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 향연·지하강 원시 열대비경 만끽하는 '팔라완'
필리핀 팔라완으로 떠난 여름 여행 ① 신이 내린 비경
[편집자주] 필리핀의 제주도로 불리는 팔라완에 가면 숨겨진 보물 같은 자연과 순수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심각한 환경오염으로 지난 4월 전면 폐쇄됐던 보라카이의 대체 휴양지로 급부상한 '필리핀 최후의 미개척지' 팔라완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필리핀의 제주도 불리는 팔라완 해변가의 모습. 날씨가 살짝 흐리다. © News1 문대현 기자 |
필리핀 최후의 미개척지이자 마지막 비경으로 알려진 팔라완은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 남서쪽에서 약 586km 떨어져 있다. 민도르섬 북쪽, 보르네오의 남쪽, 중국 해에서 서쪽, 그리고 술루 해양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팔라완 섬의 길이는 425km에 달하며 다른 섬들과 멀리 떨어져 있어 지금까지도 본연 그대로의 자연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주도인 푸에르토 프린세사는 이 섬의 주요 항구로 무역 및 상업의 중심지다.
팔라완은 그림 같은 아름다운 해변은 거친 산악 지형과 명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폭포, 웅장한 산, 원시 동굴이 해변으로 둘러싸여 있고, 다양하고 화려한 해양 생물들도 가득하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희귀한 이국적 동식물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팔라완이 매력이다.
팔라완은 두 종류의 날씨가 있다. 북쪽, 남쪽 지역과 서쪽 해안 지역에는 6달 동안의 건기와 6달 동안의 우기가 있다. 동쪽 해안은 짧은 건기가 있으며, 그 외 나머지 기간은 우기다. 남쪽은 날씨 변화가 거의 없으며, 북쪽 팔라완은 7월~8월 사이 폭우가 많이 내린다. 따라서 팔라완 여행계획을 짤 때에는 날씨를 고려하여 계획하는 것이 좋다.
팔라완 푸에르토프린세사 야시장에서 필리핀 상인들이 생선을 팔고 있다. © News1 문대현 기자 |
팔라완의 축제는 3월과 6월 사이 푸에르토 전역에서 열린다. 축제 기간 동안 푸에르토 시민들은 자동차, 오토바이, 트라이시클 등을 장식하고 거리 행진을 펼친다. 관광객들도 핑크색으로 물든 거리 행렬을 함께 즐기거나 저녁 무렵에는 근처 바와 레스토랑에 삼삼오오 모여 술과 음식, 그들의 문화에 심취할 수 있다.
특히 팔라완의 천혜의 자연, 특히 에메랄드빛 바다를 친구 삼아 즐기는 각종 투어는 일상생활에 찌든 우리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어둠 속에서 펼쳐지는 빛의 향연 '반딧불이 투어'
반딧불이 투어에 사용되는 배. 필리핀의 배는 대체로 가늘고 긴 데 바람의 영향을 덜 받기 위해 각목으로 양 옆을 지탱하게 한 것이 특징이다.© News1 문대현 기자 |
반딧불이 투어에서는 청정 자연에서 서식하는 반딧불이를 관찰할 수 있다. 강을 따라 배를 타고 반딧불이(개똥벌레)들이 옹기종기 모여 밤을 밝히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해질녘의 풍경은 환상적이다. 운이 좋아 날씨가 맑은 날에는 더 많은 반딧불이들과 배 밑에서 빛을 밝히는 플랑크톤이 만들어 내는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연상케 할 정도라고 하니 아이들과 함께 해도 즐거운 추억을 남길 수 있다.
