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연예 ]

[N인터뷰] 이정은 "'기생충' 이후 할리우드 러브콜까지…행운아죠"(종합)

by뉴스1

12일 개봉 영화 '내가 죽던 날' 출연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혜수씨랑 선영씨가 많이 보였어요, 제 신에서는 눈물이 안 나던걸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 관련 인터뷰에서 배우 이정은이 특유의 맑은 표정과 소박한 말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죽던 날'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린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이정은은 '내가 죽던 날'에서 사고로 목소리를 잃은 섬마을 주민이자 소녀의 마지막 행적을 목격한 순천댁 역할을 맡았다. 인터뷰 첫 머리에 영화 '내가 죽던 날'의 시사회 이후 이정은에 대한 호평이 많았다고 칭찬하자 그는 "나도 옛날에는 좋은 것만 많이 봤는데 요즘에는 나쁜 것도 많이 눈에 띄더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 겸손함을 내비쳤다.


"매번 역할을 할 때마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이야기상에서 가려져 있거나 반전을 갖고 있는 독특한 역을 주셨어요. 제 연기의 폭이 넓어서라기 보다는 이야기 속에서 눈이 가는 역할이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최근에 들었던 혹평 중에 '평범한 연기는 잘 못하지 않나' 하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것도 제가 도전해야하는 부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평범하다는 게 뭐냐면 눈에 띄지 않는 역인데 그런 역을 빛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 새겨들어야 할 것 같아요."


이정은이 '내가 죽던 날'에서 맡은 순천댁은 목소리를 잃은 캐릭터다. 그간 '소리의 달인'이라 불러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특별한 목소리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아온 그에게 또 한 번 특별한 연기의 기회가 주어진 것. 마침 대사로만 하는 연기에 지겨움을 느꼈을 때 찾아온 시나리오였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간 언어를 가지고 하는 연기를 많이 했어요. 그런데 어느날 대사가 지겹다는 생각을 했어요. 말로 뭔가를 설명하지 않으면 배우로서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하던 차에 영화가 들어왔죠. 제 나름대로 실험을 해봤는데 대중에게 어떤 평을 받을지 궁금합니다.(웃음)"


그간 이정은의 목소리 연기는 그의 인물 연기 만큼이나 호평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에서는 주인공인 옥자의 목소리를 연기했고, 영화 '미스터주'에서 고릴라의 목소리를 냈다. 이정은은 목소리 연기에 대한 칭찬에 "녹음실에 들어가는 게 재밌는 작업이다, 뭐가 되든 6시간이든 7시간이든 그 시간에 공을 들이면 좋은 결과들이 나오더라"며 또 한 번 겸손함을 표현했다.


'내가 죽던 날'은 캐릭터의 매력 뿐 아니라 함께 했던 동료의 힘도 컸던 작품이다. 이정은은 "대본이 일단 좋았고, 김혜수씨가 이 작품을 하기로 했던 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과거 김혜수와 친숙한 자리에서 만나서 됐었어요. 변하고 성장하는 배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우리끼리는 나이가 비슷해요, 70년생이니까. 기사를 보면 저 사람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틀어지고 있을까를 생각할 때가 있는데 김혜수씨에게 나름대로 힘든 지점을 통과한 사람의 얼굴이 있었어요. 계속 혜수씨의 얼굴이 배우 얼굴 같다고 했었어요. 혜수씨는 저보고 칭찬해 주는데 제가 혜수씨를 볼 때 극찬을 하게 돼요."


김혜수와의 인연은 특별하다. 2000년대 초반 한 연극에 출연할 때 감독의 지인이 김혜수여서 김혜수가 공연에 필요한 액세서리와 의상을 다 제공해준 적이 있었다고.


