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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네 잘못이 아니야"…시민들은 '김군'을 잊지 않았다

by뉴시스

오늘 3주기…구의역 스크린도어 포스트잇 가득

"천천히 먹어" 메모와 샌드위치 등 놓아두기도

"만감 교차" "나도 부모…김군 보면 자녀 떠올라"

"또 다른 김군 막자" 오늘 광화문서 추모제 진행

뉴시스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정비용역업체 직원 김군이 숨진 지 3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27일 서울 광진구 구의역 스크린도어 앞에서 한 시민이 추모 메시지를 읽고 있다. 2019.05.27. radiohead@newsis.com

지난 27일 오전 구의역 9-4 승강장 앞. 막바지 출근 행렬 사이로 포스트잇이 가득 붙어있는 스크린도어가 눈에 들어왔다. 아래에는 "천천히 먹어"라는 메모가 붙여진 샌드위치와 김밥, 음료수 등이 놓여 있었다. 모두 '구의역 사고' 김군을 위해 마련된 것들이다.


28일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가 발생한지 꼭 3년째 되는 날이다.


2016년 5월28일 당시 은성PSD 비정규직 직원으로 일하던 김모(당시 19세)군은 구의역에서 혼자 스크린도어 정비를 하다 열차에 치여 숨졌다. 그의 가방 안에서 나온 컵라면과 삼각김밥. 끼니도 잘 챙기지 못하는 비정규직의 현실을 마치 상징과도 같이 보여주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바쁜 걸음으로 지나가던 시민들도 잠시 걸음을 늦춰 추모 벽을 살펴봤다. 몇몇은 아예 지하철이 올 때까지 가만히 서서 메모를 하나하나 읽기도 했다. 안타까운 표정부터 덤덤한 표정까지. 다양한 표정이 추모 벽을 지나쳐 갔다.


추모 벽에는 '3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가슴이 아프다', '네 잘못이 아니야' '구의역 김군, 고 김용균, 고 이민호 모두 잊지 않겠다' 등 다양한 내용의 메모가 붙어 있다. 생전 김군의 동료들도 "평생 네게 빚을 지고 살고자 한다. 우리 PSD 직원들이 눈물 한 방울 흘리고 간다"며 "네가 여러 사람을 위험에서 구했다. 미안하다 김군아"라는 메모를 남겨 놓았다.


출근을 하던 직장인 김선만(31)씨는 잠시 멈춰 추모 벽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는 "어떤 사람들은 김군의 잘못이라고 하거나 운이 안 좋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이를 단순 사고로 치부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9-4 승강장에 서서 한참 메모를 읽던 대학생 김서형(19)씨는 "당시 김군과 같은 나이대고 취업을 앞둔 사람이기에 더 만감이 교차한다"며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김군의 부모 세대인 서모(50)씨는 "나도 자녀가 있는 부모이기 때문에 어린 김군의 죽음이 많이 안타까웠다. 지금도 (청년 비정규직의) 상황은 별로 나아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뉴시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지난 25일 오후 서울 구의역 앞에서 '구의역 참사 3주기 추모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2019.05.25. bluesoda@newsis.com

시민들의 말처럼 구의역 사고 이후에도 김군과 같은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죽음은 멈추지 않았다.


2017년 11월에는 제주시 한 음료 제조업체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특성화고 학생 이민호군이 기계에 끼여 숨졌고, 지난해 12월에는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설비점검을 하던 김용균씨 역시 같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또 지난달에는 경기도 수원의 한 아파트형 공장 신축공사장 5층에서 작업하던 특성화고 졸업생 김태규씨가 추락해 사망하기도 했다.


이에 또 다른 김군의 사망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구의역 1번출구 앞에서 열린 '구의역 사고 3주기 추모제'에서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사고 후 2년만에 스크린도어 사고는 70% 가까이 줄었지만 사회에는 또 다른 청년들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며 "또 다른 김군의 죽음을 막을 법이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임선재 서울교통공사노조 PSD지회장도 "작년 말 또 한 명의 청년노동자(고 김용균씨)를 네 곁으로 떠나 보냈다. 우리가 김군·김용균·김태규라는 마음으로 다시는 그들을 떠나 보내지 않겠다"며 "생명과 안전이 우선시되고 현장의 모든 차별이 없어지는 환경을 만드는 게 너를 추모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25일부터 3주기인 이날까지 '구의역 사고' 추모의 벽을 운영한다. 구의역 9-4 승강장을 포함해 강남역 10-2, 성수역 10-3 승강장에 추모의 벽을 마련했다.


지난 27일 오전에는 전태일기념관에서 '구의역 3주기, 반복되는 청년노동자 죽음을 막기 위한 토론회'도 열렸으며, 이날 저녁 6시30분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로 소공원 앞에서 고 김태규 건설 노동자 49재와 구의역 김군 3주기 추모문화제가 열린다.


​【서울=뉴시스】고가혜 기자 = ​gahye_k@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