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떠나보내고, 되돌아보는 '충남 비대면 여행'

계룡산을 품은 대전·공주에서 보낸 1박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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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물이 통(通)하는 아름다운 계곡으로 알려진 '수통골'© 뉴스1 윤슬빈 기자

계절이 주는 맛을 제대로 만끽해보지 못한 채 봄에 이어 여름까지 속절없이 떠나보내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 장마는 유독 길고 비가 많이 내려, 반쪽짜리 휴가를 보낸 이들도 수두룩하다.


지난 8월 초 장마가 시작되기 직전, 대전에서 공주로 이어지는 '비대면 여행'을 했다. 대전과 공주에는 숲과 계곡이 어우러져 사회적 거리두기가 절로 되는 스폿들이 여럿 자리하고 있었다. 1박 2일간 사람 간 거리를 두고, 자연과 가까워졌던 충남 비대면 여행지를 되돌아봤다.


아래 소개하는 명소들은 가을엔 단풍이 물들어 더욱 아름답다고 하니, 사회적 거리가 완화되면 꼭 한 번 가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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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통골에서 나오는 시원한 물줄기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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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통골 탐방로의 끝이라고 할 수 있는 수통계곡 © 뉴스1

1일 차, 수통골~장태산자연휴양림~로하스가족공원캠핑장

첫째 날, 계룡산으로 바로 향했다. 산을 오르지 않고도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져 나오는 계곡인 '수통골'을 보기 위해서였다.


계룡산은 충남 대전을 비롯해 공주, 계룡, 논산에 걸쳐 있는 높이 846.5m의 산이다. 이 산은 유연히 흐르는 금강의 풍치와 독특한 산악의 경관이 아름답게 어우러져 등산을 즐겨도 좋다. 하지만 험난하기로도 잘 알려져, 무더위엔 결코 쉽게 엄두낼 산은 아니다.


수통골 코스는 계룡산을 쉽게 만끽할 수 있는 고마운 길이다. 수통골은 사람과 물이 통(通)하는 아름다운 계곡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15분 남짓 걸으면서 산에서 시원하게 뻗어 흐르는 계곡, 병풍처럼 펼쳐진 산과 그림을 이루는 저수지를 함께 즐길 수 있다. 걷다 보면 서늘해지는 바람길들도 만나, 흐르는 땀을 식혀준다.


계룡산 수통골 탐방 코스는 1㎞ 남짓 이어지는 순환형 길이다. 수통골 분소에서 시작해 저수지를 지나 한 20분가량 올라가면 수통계곡이 나온다. 여기서 인증사진을 남기고 한껏 만끽하다 다시 내려오면 된다.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 숲을 지나는 장태산자연휴양림의 탐방로© 뉴스1

다음 목적지는 수통골에서 차로 약 30~40분 거리에 있는 '장태산자연휴양림'이다. 수통골엔 비단처럼 이어지는 계곡이 있었다면, 이곳엔 시원시원하게 쭉 뻗은 메타세쿼이아숲이 있다.


봄에는 연둣빛으로 싱그럽다가 여름이면 신록의 웅장함을 전한다. 특히 '숲속의 집' 부근은 메타세쿼이아의 훌쩍 자란 키가 유난히 돋보이고, 수령에 따라 키 재기를 하듯 열을 지어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장태산자연휴양림 탐방로를 걸으며 꼭 가야 할 포인트가 두 가지 있다. '숲속어드벤처'와 '스카이웨이'다. 숲속어드벤처는 잘 단장된 나무 길로, 땅보다는 약간 높아서 '중층의 숲'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위에 조성된 길이 '스카이웨이'다. 높이 10~16m, 폭 1.8m, 길이 196m의 하늘길인 스카이웨이를 따라 걸으면, 숲을 멀리 조망할 수 있을 뿐더러 손이 닿지 않아 생각조차 못 했던 메타세쿼이아 잎을 만져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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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을 통해 바라본 '로하스가족공원캠핑장'의 전경©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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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스 해피로드©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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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목적지는 비교적 비대면이 가능한 숙박시설로 알려진 캠핑장이다. 금강변에 자리한 '로하스가족공원 워터캠핑장'은 금강과 대청호의 수려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휴식처다. 일반 사이트, 카라반 사이트, 글램핑 사이트 등 총 50면의 캠핑사이트와 샤워장, 개수대, '피크닉 테이블'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캠핑장 내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야외에서 산책을 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점이다. 강변에 있는 '로하스 해피로드'를 따라 천천히 경치를 감상하다 걸으면 어느새 대청댐까지 닿는다. 수변 길을 따라 다양한 공원들이 있다.