"그때 혜수씨가 배우마다 옷을 트럭으로 싸다줬어요. (김혜수씨는)우리와 키도 차이가 나고 싹 쓸고 다니면 고개가 돌아가게끔 광이 나요. 저에게 스타인데, '정은씨' 하고 이러면(얼굴을 감싸면) 제가 아이 같고 뭔가 여신 같은 사람이 쓰다듬어 주는 느낌이 들어요.(웃음) 지금은 사실 동년배라고 하지만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청룡에서 보면 꿈 속의 요정 같은 느낌도 나더라고요."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의 큰 성공 이후 그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캐릭터를 연기한 이정은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와 인기도 올라갔다. 그는 "아무래도 찾아주시는 데가 많아진다"면서 "되게 부담스럽더라, 매니저님과 함께 차에서 솔직하게 애기한다 '내가 실력이 많이 없는데 거품만 많이 끼어서 힘들어 죽겠다'고. 밭농사를 해도 될 것 같은데"라고 말해 웃음을 줬다.


또한 "연기를 너무 좋아하고 그걸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지는 건 배우에게 특혜이고 좋은 행운이다, 그렇지만 그만큼 책임감이 따르는 거니까 열심히 해야한다, 매번 열심히 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도 했다. 인기가 올라간만큼 CF를 많이 찍기도 했고, 여러 작품에 겹쳐 출연을 하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할리우드에서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논의 중인 (할리우드)작품이 있었는데 팬데믹 때문에 멈췄어요. 언젠가 기회가 되겠죠. 현지에서 의사소통을 해야하는데 영어를 못 하니 그때는 외워서 준비했어요. 개인적으로 공부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할리우드 생각했다가 요즘엔 한국이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뭐 봅시다, 하는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죠. 어떤 사람들은 그러다가 얼굴이 중국계 같으니까 중국에서 활동하지 않을까? 하고 얘기하기도 해요."


이정은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누구보다 가장 기뻐해주는 사람은 어머니다. 이정은은 어머니가 자신이 나온 드라마를 꼭 챙겨본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나오는 것만 보세요.(웃음) 효도를 하는 거죠. 최근 출연했던 주말 드라마도 엄청 보시고 어느 날은 갔는데 (그 작품을)5번씩 보시더라고요. 낙이 없으시니까 다시 보나봐요. 가까운 거리에 살지만 일이 바쁠 때는 1달에서 2달 정도 못 볼 때도 있으니까요. 그걸 보면 위안이 되시나 보더라고요."


어머니가 가장 좋아했던 최근작품은 KBS 2TV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였다. 또한 영화 '변호인'에 나왔을 때도 딸이 나오는 장면을 너무 좋아했었다고. 이정은은 "어머니가 곱게 입고 나와서 남한테 사랑받는 역으로 나오는 걸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몸빼'를 입고 검은 칠을 하면 별로 보고싶지 않으신가봐요. 이번 역할도 그랬어요. '내가 죽던 날' 극장에서 보실래요? 마스크 쓰고 가시면 된다고 했는데 '검은 칠을 하고 나오는 건 생각해볼게' 하시더라고요. '말도 못하는데 뭘 보러 가냐'고도 하시고. 어머니는 저에게 어디에서든 손가락질 받는 사람이 되지 말라고, 누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남을 업신여기지 말고 존중하라고 항상 이야기 하세요."


현재 이정은은 JTBC 드라마 '로스쿨'을 준비 중이다. '로스쿨'에서 그는 김명민, 류혜영 등과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지나고 난 작품들이 잔상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렇게 말로 표현하자면 옛날 애인인 거 같아요. 옛날 애인은 옛날이니까요. 저는 새로운 것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지금 하고 있는 것에 몰두하고 다음 계획은 다음에 생각해요. 그게 에너지가 되고요.(웃음) 전에 했던 작업에서 받는 것은 추억하고 되짚어 보는 게 아니라 거기서 못한 것이 있다면 다음에 그런 실수가 없이 다양하게 생각해야겠다, 하면서 다음 작업으로 넘어가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으면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바보 같기도 하네요. 제 현실은 재미가 없거든요. 일상을 보면 노인의 삶이나 마찬가지죠. 강아지를 끌고 다니고 하늘 보고 산책하고 물 한 모금 마시고. 그런데 이야기 안에서는 생동감이 있어서 그런 것 때문에 환상으로 빠졌을까요?"


한편 '내가 죽던 날'은 단편 영화 '여고생이다'(2008)를 선보인 박지완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오는 12일 개봉.

eujenej@news1.kr


[© 뉴스1코리아( 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