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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 ]

문과생도 코딩 배우면 억대연봉 받을 수 있나요?

by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IT개발자 교육기업인 패스트캠퍼스는 최근 개발자 취업 무료 교육과정 모집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15명을 선발하는데 4000명이 넘게 몰려서다. 특히 서류 통과자 중 64%는 비전공자였다. 이 회사뿐 아니다.


최근 유명 IT기업들이 속속 개발자 유치경쟁을 벌이며 연봉을 올리고 스톡옵션 등 처우개선에 나서자 , 비전공자들도 속속 IT개발자로 전직을 꿈꾸며 코딩교육 기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한때 'IT 개발자의 말년은 치킨집행'이라는 자조가 나올 정도로 처우가 열악했던 개발자가 이젠 가장 뜨거운 직업군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에 대기업 사무직이나 자격증 취득, 고시 준비에 나섰던 문과생들 사이에서도 개발자 길을 택하는 행렬이 늘고 있다.


실제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 1만5600명이었던 기타 전공 출신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이, 2019년에는 2만3600명으로 늘어났다. 1년 사이 8000명이 증가한 것인데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이후 비대면 서비스가 폭증한 만큼 현재는 그 숫자가 더 늘어났을 것이 확실시된다.


릴레이 연봉인상, 너도나도 개발자 유치경쟁

개발자가 '귀한 몸'이 된 것은 수요에비해 공급이 부족해서다. 특히 모바일앱과 AI(인공지능) 등 비대며 서비스 수요가 몰리는 분야의 고급개발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기업들이 개발자 확보에 혈안이된 상태다.


지난 2월 넥슨이 재직자 연봉을 일괄 800만원 인상하고 초봉을 5000만원으로 높인다고 발표한게 신호탄이었다. 같은 달 넷마블도 연봉 800만원 인상을 발표했고, 컴투스와 게임빌, 스마일게이트도 뒤를 이었다. 크래프톤은 지난달 25일 개발자 연봉 2000만원 일괄 인상과 초봉 6000만원 책정 등 강수를 뒀다.


여기에 포털 업계도 불을 지폈다. 네이버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900명 가량 개발자를 채용키로 했다. 이를 위해 연 1회 실시하던 신입 공개채용을 상하반기 2차례에 걸쳐 실시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비전공자에대해서도 교육을 통해 업무에 투입시킨다는 계획이다.


카카오커머스는 신입 개발자에 1억원 규모의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경력 개발자는 추가로 사이닝 보너스 500만원도 지급한다.


포털, 게임업계 뿐 아니라 스타트업도 연봉 인상 릴레이에 참여했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업체인 직방은 재직 중인 개발자 연봉을 2000만원, 비개발직군 연봉은 1000만원씩 인상키로 했다. 개발자 초임 연봉은 6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문과생에서 개발자 변신…어떻게 하면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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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학에서 개발 관련 전공을 하지 않았어도 민간 교육 기관 등에서 코딩교육을 이수하고 각종 프로젝트로 개발자로서 역량을 기르면 취업이 가능하다.


IT 부트캠프 스타트업 코드스테이츠는 현재 22주 과정과 50주 과정을 운영 중이다. 교육은 비전공자도 개발자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실제 현장과 유사한 방식으로 학습하는데 초점을 뒀다. 개발자 채용을 원하는 180여개 기업과 연계해 이들 기업에서 요구하는 개발자 역량을 파악, 수업 과정에 담아냈다. 업체에 따르면 교육 수료생 90%가 취업에 성공했다.


기업에서도 코딩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삼성전자 ‘청년 SW 아카데미’, 네이버 ‘부스트캠프 AI 테크’, 우아한형제들 ‘우아한 테크코스’ 등이 대표적이다. 코딩뿐 아니라 실제 업무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인턴 채용 기회도 주어진다


정부 차원에서도 비전공자들 개발자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는 개발 인재 육성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서울시가 협력해 2019년 12월 설립한 기관이다. 해외 22개국에서 도입한 글로벌 소프트웨어 교육 프로그램인 프랑스의 에꼴42 과정을 도입, 운영 중이다.


코딩 배우면 나도 고연봉 개발자? 불가능하진 않지만...


실제 이같은 방식으로 코딩을 배우고 나면 바로 높은 연봉을 받는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최근 IT기업이 높은 연봉과 처우 개선 등으로 개발자 모시기에 나선 이유는 '쓸만한 개발자'가 없어서라는 게 업계 판단이다. 신입 개발자는 많지만 정작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고급 기술을 갖춘 인재가 적다는 것이다.


한 IT업체 관계자는 "10년차 이상 팀장급 모바일앱 개발자는 지옥 끝까지 가서라도 데려와야 한다는 얘기가 나돈다"면서도 "경력이 없는 초짜라면 굳이 데려올 필요가 없다는 뜻"이라고 잘라말했다.


실제 일부 기업은 신입 개발자를 채용할 때 아예 비트컴퓨터 등 교육기관에 의뢰해 일정한 전문 개발자 과정을 추가로 거치도록 한다. 이를 수료한 개발자만 해당기업 실무에 투입되는 형태다. 그만큼 현업에서 필요한 기술 수준이 높다는 의미다.


비트컴퓨터 관계자는 "기업들은 실무에 바로 투입할 1~2년차 이상의 수준을 가진 개발자를 필요로 하고 있어 전문교육과정을 추가로 거친 개발자를 선호한다"면서 "신입 개발자에게 기회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뉴스에 처럼 고액 연봉 자리로 가기는 쉽지 않다. 막연한 환상과 기대감으로 개발자가 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