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를 품은 럭셔리…'마이바흐 SL' 타보니 [시승기]

리무진에서 내려 직접 핸들을 잡은 마이바흐 오너를 위한 차. 2인승 소프트탑으로 재해석된 ‘또 하나의 마이바흐’, SL 시승기를 전합니다.

올 하반기 국내 출시될 '마이바흐 SL' 시승

2인승 오픈톱…절제의 미학으로 럭셔리 강조

V8 고성능 엔진 탑재…스포티한 주행도 가능

소프트톱 보완됐지만 실용성은 여전히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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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올해 출시 예정인 '디 올 뉴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L'. (사진=벤츠 코리아 제공) 2025.01.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L을 타는 순간, '마이바흐답지 않은 마이바흐'라는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하지만 이내 그 말이 틀렸음을 직감했다.


지난달 말 스페인 이비사섬에서 진행된 글로벌 시승 행사를 통해 직접 몰아본 마이바흐 SL(모노그램 에디션)은 우아하면서도 스포티한 새로운 '마이바흐'라 것을 증명했다.

이비사의 젊음을 담은 車

이번 시승 장소로 이비사가 선택된 이유는 명확했다.


SL은 마이바흐 라인업 중 가장 스포티한 모델이다. 전통적으로 50대 이상이 주를 이루던 고객층을 보다 젊은 세대로 확장하려는 브랜드의 전략적 포석 속에서, 유럽 대표 휴양지 이비사는 그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전달하기에 적절한 무대였다.


굽은 길이 많은 이비사의 도로는 고성능 차량의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내기에 적합한 환경은 아니었지만, SL의 본질은 퍼포먼스에만 있지 않았다.


SL은 '속도'보다 '경험'을 위한 차였다. 마이바흐는 SL을 통해 오너의 감각적 삶, 감정의 결을 자극하는 ‘경험 중심의 럭셔리’를 구현하고자 했다.


시승 코스는 바다를 따라 이어진 해안도로였다. 오픈톱 상태로 유유히 달리는 동안,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단지 차량의 사양이 아닌 배경과 조화된 모습이었다.


시승 참가자들은 가속 페달보다 더 자주 선글라스를 챙겼다. 주행은 마이바흐 오너의 라이프스타일을 재현하는 일종의 체험이었다.


흘러가는 풍경, 도로 위를 부드럽게 누비는 차체의 움직임, 그리고 조용히 울리는 엔진음까지 모든 것이 마이바흐 SL의 존재 이유를 설명했다.


한 마디로 SL은 '젊어진 마이바흐'가 아니라, '여유로운 감각을 지닌 마이바흐'였다. 스포티함이 목적이 아니라, 감성을 전달하는 수단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차는 마이바흐답지 않다는 첫인상을 완벽히 뒤집는다. ‘마이바흐다움’의 정의를 다시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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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위부터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L 680 모노그램 시리즈 화이트 앰비언스와 메르세데스-AMG SL 43 (사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AMG의 힘에 마이바흐의 럭셔리를 더하다

마이바흐 SL은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라인 메르세데스-AMG SL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파워트레인 등 주요 구성은 공유하지만 두 모델은 지향점은 다르다.


AMG SL이 응답성과 출력, 사운드 등 모든 요소를 퍼포먼스에 집중했다면, 마이바흐는 절제된 미학으로 '럭셔리'와 '여유'를 입혔다.


차이는 실제 주행에서도 명확했다.


언더스티어링이 강화돼 AMG SL에 비해 날카로운 핸들링은 한층 부드러웠고, 노면 접촉을 최소화한 서스펜션과 억제된 엔진음 덕분에 2인승 오픈톱임에도 전반적으로 우아한 인상을 남겼다.

우아하게 달리다가도 때로는 스포티하게

마이바흐 SL은 총 네 가지 주행 모드를 제공한다. ▲마이바흐 모드 ▲C모드 ▲S모드(스포츠) ▲사용자 설정 모드로, 운전자는 버튼 하나로 엔진 반응과 서스펜션 감도를 조절할 수 있다.


이 중 '마이바흐 모드'는 이 차가 지향하는 감성을 가장 뚜렷하게 드러내는 모드이다. 가속은 부드럽고 변속은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매끄럽게 이어진다. 서스펜션은 노면 정보를 철저히 걸러내며, 정숙성도 극대화된다.


하지만 이 차에는 여유만 있는 건 아니다. S모드로 전환하는 순간, 성격이 완전히 바뀐다.


V8 4.0리터 바이터보 엔진과 MCT 9단 변속기 조합은 최고출력 585 마력, 최대토크 81.6㎏·m(킬로그램미터)를 발휘하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단 4.1초면 충분하다.


흥미로운 건 배기음이다. AMG SL처럼 외부로 드러나는 배기음은 절제돼 있지만 차량 내부에서는 충분한 울림이 느껴진다. 이는 실제 배기음을 녹음한 소리를 증폭해 전달하는 방식으로, 외부에는 고요함을 유지하면서도 운전자에게는 스포티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이비사=뉴시스] 박현준 기자 =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스페인 이비사 섬 식스센스 호텔에서 열린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L 글로벌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L 680 차량이 공개되고 있다. 2025.05.13. parkhj@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소프트탑 한계도 보완했지만, 실용성은 아쉽다

마이바흐 SL의 소프트톱은 구조적 한계를 최소화했다. 약 70㎏가량 늘어난 무게와 함께 이중 단열창을 적용해 정숙성을 높여 주행 중 실내 소음이 역시 확연히 줄어든 것이 체감됐다.


마이바흐 패턴이 은은하게 새겨진 소프트톱을 닫고 달리자, 오픈톱 차량이라는 사실을 잊을 만큼 실내는 조용했다. 소프트톱은 시속 60㎞ 이하에서도 여닫을 수 있어 실사용 편의성도 높였다.


AMG SL에서 단점으로 지적되어 온 터치 방식의 소프트톱 조작도 물리 버튼으로 바뀌었다. 차량 개발을 맡은 엔지니어는 "기존 SL 고객들의 피드백을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완성도 속에서도 아쉬움은 남는다.


고성능 엔진을 탑재했음에도 실제 주행감은 절제에 가까웠다. AMG SL은 스포츠 모드에 이어 성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스포츠 플러스' 모드까지 지원하지만, 마이바흐 SL은 안정성을 중심으로 조율돼 있었다.


구조적인 한계도 명확했다. AMG SL은 2도어임에도 뒷좌석을 활용해 최대 4명이 탑승할 수 있는 반면, 마이바흐 SL은 2인승이었다. 결국 실용적 이동 수단이라기보다는 상징성과 감성에 초점을 맞춘 모델에 가까운 듯했다.


그럼에도 마이바흐 브랜드 역사상 가장 스포티한 차량이라는 정체성은 분명했다. 속도보다 장면, 퍼포먼스보다 경험. 마이바흐 SL은 고급스러움을 다시 정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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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사=뉴시스] 박현준 기자 =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스페인 이비사 섬 마리나 보타폭 항구에서 열린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L 글로벌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L 680 차량의 내부가 공개되고 있다. 2025.05.13. parkhj@newsis.com

박현준 기자​ parkhj@newsis.com

2025.05.14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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