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은 왜 아들 취업을 자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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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일 숙대 특강서 아들 취업 성공 사례 언급 후 '취업 특혜 논란' '꼰대 논란' 불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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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에서 '대한민국 청년들의 미래와 꿈'을 주제로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2019.6.20/뉴스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 대학 특강에서 아들 취업에 대해 발언한 뒤 후폭풍이 거세다. 청년 취업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며 국민 정서를 건드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 대표는 지난 20일 숙명여대 특강에서 "내가 아는 한 청년은 3점도 안되는 학점에 800점 정도 되는 토익으로 취업을 했다"며 "졸업 후 15개 회사에 서류를 내 10개 회사에선 서류심사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5곳에서 최종 합격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청년이 바로 우리 아들"이라고 말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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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합격자 평균 분석 /사진=잡코리아

◇800점 토익, 3점도 안되는 학점에 KT 취업?


곧바로 황 대표의 아들이라서 입사 특혜를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황 대표의 아들은 KT에 입사했는데, 일반적으로 3점도 안되는 학점에 800점 정도 되는 토익으로는 입사가 쉽지 않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KT 입사자의 스펙 평균은 △학점 3.64(4.5 만점 기준) △토익 842점 △토익스피킹 레벨6 등이다. 스펙 상위 20% 입사자의 스펙 평균은 △학점 3.68(4.5 만점 기준) △토익 857점 △토익스피킹 레벨6, 스펙 하위 20% 입사자의 스펙 평균은 △학점 3.56(4.5 만점 기준) △토익 708점 등이다. 황 대표의 말 대로 3점이 안되는 학점에 800점 정도 되는 토익 점수로 입사했다면 매우 낮은 하위 스펙으로 입사에 성공했다는 얘기다.


이에 특혜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치권이 술렁였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황 대표는 청년들에게 강연한 것인가, 아니면 '무스펙'으로 KT에 입사한 아들의 취업비리 의혹을 해명한 것인가, 그도 아니면 청년들에게 염장을 지른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 대변인은 "황 대표는 결국 KT 취업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아들을 공개적으로 비호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황 대표의 청년에 대한 이해가 참담한 수준"이라며 "'황교안 아들' 그 자체가 스펙이 되는 세상에 청년을 기만하기로 한 모양"이라고 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무스펙 취업성공'이라는 자식 자랑은 KT 특혜채용 의혹을 자인하는 꼴"이라며 "황 대표는 대학에 가서 강의할 게 아니고 아들의 특혜취업 의혹부터 밝히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김동균 정의당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황 대표가 자신의 아들이 스펙도 안 되는데 KT에 합격했다는 사실을 밝혔다"며 "지난 3월 KT 새노조는 황 대표 아들의 부정채용 의혹을 제기했는데, 황 대표의 말이 사실이라면 부정채용 의혹이 사실에 가깝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도 "황 대표가 법무부 장관 시절 그 아들이 KT 법무팀에 배치된 배경은 명확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실은 학점 3.29에 토익 925점"… 밝힌 뒤 더 큰 논란


논란이 커지자 황 대표는 21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시 글을 올렸다. 여기서 황 대표는 "스펙 쌓기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의 고정 관념을 깨고자 하는 마음에 아들 사례를 들었는데 여러가지 설왕설래가 있었다"면서 "취업 당시 아들의 학점은 3.29점(4.3 만점 기준), 토익은 925점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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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황교안 페이스북

황 대표는 "어제 숙명여대에서 대한민국 청년들의 미래와 꿈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는데 청년들과 대학생들을 격려하고 응원하고 싶었다"며 "스펙 쌓기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깨고 조금만 눈을 돌리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논란을 잠재우려던 황 대표의 의중과는 달리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번에는 2030 젊은 세대가 사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분노가 터져나왔다. 이들은 황 대표가 청년실업 문제 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도 못하면서 '꼰대' 마인드로 청년을 가르치려 들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열심히 살고 있는 청년들을 욕보였다며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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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에서 '대한민국 청년들의 미래와 꿈'을 주제로 학생들과 대화하기 위해 강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2019.6.20/뉴스1

누리꾼 ilot****는 "지 아들 토익점수 모를 수는 있는데, 모르면서 공식적인 자리(특강)에서 아는 척 얘기하는 건 저 사람이 평소에도 입만 열면 종종 꼰대짓을 했다는 반증이다. (취업 방법이나 스펙 등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대학생들 앞에서 왜 자기 아들이 토익 800점에 취업했다는 말을 하나"라고 지적했다.


누리꾼 feve****는 "다른 취업 성공 사례를 찾아서 예시로 들 수도 있었을텐데, 왜 자기 아들 성적을 속여가며 거짓으로 인용한 것인지… 진정성이 없어 믿을 수가 없는 사람이네. 차라리 그냥 본인 주변 이야기를 솔직하게 말하든가. 의도를 가지고 끼워 맞추려다가 거짓이 들통났다"라고 말했다.


누리꾼 gatt****는 "아들을 사례로도 들고 싶고, 자랑도 하고 싶고 (했던 것 아닐까)"라고 지적했다. 닉네임 마그****는 "고정관념을 깨려고 했으면 '사실'을 가지고 깨려고 해야지, 거짓말로 깨려고 하는 게 말이 되냐"고 썼고, hk****는 "토익 925점이면 낮은 스펙도 아니구만. 청년들을 더욱 욕보이고 있다"라는 글을 남겼다.


논란이 거세지자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황 대표가 강연에서 강조한 것은 '스펙보다 원하는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특성화된 역량을 쌓으라'는 것이었음을 강조하고 나서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분노는 쉽게 잠재워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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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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