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 쫙 깔린 '소주', 한국 아니었네…일본 MZ들 열광하는 이유

[라이프]by 머니투데이

to'K'yo-일본 한 가운데 깃발 꽂은 K-브랜드 (上)

[편집자주] 콘텐츠·패션·음식 등 한국의 라이프 스타일을 그대로 향유하는 형태의 신한류가 등장했다. 한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음식을 시켜 먹고 화장품을 바르는 식이다. 문화강국으로 꼽히는 일본, 그중에서도 글로벌 도시 도쿄 한 가운데서 신한류 기세를 이어 나가기 위해 깃발을 꽂은 K-브랜드를 조명한다.

"넷플로 한국어 배웠어요"…'#강코쿳포' 에 열광하는 日 M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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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후 맘스터치 도쿄 시부야점 매장 앞. 약 20여명의 손님이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하수민기자

"넷플릭스로 한국어를 배웠어요. 맘스터치에서 양념치킨 먹을 거예요."


일본 도쿄 시부야 중심에 자리 잡은 맘스터치 매장 앞. 길게 늘어선 대기 줄에 선 요시하라 마오씨(20)는 이같이 말했다.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에 사는 마오씨는 친구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보고 맘스터치 매장 오픈 소식을 알았다. 마오씨는 "친구가 너무 맛있다고 해서 직접 도쿄에 찾아와 매장을 방문하게 됐다"며 "양념치킨이 일본 가라아게랑 완전히 다르다고 들었는데 이번에 먹어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코로나19(COVID-19) 확산 이후부터 넷플릭스, 유튜브 등으로 한국 콘텐츠를 접한 일본 MZ(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음식, 패션, 뷰티 등 한국 문화에 대한 친밀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감지, 일본에 직접 진출을 시도하는 한국 프랜차이즈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도쿄 시부야에 1호점 낸 맘스터치가 그중 하나다.


지난 16일 시부야에 매장을 오픈한 맘스터치는 현지 MZ세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매장 오픈 1주일이 지난 23일 오후에 방문한 맘스터치 시부야 점 매장 앞에는 약 20명이 넘는 이들이 당일 현장 입장을 위해 줄을 서 있었다. 대기하는 손님들을 안내하기 위해 매장 내부 테이블 상황을 실시간 영상으로 보는 직원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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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후 맘스터치 도쿄 시부야점 매장 앞. 한 직원이 대기하는 손님들을 안내하기 위해 매장 내부 테이블 상황을 실시간 영상으로 보고있다. /

맘스터치는 브랜드 광고 음악도 현지 Z세대 소비자들 사이의 입소문을 겨냥해 '진짜진짜 오이시(美味しい)'처럼 '한본어(한국어+일본어) 가사와 중독성 짙은 멜로디를 사용했다. 로고 색인 노란색으로 래핑 된 맘스터치 광고 트럭은 한본어 노래를 크게 틀며 시부야 일대를 돌아다녀 현지인뿐만 아니라 도쿄를 방문한 서양 관광객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일본 MZ세대의 마음을 빼앗은 한국 브랜드는 맘스터치뿐만이 아니다. '한국 스타일'이라는 뜻의 '韓?っぽ' 인스타그램 태그는 35만회 누적됐다. 해당 태그를 누르면 한국 스타일의 카페, 음식점 사진과 영상이 뜨는 식이다. 실제로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었던 불닭볶음면부터 참이슬, 처음처럼 같은 한국 소주는 일본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 메가 돈키호테와 편의점 등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시부야 인근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카추세 유카(21)씨는 "NCT 재현을 좋아해서 한국 예능을 보기 시작했는데 주위 친구들도 그런 경우가 많아서 한국 문화에 대해 친숙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편의점 매장에서 한국 소주를 찾는 사람이 종종 있는데 이 사람들도 비슷한 경우라고 느끼고 있다. 한국에 여행 갈 수 있다면 꼭 삼겹살에 '소맥(소주+맥주)'을 먹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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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시부야 대형 할인 잡화점 메가돈키호테 내에서 한국 주류를 판매하고 있는 모습. /사진=하수민기자

일본 소비자 공략에 한국 프랜차이즈는 더 있다. 할리스는 일본 오사카 1호점을 1일 오픈했다. 할리스의 첫 해외 진출 매장은 오사카 난바 마루이 백화점이다.'약과 크림라떼' '행운 쑥 라떼' '한라봉유자스무디' 등 한국 전통의 맛을 담은 일본 한정 스페셜 메뉴를 선보일 예정이다.


부산에서 시작한 커피 프랜차이즈 '블루샥'도 지난해 일본 현지 기업 '애록'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도쿄 시부야에 1호점 매장 오픈을 준비 중이다.


