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의 ARM인수와 AP전쟁의 서막

[테크]by 김석기
소프트뱅크의 ARM인수와 AP전쟁의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영국의 반도체 업체 ARM홀딩스(ARM Holdings)를 234억 파운드(약 35조 2,600억원)에 인수한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8일(현지시각) 기사를 냈다. 마사요시 손(한국명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둔 신의 한 수이자 AP 전쟁의 서막이 시작된 것이다. ARM은 일반적인 IT기업이 아니다. 애플, 구글, 삼성전자와는 전혀 다른 독보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IT 전문 매체 리코드에 따르면 ARM 설계에 기반을 둔 칩을 탑재한 기기는 지난해 150억 대다. 애플이건 안드로이드건 ARM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소프트뱅크가 인수한 ARM은 어떤 회사인가

소프트뱅크의 ARM인수와 AP전쟁의

ARM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우선 AP(Application Processor)에 대해 알아야 한다. AP란 스마트폰에 들어있는 CPU라고 생각하면 된다. PC의 CPU와 구분해서 AP(Application Processor)라고 부른다. 기능적인 면에서 AP가 하는 일은 PC의 CPU와 동일하다. 차이가 있다면 모바일에 적합하도록 크기가 작고, 저전력 사용과 발열을 줄였다는 점이다. ARM은 AP를 직접 제조하는 회사가 아니다. AP를 설계하는 영국 회사로서 ARM에 의해 설계된 AP 아키텍처를 AP 제조사에 라이선스 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ARM에서 코어텍스-A(Cortex-A) 시리즈의 설계도면을 내놓으면 애플이 이를 바탕으로 자사의 제품에 맞게 최적화시켜서 제품을 내놓은 것이 애플칩 A7 등이고 퀄컴이 ARM의 아키텍처를 가져다가 만든 제품이 스냅드래곤이다. 마찬가지로 엔비디아에서 ARM 기반으로 만든 AP가 테그라 시리즈이다. 심지어는 인텔조차도 ARM을 기반으로 AP를 제작하다가 얼마 전부터 자사의 아톰 프로세스 기반의 제품으로 노선을 변경하였다. 현존하는 거의 모든 AP는 애플이건 안드로이드건 ARM의 아키텍처 설계에 기반을 둔 제품이라고 보면 된다. ARM은 1985년 PC용 RISC CPU를 개발한 캠브리지 대학의 연구진이 새로 개발된 RISC CPU를 PC 시장에서 상용화하기 위해 Acorn Computer Group을 세우고 ARM(Acorn RISC Machine)이라는 이름으로 벤처업체를 세우면서 시작되었다. 최초의 PDA인 애플의 뉴턴 메시지 패드에 사용될 저전력 CPU를 개발하기 위해 애플이 투자하고 참여하게 되면서 Acorn Computer, 애플, VLSI Technology의 조인트 벤처가 된 ARM은 1998년 상호명을 Acorn RISC Machine에서 Advanced RISC Machines으로 바꾸고 런던 증권 거래소에 상장함으로 애플이나 VLSI에서 독립된 독자적인 회사가 되었다.

소프트뱅크의 ARM 인수와 AP 전쟁의 시작

이제까지 ARM의 포지션은 독립적이고 중립적이었다. 모든 AP 제조사들은 ARM의 표준설계를 기반으로 자사 제품을 만들어 ARM의 우산 아래서 경쟁을 해왔다. 이는 AP 시장에서 특정 AP 제조업체가 불공정거래를 하거나 폭주할 경우 ARM에 의해 제지 당할 수 있음을 뜻한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ARM이 라이선스를 중단할 경우 AP를 생산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ARM의 창업자들은 이러한 부분을 잘 인지하고 있었으며, ARM이 특정업체와 합병하게 될 경우 AP 제조업계뿐 아니라 모바일 산업 전체의 판도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음도 잘 알고 있어 ARM을 매각하지 않겠다고 천명해 왔다. 


320억 달러는 정말 큰 자금이다. 소프트뱅크는 이 인수 자금을 모으기 위해 현재 잘 나가고 있는 슈퍼셀, 알리바바 등의 지분을 매각했다. 무리했다 싶을 정도의 자금 규모로 ARM에 배팅한 것이다. 마사요시 손 회장이 얼마 전 은퇴를 취소하고 현역으로 남아있겠다고 선언한 이유도 이번 합병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자금의 문제뿐 아니라 아무도 사려고 시도조차 못하던 ARM의 창업자들을 설득하여 엄청난 일을 이루어낸 것이다. 


이번 ARM 인수로 소프트뱅크는 단숨에 모바일 세상의 맹주가 되었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등 그 어느 누구도 마사요시 손 회장과 소프트뱅크가 어떤 요구를 하든 거절할 수 없다. 

AP 전쟁의 서막

앞으로 스마트폰 뿐 아니라 웨어러블, IoT, AR, VR 등 AP의 시장이 폭발하려는 이 시점에 소프트뱅크가 ARM을 합병하면서 이제 더 이상 중립은 사라졌다. 그 중 퀄컴과 인텔의 경우 삼성전자는 알 수 없는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시장이 커지고 확대되면 AP의 수요와 판매가 늘어나면서 수많은 AP 회사가 필요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PC CPU의 예를 들자면 40여 년 전 초기 시장에서 수많은 CPU 제조사가 존재하며 경쟁했지만 시장을 정리하고 남아있는 CPU 제조사는 인텔과 AMD 두 개 회사뿐이다. AMD의 경우도 독점에 대한 정부의 견제를 피하기 위해 인텔이 라이선스를 주면서 살려놓았을 뿐 실질적으로는 40년간 CPU 시장을 인텔이 독점해왔다. AP 시장도 마찬가지이다. 소프트뱅크가 AP 시장에서 인텔과 같은 위치에 올라선다는 의미는 인텔이나 퀄컴이 시장에서 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인텔의 경우 이러한 낌새를 채고 버리다시피 했던 자사의 모바일 칩인 atom을 다시 살려 집중하고 있다. 퀄컴 역시 ARM기반의 스냅드래곤에서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무기를 준비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제 본격적인 AP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나팔소리가 울려 퍼졌다.

201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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