휴양림에서 캠핑장으로 가기 전까지 시간이 여유롭다면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도 들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1960~80년대까지 한때 중부권의 행정과 상권·전통문화의 메카로 불렸던 곳으로 최근 문화예술 거리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대전의 명물로 알려진 '성심당' 본점이 이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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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을 모시는 신원사의 중악단© 뉴스1

2일차, '신원사~갑사~동학사'

둘째 날은 공주로 넘어가 계룡산에 터를 잡은 사찰을 둘러보기로 했다. 지도상으로 계룡산을 동서남북으로 나눠 동쪽에는 동학사, 서쪽에는 갑사, 남쪽에는 신원사가 있다. 북쪽엔 구룡사가 있었으나, 현재 절터만 남아있다.


신원사는 무더위에도 사색을 즐기기 좋은 사찰이다. 절 마당을 사이에 두고 대웅전과 마주한 자리에서 자라고 있는 고목 아래 앉으면 누구나 사색에 잠긴다. 지금은 완연한 상태의 이 사찰이 지금의 모습이 있기까지 많은 이야기가 있다.


신원사는 삼국시대 고구려의 보덕이 창건한 후, 여러 번의 중창을 거쳐 1946년 만허화상이 보수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그중 대웅전은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80호로 임진왜란 때 소실된 뒤 중건한 것으로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八作)집이며, 내부에는 아미타불이 주존불로 봉안되어 있다.


대웅전에서 약 50m 거리에 있는 '중악단'은 꼭 한 번 들러봐야 할 곳이다. 일명 '산신'을 모시는 곳으로 태조3년에 왕실에서 묘향산의 상악과 지리산의 하악과 더불어 계룡산의 중악을 삼악을 숭배하면서 이곳에서 신에게 제사를 지낸다. 현재 보물 제1298호에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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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갑사라고 쓰여 있는 사액 강당의 현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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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사로 들어서기 전 마주하는 작은 다리© 뉴스1

신원사에서 북쪽으로 차로 약 10분을 이동하면 또 하나의 고찰이 나온다. 엄종 10대 사찰 중 하나로 420년(구이신왕 1년) 고구려에서 온 승려 아도가 창건했는데, 정유재란 때 전소된다. 1654년 크게 중창하였고, 1875년 다시 중건하는 기나긴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갑사에선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들을 여럿 볼 수 있다. 보물 제256호인 갑사철당간 및 지주, 보물 제257호인 갑사부도, 보물 제478호인 갑사동종을 비롯해 석조약사여래입상·석조보살입상·사적비·표충원·공우탑·대적전·천불전·월인석보 판목 등이 있다.


갑사는 특히 사찰까지 가는 길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진입로엔 수령이 150년 이상 된 고목들이 많아 하늘을 온통 초록색으로 덮은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사찰 입구를 지나면 고즈넉한 계곡 위로, 조그마한 다리가 놓여져 있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쉬어가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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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사 대웅전 앞으로 스님(비구니)이 걸어가고 있다.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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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사엔 백구 형제 두 마리와 귀여운 점박이 개가 있다.© 뉴스1

갑사에서 계룡산을 끼고 시계방향으로 차를 타고 30분을 달리면 마지막 목적지인 '동학사'가 나온다. 이 절은 신라 성덕왕 때 회의가 그의 스승 상원의 사리탑을 세우고 창건한 사찰로 절 동쪽에 학바위가 있어서 '동학사'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 사찰은 특히 역사 속 비운의 죽음을 맞이했던 인물들과 관련이 깊다. 김시습이 사육신의 초혼제를 지냈던 숙모전과 야은 길재가 공민왕과 정몽주를 기렸던 삼은각이 이곳에 있다.


동학사는 또 다른면으로 '비구니 사찰'로도 잘 알려져 있다. '비구니'는 여자 스님을 가르키는 말로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비구니 승가대학이다. 현재도 대학은 운영 중이다.

추천 주변 먹거리, 실비김치·산채비빔밥

대전 선화동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매운 김치로 알려진 '실비 김치'를 내세운 소머리국밥집이 두 곳이 있다. 평소 매운 것을 즐겨 먹지 않는다면 실비 김치를 그냥 먹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잘게 썰어서 국밥에 넣는 양념장이라고 보면 된다.


갑사 주변엔 '한십대첩'에서 우승한 명인이 운영하는 식당이 있다.이곳의 핵심 메뉴는 산채비빔밥인데 갓 지은 밥에 계룡산에서 나고 자란 산나물들을 푸짐하게 넣어 나오는데, 특히 향긋한 곰취향이 일품이다.


​(서울=뉴스1) 윤슬빈 여행전문기자 = ​seulb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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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8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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