일본은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성향이 강하다 보니 해외 브랜드의 진입 장벽이 높다고 알려졌지만 코로나19 이후 불어온 신한류 열풍으로 허들이 낮아지고 있다는 게 업계 측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 길이 막혔던 코로나 19시기에 오히려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영화 등이 일본 20·30세대에게 인기를 끌면서 한국 음식 자체도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이런 수요를 발견한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일본 공략에 하나둘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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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시부야 인근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참이슬과 순하리 매대 곳곳이 비어있다. /사진=하수민기자

"K뷰티 인기 선도하겠다"…도쿄 스크램블에 뜬 이 브랜드[영상]

지난 23일 도쿄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위 전광판에서 아모레퍼시픽 '아모파시페스'행사 광고 영상이 나오고 있다. /영상=하수민기자

'이니스프리 라네즈 에스트라 에뛰드 미쟝센 퍼즐우드 롱테이크 프리메라…'

지난 23일 오전 10시 24분. 하루 50만명, 한번에 3000여명의 관광객이 찾는 도쿄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도로 위를 장식하는 커다란 전광판 여러개에 한국 화장품 회사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로고가 하나둘 뜨기 시작했다. 뷰티 강국 일본에서 K-뷰티 인기를 선도해나가겠다는 아모레퍼시픽의 포부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일본에서 오는 5월 31일까지 약 5주 동안 대형 프로모션 행사인 '아모파시페스(アモパシフェス)'를 통해 브랜드 알리기에 집중한다. 일본 주요 도시의 대형 잡화점 '로프트' 매장 10곳에서 이니스프리, 에뛰드, 라네즈 등 이미 일본에 진출한 브랜드 외에도 롱테이크, 퍼즐우드, 아이오페 등 미진출 브랜드까지 현지 고객들에게 선보인다.


행사 기간에는 일본의 인기 인플루언서들이 로프트 10개 매장을 방문해 이벤트를 소개하는 틱톡 릴레이도 진행된다. 다음 달 7일까지는 시부야 로프트 내 '미사카 스테이지'에서 에스트라의 피부 진단 서비스를 비롯해 에스쁘아의 메이크업 체험, 에스트의 피부 진단 서비스 등 다양한 고객 체험 이벤트도 열린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일본에서 에뛰드, 이니스프리, 라네즈 등 각각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그게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라는 인식은 낮은 수준"이라면서 "아모파시페스 같은 행사와 브랜드 광고를 통해 아모레퍼시픽 모기업 브랜드 이미지를 널리 알리면서 일종의 엄브렐라 브랜드로서 자리 잡겠다는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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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시부야 로프트 매장에서 진행중인 아모파시페스 행사 매대. /사진=하수민기자

프로모션 행사 외에도 아모레퍼시픽은 오프라인 유통사와 손잡고 팝업 매장도 운영하고 있다. 일본 백화점 업계 1위인 미츠코시 백화점 지하에는 정식 매장과 비슷한 규모로 헤라 팝업 매장을 운영 중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바로 앞에 보이는 프라임존에 매장이 위치해 한눈에 헤라의 뮤즈인 제니의 얼굴을 마주 할 수 있다.


도쿄 내에서도 쇼핑거리로 꼽히는 오모테산도에는 이니스프리 플래그십 매장도 들어서 있다. 이니스프리 인기 세럼 패키징 변화와 역사를 담은 작은 박물관 같은 곳도 마련됐다. 이니스프리 매장에서 일하는 다카하시 미오씨(29)는 "이니스프리는 오래전부터 일본에서도 인지도를 쌓아오던 브랜드"라면서 "오프라인 매장에 직접 방문해 사용해보고 구매할 수 있어 좋다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모레퍼시픽 등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일본 시장에 집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세계 3대 화장품 시장으로 꼽히는 일본 뷰티 시장에서 한국 코스메틱 제품의 존재감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對)일본 화장품 수출액은 8억606만달러(한화 약1조 1115억)에 달한다. 이는 전년 대비 8% 늘어난 수치로, 역대 최고치다. 전체 대일 수출이 감소한 것과 달리 화장품 수출만 증가했다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일본 뷰티업계 관계자는 "일본 제품이 트렌디함에서 밀린다는 젊은 일본인들의 시각이 만연해지고 있다"면서 "뷰티 전통 강자인 시세이도 그룹 등은 늘려놨던 화장품 브랜드 라인을 축소하는 상황이지만 한국 브랜드들의 존재감은 오히려 돋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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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위 전광판에서 아모레퍼시픽 '아모파시페스'행사 광고 영상이 나오고 있다./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도쿄(일본)=하수민 기자 peathe_in@mt.co.kr

2024.05.16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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