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트리버 귀여워, 키울래!"…'털 지옥' 괜찮으세요?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배우 박은석씨 강아지가 너무 귀여운데…그것만 보고 쉽게 데려오실까 싶어 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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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은석씨가 키우는 강아지 몰리(골든리트리버). 3개월 밖에 안 되어 이렇게 작지만, 성견이 되면 51~61cm, 27~36kg까지 성장해 대형견이 된다./사진=박은석씨 인스타그램

몰리가 참 귀엽지요. TV에 나온 배우 박은석씨 강아지 말입니다. 3개월 된 골든 리트리버이지요. 꼬물이라 쬐그마하고, 눈은 까맣고, 밤색 털은 북실북실하고요. 구호동씨를 졸졸 따라다니다 옆에 기대 코오 자고요. 똘이(기자의 반려견)만큼은 아니지만(주관적 감정 개입), 참으로 사랑스럽더라고요.


다들 예쁘다고 난리인데 걱정되더라고요. "리트리버 너무 귀여워, 나도 키워야지!" 그러는 분들 많아질까봐 싶어서요. 잘 아시듯 그건 귀여움만 편집된 화면인 걸요. 그게 다가 아닌데, 그것만 보고 덜컥 데려오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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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은석씨와 새끼 강아지(골든 리트리버) 몰리. 리트리버 보호자들은 방송 때문에 키우는 게 유행이 됐다가, 1~2년 후 유기될까봐 걱정하고 있었다./사진=박은석씨 인스타그램

그러다 시간이 지나 "얘 왜 이래?"하고 버려질까봐서요. 걔는 원래 그게 맞고, 하나도 잘못한 것 없고, 보호자인 그대가 몰랐던 것 뿐이거든요.


그러니까 리트리버 녀석들에 대해 미리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부디 집중해서 봐주세요.


50~60cm까지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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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는 지금 아가라서 작은 거고요. 리트리버종은 6개월만 지나도 성견처럼 훌쩍 큽니다.


성견이 되면 체고가 51~61cm에 달할만큼 커지는데요. 골든 리트리버는 51~61cm, 래브라도 리트리버도 54~57cm까지 큽니다. 소형견 아니고 대형견이에요. 왕 커지는 겁니다.


체감이 잘 안 되실 수 있는데, 성인 남성 기준(178cm)으로 허벅지 중간까지 오는 키가 60cm입니다. 제가 직접 재어봤습니다. 여기에 몸무게가 20~30kg까지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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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트리버가 성견이 되면, 자가 위치한 높이 정도까지 크는 겁니다./사진=남형도 기자 셀카

그러니 힘이 정말 세다고 합니다. 산책을 가든, 어디에 가서 함께하든, 녀석들을 데리고 다닐 정도의 힘은 있어야겠지요. 게다가 활발하니까요. 자칫하면 끌려다니다 줄을 놓칠 수 있다고 합니다.


많이 먹고, 많이 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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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견이니 당연히 많이 먹습니다. 식사량이 500g 정도 된답니다. 말티즈(100g)의 다섯 배 정도라고 합니다. "먹는 양이 엄청나다", 이게 리트리버 보호자들 공통 의견입니다.


많이 먹으면 당연히 배변도 많이 하겠지요. 똥을 하루에 최소 7번 이상 싼다고 합니다. 크기도 사람 똥만하다는데, 사람보다 자주 쌀 때도 있답니다. 오줌은 그보다 더 많겠지요.


그걸 누가 다 치워야 할까요. 데려온 보호자입니다. 배변패드도 자주 갈아줘야겠지요. 부지런해야 할 겁니다.


참고로 강아지들이 배변하는 장소는 태어난 지 두 달이 되기 전 이미 학습한답니다. 그 배변 장소가 보호자와 살며 새로 바뀌는 것이고요. 그러니 실수하더라도 강아지들 잘못이 아닙니다. 녀석들 입장에선 혼란스러운 거지요. 그러니 입양·분양처에서 배변을 어떻게 했었는지 정보를 받아서, 배려해서 잘 알려줘야 하는 겁니다.


