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홍진영 © News1 권현진 기자

"내 슬픔을 굳이 나누고 싶지 않아서 혼자 감당했다"며 담담하게 답하던 홍진영은 결국 얼굴을 떨구고 눈물을 흘렸다. 갑작스럽게 흘러 나오는 눈물이 민망한지 금세 웃어보였지만 입술은 미세하게 떨렸다.

홍진영은 지난 2020년 11월 대학원 석사 논문 표절 논란이 휩싸인 후 자숙 기간을 가져왔다. 그는 약 1년5개월간의 공백기를 갖고 지난 6일 신곡 '비바 라 비다'를 발표, 조심스럽게 활동을 시작했다. '전격 복귀'라고 하기엔 10일 방송된 SBS '인기가요' 무대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초심을 찾고,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나아가고 싶다는 이유에서 들어오는 예능 프로그램 섭외를 정중하게 고사했다고.

오랜만에 발표한 곡 '비바 다 리다'는 라틴 풍의 트로트 곡으로, 홍진영의 대표곡 '사랑의 배터리' '산다는 건' '오늘밤에'를 작곡한 조영수가 만든 노래다. 홍진영은 "마음은 어두웠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활동하고 싶었고 홍진영 하면 유쾌한 에너지이기 때문에 라틴 트로트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곡을 발표한지 일주일이 지났을 즈음, 청담동에 위치한 홍진영의 소속사에서 그를 만났다. 여전히 밝은 모습이었지만, 작은 행동, 말 한마디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기질적인 모습은 바뀌지 않겠지만 그래도 이전과는 내 행동이 많이 달라졌다고 느낀다"며 그간에 느꼈던 심경, 컴백 소감 등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가수 홍진영 © News1 권현진 기자

-오랜만에 신곡을 내고 복귀한 느낌이 어떤지.

▶일단 오랜만에 '인기가요' 첫방이자 막방을 했는데, 감회가 새로웠다. '사랑의 배터리' 시절 때 음악방송을 하던 생각과 느낌이 들었다.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는데, 사실 신나는 노래임에도 자꾸 노래를 하면서 울컥하더라. 음방을 보면 약간 음정이 플랫된다. 그게 다 울컥해서 그랬던 것이다. 계속 울컥하니까 음정이 흔들리더라. 안정을 찾으려고 했지만 좀 그랬다.(웃음)

-방송을 조금 더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사실 음악과 관련한거 빼고 당분간 방송을 안하려고 생각한다. 천천히 나아가려고 생각을 한게, 오랜만에 음원으로 대중앞에 선것도 있지 않나. 지금은 그냥 내 음악을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가수 홍진영 © News1 권현진 기자

-팬들 반응은 어땠는지

▶이번에는 라틴에 트로트를 입힌 것이라 '라트'라고 부르고 있는데, 팬들이 새로운 장르라면서 좋아해주셨다.

-오랜만에 복귀인데, 곡의 분위기를 정하는데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조영수 오빠가 '작사 해볼래? 한번 써봐' 해서 작사를 했는데, 굉장히 어두컴컴하게 나오더라.(웃음) 수정을 많이 했다. 조영수 오빠와 공동 작사를 했는데 어두운 부분을 많이 뺀 것이다. 곡에서 밝은 부분은 조영수 오빠가 쓴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실 '트로트+발라드'를 할까 생각을 했다. 잔잔한 곡으로 나와야될 것 같은 생각이 있었기 때문인데 주변에서 신나는 곡을 많이 추천해주더라. 초심으로 돌아가서 노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홍진영 하면 '사랑의 배터리'인데 내 마음이 어둡다고 해서 굳이 노래까지 그렇게 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내 마음이 마냥 신나는 것은 아니라서 이번 곡 '비바 라 비다'에서도 목소리가 슬프게 느껴진다는 분들이 많더라.

가수 홍진영 © News1 권현진 기자

-조영수 작곡가가 힘을 많이 줬다고.