날씨가 밝을 때 반딧불이 실제로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 (필리핀 관광청 제공)© News1 |
반딧불이를 보려면 20명 남짓한 인원이 탈 수 있는 작은 배를 타고 강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는데 이 때 배를 모는 뱃사공이자 안내자가 휘파람을 불며 반딧불이를 불러내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안내자는 필리핀 사람이지만 '반딧불이 예쁘다'며 유창하게 한국어를 해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굉장히 후미진 강가에 배를 타고 도착하면 고요한 적막이 맴도는데 그 때 안내자가 "반딧불~"이라고 외치면 숨어있던 반딧불이들이 한꺼번에 빛을 발한다.
이 때 주의할 점은 절대 불빛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카메라나 휴대전화 플래쉬를 켜서는 안 된다. 처음에는 칠흙같은 어둠 속 악어가 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에 겁도 나지만 반딧불이의 빛은 관광객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반딧불이 투어를 마치고 배에서 내리면 인근에 있는 야시장에서 필리핀 전통음식 발롯과 악어고기를 경험할 수도 있다. 발롯은 부화직전의 오리알(달걀)을 삶아서 먹는 필리핀 인기음식인데 스테미너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자연 절경 '지하강 국립공원'
관광객들이 배를 타고 지하강 국립공원 투어를 시작하기 위해 동굴로 진입 중이다.© News1 문대현 기자 |
팔라완 지하 동굴 국립공원에 자리 잡은 지하강은 팔라완에서 꼭 방문해야 할 명소이다.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지하강 중 세계에서 가장 긴 강이자 불가사의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 이 강은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또한 스위스에 소재한 '신 7대 불가사의 재단'은 지하강 동굴 국립공원을 한국의 제주도, 남아메리카의 아마존과 더불어 '세계 28대 자연 명소'로 선정했다. 전 세계인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지하강은 푸에르토 프린세사 시내로부터 북서쪽 80km로 떨어져 있는 세인트 폴 산 아래를 유유히 흐르는데 이 강은 8.2km 정도 굽이쳐 흐르다가 남중국해로 이어진다.
주변에는 원숭이 오솔길과 정글 오솔길이 있고 다양한 생물종의 서식지인 동시에 숲으로 통하는 일련의 나뭇길이 조성되어 있다. 험한 석회암 동굴과 대리석 절벽이 장관을 이루고 밑으로는 수정처럼 맑은 물이 흐르며 때론 호수를 이루기도 한다.
지하강 동굴 내부의 모습 © News1 문대현 기자 |
움푹 들어간 곳은 배로 노를 저어야만 터널을 지나갈 수 있는데 그 곳에는 천 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석순과 종유석으로 이뤄진 암석이 곳곳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이 중 관광객이 들어갈 수 있는 구간은 1.5㎞뿐이다. 스페인 식민지배로 가톨릭 신자가 많은 필리핀 사람들은 종유석과 석순에서 종교적 의미를 찾았다. 마리아와 예수 같은 이름들을 붙인 자연의 역작 앞에서는 숭고함까지 느낄 수 있다.
지하강 동굴 내부에 있는 암석의 모습. 가이드들의 설명을 들으며 지나가다 보면 다양한 형상의 암석을 발견할 수 있다. © News1 문대현 기자 |
또한 종유석과 석순에서는 타이타닉호, 각종 채소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형상을 볼 수도 있다. 각자 부여받은 이어폰으로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배로 이동하다 보면 저절로 마음이 차분해지고 숙연해진다. 단 일부는 동굴 상단에 무리지어 있는 박쥐의 배설물을 맞고 찝찝한 기분으로 투어를 마무리 하기도 한다.
지하강은 1일 1000여명으로 관광 인원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지하강 주변은 아침 일찍부터 투어를 하기 위한 인파로 붐빈다. 지하강 체험을 위해선 미리 예약을 하고 당일 아침에는 최대한 서두를 것을 추천한다.
주황색 구명조기를 입은 관광객들은 현지인들이 노를 저어주는 파란색 배를 앞뒤로 모여 타고 지하강 동굴 투어를 시작한다. © News1 문대현 기자 |
(팔라완=뉴스1) 문대현 기자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