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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예 ] N초점

"'깡', 별로였다" 비가 말하는 '라떼는'은 왜 호감인가

by뉴스1

"옛날엔 댄스가수하면 무대를 부숴야지 정상적이고 눈빛은 (강렬하게) 발산해야 했어요. 이제는 카메라를 보는 게 촌스러워지고, 너무 춤을 잘 춰도 촌스러워졌어요."

가수 겸 배우 비(38·정지훈)에게 '진짜' 화려한 조명이 쏟아지고 있다. 3년 전인 2017년 발표한 곡 '깡'이 뜻하지 않게 '밈'(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특정한 문화 요소와 콘텐츠를 이르는 용어)을 형성하면서 비에게 뜨거운 화제성을 안겨줬다. '깡'의 유행은 MBC '놀면 뭐하니?'를 만나 그 기세가 더욱 거세졌다. 그리고 비는 뜻밖의 호감 스타까지 됐다. 비에 대한 호감도가 그의 전성기 시절 못지 않다는 점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사실 비의 '깡'은 처음엔 대중에 호감을 주는 콘텐츠는 아니었다. 자신의 컴백을 "왕의 귀환"이라고 하거나, 팬덤이 탄탄한 후배 아이돌을 버젓이 두고 "후배들 바빠지는 중"이라고 하거나, 2019년 개봉한 주연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이 흥행에 실패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듯 "수많은 영화제 관계자 날 못 잡아 안달이 나셨지"라고 말하는 가사까지, '깡'은 모두 허세로 비칠 만한 노랫말들을 담았기에 조롱의 대상이 됐다.


그 외에도 과한 안무 동작이나 난해한 밀리터리 의상, 자기애 넘치는 '레인'(비) 글귀가 새겨진 모자 등 '깡'은 여러 포인트들이 놀림과 패러디의 대상이었다. '1일 n깡'(하루에 n번 '깡' 뮤직비디오를 시청한다는 의미) 신조어가 나온 이유도, '깡' 뮤직비디오를 재생할 때마다 웃음 버튼도 자동재생돼서다. 볼 때마다 웃음을 주는 '깡'은 유튜버들 역시 비의 노래와 안무를 패러디하는 것을 넘어, 아이러니하게도 진지한 분석까지 하게 했다.


이렇듯 사실상 조롱의 대상으로 관심을 모았던 '깡' 및 비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호감으로 변모했다. '깡'과 비가 호감의 대상으로 바뀌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은 다름 아닌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였다. 비와 '깡'에 대한 밈과 조롱의 정도가 지나치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할 때 쯤 '놀면 뭐하니?'가 '여름X댄스X유재석' 프로젝트를 선보였고, 그 과정에서 '레전드 스타'로 비가 소환됐다. 해당 프로젝트에 비가 이효리와 더불어 혼성그룹 멤버 적임자로 꼽혔지만, 무엇보다 '깡'의 밈에 대한 비의 생각이 궁금한 시기였기에 가장 시의적절했던 섭외이기도 했다.


최근 방송된 '놀면 뭐하니?'에 등장했던 비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놀라울 만큼 쿨한 반응도 호감도를 상승시켰다. 비는 "아침 먹고 깡, 점심 먹고 깡, 저녁 먹고 깡"이라며 반전 '깡부심'을 드러내는가 하면 "저는 너무 재밌다, 하루에 12깡하는 사람도 봤다, 저는 아직 목마르다"며 대중들에 '깡'으로 더 재밌게 놀아달라 주문하기도 했다. 심지어 '입술 깨물기' '꾸러기 표정' '꼬만춤' 등 자신이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당부한 '비 시무 20조'도 모두 인지하고 있는 모습도 큰 웃음 포인트가 됐다.


쿨한 반응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깡'이 '밈'으로 형성된 이유를 인지하고 인정하는 모습이었다. 비는 '놀면 뭐하니?'를 통해 "옛날엔 댄스가수하면 무대를 부숴야지 정상적이었고 눈빛도 (강렬하게) 발산해야 했다"며 과거 자신이 댄스가수로 한창 활동하던 시절을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이젠 카메라를 보는 게 촌스러워지고 너무 춤을 잘 춰도 촌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전성기를 수차례 맛봤던 최고 스타의 '라떼는' 토크로 시작됐지만, 비는 분명 자신의 음악과 퍼포먼스가 그때 트렌드엔 맞고 지금은 틀렸다는 것을 정확히 직시했다. 또 유재석이 "이렇게 흐름을 잘 아는 사람이 왜 '깡'을 그렇게 만들었냐"고 묻자 "이걸 '깡' 이후에 알았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2000년대와 2010년대 초반까지 '나쁜 남자' '안녕이란 말대신' '태양을 피하는 방법' '잇츠 레이닝(It's rainning)' '레이니즘' 등 여러 히트곡 및 '상두야 학교가자' '풀하우스' 등 흥행 드라마를 통해 전세대 걸쳐 뜨거운 인기를 누렸던 비였다. 하지만 어느새 그도 우리나이로 40대 진입을 불과 한 해 앞둔 기성가수가 됐다.


이 와중에도 비는 "(대중들은 '깡'이) 신기한 것보다는 별로였던 것"이라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또한 무대를 찢기 위해 '깡' 무대를 가득 채웠던 고난도 안무가 과했다는 점, 자신이 직접 작사한 '차에 타봐'란 곡이 지금은 젠더 감수성이 부족한 곡으로 비판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점, 그리고 '투 머치(Too much)'를 지양하는 요즘 음악에 대한 변화를 인정한 점은 '깡'의 '밈'을 소비했던 주 세대인 10~30대 대중에도 인상적인 모습으로 비쳐졌다.


비는 자신의 히트곡 퍼레이드를 선보이기 전 '요즘 춤'에도 도전하는 노력을 보여줬다. 본인이 추구해온, 소위 무대를 찢는 열정적인 퍼포먼스는 아니지만 트렌드를 이해하고 익히려는 장면은 요즘 세대와 소통하려 하는 기성가수의 모습으로 호감을 줬다. 그리고 자신의 히트곡 퍼레이드로 마무리를 지으면서 여전히 건재한 댄스 실력과 범접할 수 없는 그만의 아우라를 보여줬고 실력은 물론, 다름을 인정하는 여유까지 갖춘 스타로 재평가됐다.


비의 '여름X댄스X유재석' 프로젝트 합류 여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대중의 기대가 크다. 그가 유재석 이효리와 혼성그룹을 만들어간다면 '그때'와 '요즘' 사이 변화의 간극을 좁히는 소통으로, 더욱 화려한 조명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aluem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