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준원 "고윤정과 멜로, 부정적 반응 예상"

‘슬전생’으로 주목받은 배우 정준원이 고윤정과의 멜로 연기에 대한 솔직한 우려와 비하인드를 전했습니다. 데뷔 10년 만에 맞은 전성기, 차기작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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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원

배우 정준원(37)은 고윤정(29)과 로맨스 걱정이 앞섰다.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슬전생) 촬영 전부터 '시청자들을 설득 시킬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컸다. "캐릭터 자체가 비현실적이고 판타지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전공의 레지던트의 성장 이야기를 다뤘지만, '구도원'(정준원)과 '오이영'(고윤정) 멜로에 초점이 맞춰졌다. 결과적으로 드라마 흥행 요인이 됐는데, 정준원 역시 "이렇게 좋아해줄 줄은 몰랐다"고 했다.


"초반에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이 있을 거라고 충분히 예상했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설득시키고 있다'는 응원 글이 나오더라. 인상 깊었고 다행이면서 뿌듯했다. 솔직히 폐부를 찌른 느낌이었다. 아예 얘기가 안 나오는 것 보다 관심을 받는 게 나으니까. 윤정이는 완벽한 피사체에 가까운 미인 아니냐. 도원이 이영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이영이 도원을 좋아하니까 현실 세계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 같았다. 시청자 상식으로도 그렇게 볼 것 같아서 부정적인 시선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정준원은 슬전생의 가장 큰 수혜자다. 이 드라마를 찍기 전 인스타그램 팔로워수는 3000여 명 뿐이었지만, 종방 후 약 46만명으로 늘었다. "아침에 보면서 흐뭇해 한다. (방송하는) 6주 동안 꿈처럼 지나갔다"고 할 정도다. "SNS에 '구도원 남친짤'이 쏟아졌는데, "보이는 대로 '좋아요'를 누르고 있다. 처음에는 '내 게시물을 찾아봐서 보이는구나' 싶었지만, 주변 지인들이 얘기해줘서 '다른 데서도 보이는구나' '관심을 가져 주는구나'라고 느꼈다"고 털어놨다.


멜로신이 많아서 외모가 신경쓰였을 텐데, "내가 노력을 해봤자 아니냐. 최선을 다하긴 했는데, 안 되는 싸움이란 게 있으니까. '연기 열심히 잘 하자' 싶었다. 주변에서 (고윤정과 로맨스 연기를 하니) '돈 내고 일하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초반부터 이영이 도원에게 푹 빠졌는데, "'엥?' 할 정도로 갑자기 행동했다. 오히려 이영이 성격을 명확하게 보여줘서 이질감이 들지는 않았다"고 짚었다.


"고윤정씨가 연기하면서도 깜짝 놀랄 정도로 도원을 좋아하는 눈빛을 보내줬다. 진심을 다해 연기하더라. 연기 욕심이 굉장히 많은 친구다. 같이 신 의논도 하고, 윤정이가 아이디어도 열정적으로 냈다. 윤정이 덕분에 도원이 만들어졌다. 설렜던 적도 당연히 있다. 특정 신은 생각이 안 나는데, 고윤정씨가 사랑스러운 눈빛을 보내면 설레지 않을 사람이 없지 않을까 싶다. 윤정이라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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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의사생활'(슬의생) 시리즈(2020~2021) 스핀오프라서 기대가 크지 않았을까. 슬의생1 오디션에서 떨어졌지만, 5년 만에 슬전생으로 빛을 보게 됐다. "(기대가)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팬덤을 많이 구축한 시리즈 스핀오프라서 관심을 가져주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훨씬 더 좋아해준 것 같다"며 "신원호 감독님이 어떤 부분을 보고 캐스팅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도원과 나의 교집합을 보지 않았을까. 내가 유추했을 때 감독님 눈에 많이 편안해 보였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슬전생 오디션에는 작품이 뭔지도 모르고, 극본도 모르는 상태에서 갔다. 당일 극본을 주면 20~30분 정도 보고 편안하게 리딩했다. 극본 자체는 구도원으로 봤는데, 그것만 보고 어떤 인물인지는 판단하지 못했다. 그간 내가 그런 역을 맡지 않아서 오디션용으로 줬다고 생각했다. 세 번째 오디션 볼 때쯤에 '혹시 이 역할을 나한테 주려고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디션 분위기는 작품처럼 다들 따뜻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서 사적인 이야기하고, 농담 따먹기 하고 화기애애했다."


도원은 자연스럽고 편안한 매력이 돋보였다. 연기할 때도 "최대한 부담스럽지 않게 보여주려고 했다. 자칫 거북해 보일 수 있는 부분을 배제했다. 드라마에 어쩔 수 없이 나오는 클리셰도 자연스럽게 설득시키려고 노력했다"면서 "도원과는 조심스러워 하는 게 가장 닮았다. 신중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닮지 않은 부분은 공부, 성적 아닐까 싶다"며 웃었다.


전공의 파업 장기화로 편성이 1년 밀려 마음 고생도 했을 터다. "촬영 막바지쯤 그런 일이 생겼는데, 6개월 동안 열심히 찍은 작품을 방송하지 못하니 아쉬웠다"면서도 "제작사에서 신원호 감독님 포함해 '분명히 오픈할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면 좋은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는 확신을 줬다. 시즌2가 나온다면 당연히 참여하고 싶다. 애정이 많은 작품이다. 슬전생을 안 만났으면 이 자리에 없었을 거다. 데뷔한 지 10년쯤 됐다. 물론 그간 해온 작품 덕분에 지금 내가 있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제 시작한 기분이 든다. 기적, 선물 같은 작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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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원은 2015년 영화 '조류인간'으로 데뷔, 10년 만에 이름을 알리게 됐다. 가족들이 가장 큰 힘을 줬고, 극본을 쓰는 형 역시 든든한 동반자가 됐다. 중간에 '그만해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연기를 좋아해서 포기할 수 없었다. "30대가 돼서는 이거 말고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다른 걸 할 수도 없었다. 참 다행"이라며 "할 줄 아는 게 있으면 딴 거 했을 수도 있는데, 막연하게 '한 번만 기회만 온다면 꼭 잘 해낼 수 있을거야'는 자기 최면을 걸고 살았다. 스스로 안 믿으면 아무도 안 믿어주니까"라고 설명했다.


슬전생으로 전성기를 맞아 차기작에 관심이 크다. "예전에는 거의 작품 제안이 없었고, 혼자 일한 기간도 있었다. 가뭄에 콩 나듯 했는데, 지금은 뭐든지 제안해주면 감사하다"며 "슬전생은 풋풋하고 예쁜 청춘물이었는데, 좀 더 성숙한 어른들의 로맨스도 해보고 싶다"고 바랐다.


"부담없이 편안하게 보게 되는 게 가장 큰 장점이지 않을까 싶다. 특별하게 대단한 능력이 있는 게 아니라, 화면 속에서 편안함이 느껴지는 것 같다. 당연히 그 과정은 편안하지 않고, 이 작품을 만나기 전까지 큰 롤을 맡아온 연기자가 아니었다. 이 일을 사랑하는 입장에서 기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으면 보여줄 수 없으니까. 작품과 역할 갈증이 굉장히 심했다. 포기하지 않고 잘 버텨줬고, 슬전생 같은 작품이 와서 감사하다."


최지윤 기자 plain@newsis.com

2025.05.20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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