▶쉬는 동안에 영수 오빠가 굉장히 힘이 많이 되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줬다. 나와야 된다고 이끌어 주더라. 이런 시기가 나에게 값진 시간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해주고, 이번 곡에도 영수 오빠가 많이 신경써줬다.

-복귀 후에 '조금 더 빨리 무대 위에 설 걸'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지.

▶그런 생각은 없다. 복귀 시기를 정하고 음원을 낸 것은 아니었다. 이번 곡도 한 달 만에 준비해서 나온 것이다. 음원 나오기 전날까지도 뮤직비디오 편집이 덜 되어 있었을 정도다. 계획해서 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기에 대한 후회나 이런 것은 없었다.

-1년5개월간 쉬었다. 편안한 시간은 아니었을 것 같다. 버틸 수 있었던 원천은 무엇인지.

▶계속 생각했다. 뭘 해야 행복할까 내가 어떨때 행복한 사람이었지 생각했다. 어릴때부터 꿈이 가수였다. 노래하는 것이 즐거웠고 너무 행복했다. 그렇게 하고 싶어했고 바라고 원했던 것들을 이뤘었고 그렇게 가수 활동을 했다. 그러면서 주변에 좋은 선배들도 많았고, 좋은 말씀을 해주는 분들이 정말 많이 만났다. 내 주변에 좋은 사람이 여전히 많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행복해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가수 홍진영 © News1 권현진 기자

-함께 살고 있는 친언니(홍선영)가 옆에서 힘이 많이 됐을 것 같은데.

▶내가 원래 집에서나 회사에서나 힘들다는 표현을 잘 안한다. 내색을 안하는데 언니가 더 슬퍼하고 힘들어하더라. 나보다 언니가 더 슬퍼해주니까 내가 내색을 잘 못하겠더라.(웃음) 나는 힘들어도 혼자 극복하는 스타일이다.

-제일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을 것 아닌가. 그때가 언제인지.

▶(졸업 논문 이슈 후) 반년 정도 내내 힘들었다. 복합적으로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오더라. 그럴때는 병원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요즘에 많은 사람들이 공황장애도 있고 우울증도 많이 앓고 있지 않나. 이게 예전에야 말 못하고 그랬지만, 요즘에는 그래도 약먹고 하면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하니까 좋은 것 같다. 처음에는 수면제를 처방받아서 먹어도 몇시간 지나면 깼다. 그래도 지금은 병원에 가는 횟수를 좀 줄이고 될 수 있으면 안가려고 한다. 약을 계속 먹으면 아무래도 안좋을테니까. 최대한 다른 곳에 집중을 하면 덜 힘들어져서 쉬면서 향수도 만들고 디퓨저도 만들었다. 좋은 향을 만들면서 심신 안정에도 도움을 받았다.

가수 홍진영 © News1 권현진 기자

-말을 할 때 굉장히 조심해서 한다는 느낌이 든다. 예전과는 달라진 느낌이다.

▶사실 내가 쉬는 도중에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딱 두 번 올린 적이 있다. 둘 다 풍경 사진이었는데 눈과 비가 오는 사진이 내 마음과 같다고 생각이 들어서 올렸다. 사실 그때 내가 정신이 왔다갔다 할 시기였다. 근데 그때 '복귀하나'라는 식의 기사가 많이 나오더라. 내 마음은 그게 아니었는데, 그 뒤로 SNS는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를 내뱉을 때 크게 생각하지 않고 내뱉는 스타일이었는데, 어느 순간 말 한마디 할 때도 조심스러워지는걸 느낀다. 생각도 정말 많아졌다.

-통통 튀는 성격이 홍진영 그 자체였는데, 예전의 홍진영 색깔을 잃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지.

▶생각이 너무 많아지다보니까 예전의 나로 돌아오기엔 좀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싶다. 시간이 좀 지나야될 것 같다.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도 웃으면서 촬영을 해야 하는데, 내가 너무 웃으면 사람들이 또 오해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제는 물 흐르는대로 가야겠다는 생각이다. 억지로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니까.

<【[N딥:풀이】홍진영 편 ②에 계속>

​(서울=뉴스1) 황미현 기자 = ​hmh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