태어날 때부터 배변을 잘하는 게 아니에요. 인내가 필요한 겁니다.


털 속에 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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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트리버종이 털이 참 많이 빠진다고 합니다. 이 또한 공통된 이야기더라고요. 강형욱 훈련사는 이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기도 했지요. "맨날 청소하는 삶, 털 속에 사는 삶."


실제 리트리버 가족이 있는 보호자들은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털 진짜 오지게 빠집니다." "그 빠지는 털을 가지고, 개 한두 마리가 더 나올 양입니다." "털을 뿜어요."


이중모(겉털+속털)라 그렇답니다. 1년 내내 털갈이를 하기도 하고요. 골든 리트리버는 털 길이도 있어, 더 많이 빠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답니다.


그러니 털을 다 치울 수 있을만큼 빠릿빠릿해야 하고요. 덜 빠지게 하려면 아침·저녁으로 빗질을 자주해야겠지요. 그게 다 보호자들 몫이란 뜻입니다.


'리트리버' 뜻을 아세요?…벽지·장판 씹고 뜯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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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트리버 어원이 '회수해오다(retrieve)'라고 합니다. 본래 오리를 사냥하는 개이고, 수영을 좋아하고, 뭔가를 물거나, 물어서 가져다주는 걸 좋아하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집에 있는 물건도 물고 뜯고 씹을 수 있는 것이지요. 그냥 유전적으로 내재된 행동인 겁니다. 보호자들 전언에 의하면 벽지·장판·리모컨·핸드폰·원목 가구 등도 다 물고 뜯었답니다. 사람 옷을 물거나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고요.


"골든 리트리버 8개월 임보(임시보호)하며 침대 3개, 쇼파 4개 외 모든 가구를 다 바꿨다고요." "쇼파 두 개 버렸어요. 다 뜯어 먹어서요." 실제 리트리버와 함께했던 보호자 이야깁니다.


이런 얘기도 있었습니다. "리트리버를 키우는 건 굉장히 착한 소를 키우는 것과 비슷해요. 근데 그 소가 신나면 막 날뛰면서 집을 부숴요. 그리고 그 소는 늘 신난 상태에요."


"너 이게 뭐하는 짓이야?" 이게 아니라, 걔는 원래 그런 것이고 당신이 몰랐던 겁니다. 자연스레 나올 수 있는 행동이니 '이건 되고, 이건 안 된다'를 정확히 알려줘야 하는 것이지요.


순하기만 한 게 아닌데…활동량 많아요, 산책도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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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한 이미지' 때문에 쉽게 입양되는 것 같아 걱정이 많답니다. 그게 다가 아니랍니다. 호기심도 많고, 활동량도 굉장히 많고요. 그래서 어릴 때 습관을 잡는 게 중요하답니다. 그러니 집에 혼자있지 않게, 늘 케어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가정이 적합하다고 합니다.


산책도 자주 해줘야 하고요. 그게 하루 일과이고요. 8살 리트리버 보호자는 "지금도 하루에 산책을 4번씩 매일 다닌다"고 했습니다. 시간도 충분히 있어야 하고, 걸을 곳도 넉넉해야겠지요. 집이 넓거나 마당이 넓은 분들이 키우길 권한답니다.


꾸준한 산책 훈련이 필요하답니다. 하루 이틀에 되는 부분이 아니고요. 2년째 매일 트레이닝하는 분도 있다고 했습니다. "15년 동안, 매일 하루에 최소 1시간 이상 산책을 시켜줄 수 있나요?" 실제 리트리버 보호자님이 던진 물음입니다.


잘 아시겠지요. 착하고 순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라는 얘깁니다. 다만 대개는 꼬물이 때 심하다가, 2~3살 이후부터 말썽이 줄고 철이 조금씩 든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마저도 개인차가 있답니다. 6살인데도 여전히 호기심 꾸러기라는 아이도 있고요.


암을 주의해야 하고, 병원비도 많이 나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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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아플 수 있는지도 잘 알아야 한답니다.


