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양숙'에서 '문재인'까지… 희대의 사기극 여인 정체는
선거캠프 돌며 '자칭' SNS 전문가로 활동
남편과 같이 정치인과 친분 맺으려 노력
사기© News1 DB |
'권양숙 여사'라고 속여 윤장현 전 광주시장에게 4억5000만원을 뜯어내고, 자녀들 취업까지 성사시킨 보이스피싱 사기범 김모씨(49·여)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부터 10개월여에 걸쳐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비롯해 노 전 대통령 혼외자 보호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등을 사칭하며 사기행각을 벌였다.
전과 6범으로 알려진 그는 최근 몇 년간 광주·전남지역 주요 정치인 선거캠프에서 활동하며 SNS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지역 정치권 인사들에 따르면 김씨가 활동한 캠프는 2015년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 천정배 후보, 2016년 총선 광주 서구을 양향자 후보와 광주 북구갑 강기정 후보, 2017년 대선 민주당 광주시당, 2018년 지방선거 광주 서구청장 서대석 후보 등이다.
당시 한 후보 측 캠프 관계자는 "김씨가 남편과 같이 찾아와 SNS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겠다며 후보와 접촉하고 적극적인 행동으로 입지를 높이려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아들의 캠프내 주요 보직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활동비나 청탁 등 자신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경쟁 후보 캠프로 옮겨 비방을 일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때 법무사를 고용해 법무사 사무실을 차리기도 한 김씨 부부는 잦은 선거캠프 활동으로 넉넉한 생활은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이후 캠프에서 친분을 맺은 몇몇 인사들에게는 아들이 다쳤는데 병원비가 없다며 20만~30만원을 빌려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했다는 전언.
하지만, 최근에는 고급 외제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모습이 목격되면서 윤 전 시장에게 받은 돈으로 구입한 것 아니냐는 말들도 나오고 있다.
김씨는 윤 전 시장의 도움으로 자신의 딸을 기간제 교사로 취업시킨 사립학교 대표에게 아들의 취직과 5억원을 요구하면서 '문재인 대통령' 사칭 문자를 보냈고 이것이 빌미가 돼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각종 선거마다 관여할 정도로 김씨는 지역 선거판에서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인물"이라며 "윤 전 시장이 조금만 주의해서 주변에 문의했으면 김씨의 사기에 휘말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광주=뉴스1) 이종행 기자 = 04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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