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기통이 이렇게 강할 줄이야…AMG SL 43의 반전 성능 [시승기]

421마력 4기통 엔진의 즉각적 반응

9단 MCT 변속기의 직결감 강화

경량 로드스터 철학 재해석한 설계

단단한 하체와 예리한 조향 조화

소프트톱이 주는 경량화 효과 분명

[서울=뉴시스] 메르세데스-AMG SL 43. 4기통 엔진 기반의 경량 로드스터로 민첩한 핸들링과 오픈톱 감성을 강조한 모델이다. 2025.12.02 photo@newsis.com

메르세데스-AMG SL 43을 이해하려면 먼저 이름의 기원을 짚을 필요가 있다.

SL은 독일어 '수퍼 라이트(Super Leicht)'의 약어로, 1950년대 레이싱에서 출발한 초경량 고성능 로드스터 철학을 뜻한다.

가볍고 빠른 주행, 정확한 조향이라는 SL의 본질은 세대가 바뀌어도 유지돼 왔고, SL 43은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델이다.

[서울=뉴시스] 메르세데스-AMG SL 43. 4기통 엔진 기반의 경량 로드스터로 민첩한 핸들링과 오픈톱 감성을 강조한 모델이다. 2025.12.02 photo@newsis.com

SL 43은 2.0리터 4기통 터보 엔진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조합해 최고출력 421마력을 낸다. 수치만 보면 6기통 스포츠카에 근접하며, 실제 가속 반응도 빠르다.

4기통이라는 구성만 보면 의문이 생기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오히려 AMG의 기술력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단순한 엔트리 로드스터가 아니라, AMG가 4기통으로 만든 가장 순수한 주행 감각을 체험하는 모델에 가깝다.

터보랙(가속 지연 현상)을 거의 느낄 수 없는 초반 응답성과 가벼운 회전 질감, AMG 특유의 중음 배기 톤이 더해져 4기통 한계를 넘어서는 주행 경험을 제공한다.

변속기의 반응은 훨씬 직설적이다. 9단 MCT는 고속에서 매끄럽고, 스포츠 플러스에서는 단수를 움켜쥐듯 바로바로 바꿔준다.

다만 저속 영역에서 드러나는 변속기의 거친 반응은 아쉽다. 시내 주행에서는 울컥거림과 변속 충격이 반복돼 편안함이 떨어진다. 또 2+2 구조의 뒷좌석은 너무 좁아 사실상 짐칸 수준으로 실용성이 제한된다.

[서울=뉴시스] 메르세데스-AMG SL 43. 4기통 엔진 기반의 경량 로드스터로 민첩한 핸들링과 오픈톱 감성을 강조한 모델이다. 2025.12.02 photo@newsis.com

핸들링은 이번 세대 SL의 가장 큰 변화다. 소프트톱 적용으로 경량화가 이뤄졌고 무게 중심도 낮아졌다. 코너 진입 시 차체 중심이 정확하게 잡히며, 조향은 묵직한 감각이 중심을 잡아 준다.

하체는 상당히 단단한 세팅으로 고속 코너에서 차체가 흔들림 없이 버티며, 피드백은 직설적이다. 다소 하드한 승차감이지만 스포츠 주행 관점에서는 오히려 장점이 된다.

브레이크 성능도 안정적이다. 페달 응답이 빠르고 연속 제동에서도 페이드(제동력 감소)가 거의 없다. 적극적인 주행을 전제로 한 엔진·하체 구성과 균형을 맞춘 제동 능력이다.

주행 모드 변화 폭도 크다. 컴포트에서는 변속과 배기음이 부드러워지지만 GT 성향으로 완전히 전환되지는 않는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엔진음이 커지고 변속기·서스펜션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AMG의 성격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운전의 재미도 당연히 배가된다.

[서울=뉴시스] 메르세데스-AMG SL 43의 스크린 기울기 조정 모습. 2025.12.02 photo@newsis.com

오픈톱 감성은 SL 43의 매력을 완성한다. 새롭게 적용된 소프트톱은 15초면 열리며 주행 중에도 작동한다.

천장을 여는 순간 들려오는 엔진음과 배기음, 바람 소리가 SL의 전통적 로드스터 감성과 잘 맞물린다.

특히 시트에 내장된 목 주변 온풍 기능인 에어스카프 덕분에 추운 날씨에도 부담 없이 오픈 주행을 즐길 수 있다.

결론적 말하자면 AMG SL 43은 숫자로 판단하기 어려운 차다. 4기통이라는 고정관념을 뒤집으며, SL이 추구해 온 가볍고 빠른 로드스터의 철학을 현대 AMG 방식으로 잘 표현해냈다.

주행의 재미와 감각적 피드백, 차량의 디자인을 중시하는 운전자라면 설득력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유희석 기자 heesuk@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