고관절 이형성증(대퇴고관절의 기형·변성)이 그렇습니다. 고관절이 빠지기 쉬운 건데요. 골든 리트리버 다섯 마리를 교잡해서 우수한 종이 만들어졌는데, 그걸 유지하려 근친 번식을 하느라 이 병이 나타나게 됐다고 합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지요.


에 걸릴 확률도 높답니다. 예방도 잘해야겠지요. 먹는 것과 운동도 신경써야지요. 살찌면 안 되어서요. 예방접종, 영양제, 구충제 등 규칙적으로 관리해야 하고요. 대형견이니 병원비도 더 많이 나오고요. 그 비용 감당하려면 경제적 능력이 돼야겠지요.


"대형견은 지갑으로 키운다는 말이 있어요." "병원비가 소형견 대비 다섯 배는 더 듭니다." 실제 리트리버 보호자님이 하신 얘기이고요.


어려선 이것저것 집어먹고 사고치고 설사도 하기 쉽고요. 그러니 보호자가 응급 상황에 병원에 데려갈 수 있어야 합니다. 자유로운 환경의 직업군의 보호자라면 좋겠지요.


사지 말고 입양해주세요, 버려진 아이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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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걸 알아야지요. 함께 한다는 건 그런 것일 겁니다. 그러고도 끝까지 잘 책임질 수 있다면, 비로소 자격이 있는 것이겠지요. 나만 바라보는 녀석을, 그 어떤 모습이라도 기꺼이 보호할 수 있는 사람, '보호자'란 그런 게 아닐까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한 인간들이 참 많습니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들어가 봤습니다. 이곳엔 유기된 동물들 목록이 있습니다. 12월 1일부터 2월 1일까지 유기된 동물 리스트를 살펴 봤습니다.


버려진 골든 리트리버는 25마리나 됐습니다. 래브라도 리트리버도 42마리나 됐고요. 경기·충남·대구·제주·경기·경북 등 전국 각지에서 유기 되었습니다. 떠돌다 교통 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된 아이도 있고, 담요를 걸친채 발견된 녀석도 있었습니다.


잘 알지도 못한 채 키우고, 이럴 줄 몰랐다며 쉽게 버리고요. 이건 리트리버 뿐 아니라 많은 유기동물에게 다 해당하는 얘기일 겁니다. 제발 꼼꼼히 배우고, 알아보고, 그래도 괜찮을 때 키워야지요.


리트리버를 키우다 갑자기 이사를 가게 된 분이 있었습니다. 도저히 여건이 안 돼, 지인이 있는 한적한 시골로 보냈답니다. 떠나던 날, 그 착하고 순한 리트리버가 무언가 직감했는지 코로 모래바닥을 마구 비비더랍니다. 피가 나더랍니다. 그걸 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랐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다행히 행복하게 잘 살고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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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 한 주차장서 발견된, 버려진 래브라도 리트리버. 춘천시 동물보호센터서 보호 중이다. 연락처는 033-245-5351. 그대로 두면 안락사 됩니다.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사진=동물보호관리시스템

강원도 춘천의 한 주차장서 유기된 래브라도 리트리버는 철창 안에서 혀를 쏙 내밀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태어났고, 특징은 온순하다고요. 누군가 품어주지 않으면 안락사 될 겁니다.


그러니 부디 사지 말고 입양해주세요. 동물보호시스템에 들어가셔도 되고, 포인핸드를 통해 입양하셔도 됩니다.


버려진 아이들은 아무런 죄(罪)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기사는 리트리버 보호자였거나 보호자이신 아홉 분과, 한준우 딩고코리아 대표(동물행동심리학자)를 인터뷰 해 작성했습니다. 리트리버를 키우셨던 분들은 댓글을 통해 실제 키워보시니 어떤지 더 많이 들려주세요. 동물보호시스템에 들어가시면 유기된 리트리버 아이들을 입양하실 수 있습니다. 기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형도 기자 드림.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2021.02.0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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