁신을 이끌 수 있도록 디자인 산업계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범블비'만든 한국인 디자이너, '제네시스'로 전세계를 홀리다

◇현대자동차 디자인담당 이상엽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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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EV 콘셉트카 45 앞에서 현대자동차 상품본부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 현대자동차 디자인센터장 이상엽 전무, 주독일 대한민국대사관 정범구 대사, 현대자동차 정의선 수석부회장(왼쪽부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현대차

"전동화 시대에 SUV(다목적스포츠차량)가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세븐'은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에 SUV 특유의 강인한 이미지가 잘 구현됐으며, 탑승객을 배려한 실내 공간은 가족을 위한 생활 공간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 것입니다."(18일 미국 LA모터쇼 개막식)

"GV70 전동화 모델의 디자인은 단순히 새로운 SUV 모델이 아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제네시스만의 디자인을 보여줍니다."(19일 중국 광저우 국제모터쇼)

최근 미국과 중국에서 새롭게 내놓은 전기차 모델을 소개하며 현대자동차 디자인담당 이상엽 전무가 밝힌 브랜드 디자인의 방향성이다. 실제 그는 2016년 현대차에 영입된 이후 매년 주요 모터쇼를 통해 콘셉트카를 선보이며 브랜드의 차별화된 지향점과 비전을 상징적으로 제시해왔다. 대표적인게 브랜드 최초의 전용 전기차인 '45'와 '프로페시', 수소전용 대형트럭 '넵튠' 등이다. '45' 콘셉트카는 올해 '아이오닉 5'로 출시되며 흥행돌풍의 주역으로 떠올랐으며, '프로페시'는 내년 출시 예정인 '아이오닉 6' 콘셉트카다. 이번에 베일을 벗은 '세븐'도 전기차 통합 브랜드인 아이오닉 시리즈의 3번째 모델인 '아이오닉 7'의 콘셉트카다.


지난 3월말에 깜짝 공개된 전기차 기반의 GT(Gran Turismo) 콘셉트카 제네시스 엑스(X)도 마찬가지다. "브랜드 고유의 디자인 방향성인 '역동적인 우아함(Athletic Elegance)'의 정수를 보여준다"며 "두 줄 디자인 요소와 지속가능한 럭셔리를 통해 향후 브랜드에 담길 앞선 디자인과 기술을 선보이는 차량"이라는 이 전무의 설명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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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현대자동차와 제네시스의 디자인을 담당하는 이상엽 현대자동차 전무가 6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제23회 대한민국디자인대상 시상식에서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으로 부터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전무는 현대차와 제네시스 디자인을 통해 한국 산업 디자인 수준을 한 차원 높인 공로를 인정받았다. (현대차 제공) 2021.10.6/뉴스1

그의 디자인 경쟁력은 잇따라 글로벌 수상으로 이어지며 브랜드 가치를 높여왔다. '프로페시'는 iF·IDEA 디자인상과 함께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2020 레드닷 어워드'에서 국내차 브랜로는 최초로 최우수상을 수상(디자인 콘셉트 분야 모빌리티·수송 부문)했다. '45'와 '넵튠'도 본상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45'는 '2020 iF 디자인상' 제품 디자인 분야 수송 디자인 부문 본상, '2020 IDEA 디자인상' 자동차·운송 부문 동상에 이어 3대 디자인상을 석권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아울러 디자인을 주도한 현대차 팰리세이드·넥쏘와 제네시스 G90·G70, 콘셉트카 에센시아는 물론 현대차그룹 웨어러블 로봇 벡스(VEX), 초고속 충전 브랜드 이피트(E-pit) 등도 글로벌 디자인 대회에서 줄줄이 상을 받았다.


이 전무는 이같이 현대차와 제네시스 디자인을 통해 한국 산업 디자인 수준을 한 차원 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6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관하는 '제23회 대한민국디자인대상'에서 개인 부문 최고 영예인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대한민국디자인대상은 국내 디자인 산업 발전과 디자인 경영을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개인과 기업, 단체 등에 포상하는 제도다. 행사 주최측은 "현대차 '센슈어스 스포니티스(Sensuous Sportiness)'·제네시스 '역동적인 우아함(Athletic Elegance)' 등 두 브랜드의 디자인 정체성을 정립했으며,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미래 모빌리티와 로보틱스 등 신산업 분야에서도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차별화된 디자인 전략을 선보였다"며 훈장 수여 배경을 밝혔다.


이 전무는 "디자인을 통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중 브랜드 현대차와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명성을 드높이기 위한 여정을 이어가겠다"며 "훈장은 결과가 아닌 시작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며 글로벌 시장을 지속적으로 이끌 수 있는 브랜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더욱 겸손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무는 현대차 합류 전에도 20여년간 GM과 폭스바겐, 아우디, 벤틀리 등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에서 디자인 경험을 쌓으며 실력을 입증해왔다. GM에 근무하던 2006년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트랜스포머'에서 주인공 '범블비'로 나온 쉐보레 '카마로'를 디자인해 북미 스포츠카 시장 1위(2008년)를 달성하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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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콘셉트카 '카마로 범블비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young@mt.co.kr, 최석환 기자 neokism@mt.co.kr

2021.11.2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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