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수면제' 6만정 불법처방…"혼자복용" 못믿을 진술

[이슈]by 뉴시스

경찰, 가짜 처방전 3장을 단서로 수사 시작해

알고도 판매한 약사 조사하니 동종 범죄 줄줄

조무사들 "우리가 다 복용" 진술 의문점 남아

경찰 "조무사 1명 판매 정황 있어…계속 수사"

처방전 관리 허점 악용…유사 범죄 우려 대목

"윤리 의식 제고하고 처방전 관리 철저해야"

뉴시스

의사처방전을 위조해 마약류 의약품 수만정을 불법으로 빼돌린 약사, 간호조무사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15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약사 A씨와 간호조무사인 B씨(구속), C씨, D씨, E씨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검거해 수사 중이다.


B씨 등 간호조무사 4명은 각자 다니던 병원에서 처방전을 빼돌려 위조, 무더기로 향정신성의약품을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약사 A씨는 이들의 위조 사실을 알고도 묵인하거나 이들 처방전에 약품을 추가로 기재하는 등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의 범행은 B씨의 절도 혐의 조사 중 덜미가 잡혔다.


B씨는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소재 한 백화점에서 다른 손님의 가방을 훔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B씨를 특정해 자택을 압수수색했고, 위조된 처방전 3매를 발견해 새로운 수사망을 펼쳤다.


그 결과 B씨는 지난 2017년 1월2일부터 올해 3월까지 다수 병원의 처방전을 2000장 넘게 위조해 스틸녹스 6만여정을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틸녹스'는 향전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된 수면유도제로, 오남용시 환각이나 자살 충동 등 부작용을 초래한다.


경찰은 B씨의 진술을 토대로 범행에 연루된 약사 A씨를 특정했다. A씨 외 약국 관계자는 위조 사실을 모르고 약을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약사 A씨는 B씨가 가져온 처방전이 위조된 사실을 알고도 2017년 5월부터 지난 3월까지 1300여회에 걸쳐 스틸녹스 약 3만8000개를 내준 것으로 조사됐다.


B씨와 알고 지내던 간호조무사 C씨는 B씨에게 자신이 재직 중인 병원의 처방전 양식을 가져다준 혐의를 받는다.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약사 A씨가 이들뿐만 아니라 다른 간호조무사들이 들고온 위조 처방전까지 눈 감아주고 '푸링'이라는 약품을 추가 기재한 사실도 드러난 것이다. 푸링 역시 오남용시 우울증이나 정신분열증을 초래할 수 있는 식욕억제제로 항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돼있다.


간호조무사 D씨는 2017년 1월부터 지난 2월에 걸쳐 위조된 처방전 10여매를 내고 푸링정 400여개를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E씨는 2016년 8월부터 지난 1월까지 위조 처방전 약 300장으로 내 푸링정을 9000개 이상 구입했다.


이들은 일부 병원에서 나오는 처방전이 전산 시스템이 아니라 수기로 작성해도 된다는 허점을 악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사가 컴퓨터에 약품명을 입력하는대로 출력되는 전산 처방전 대신, 종이에 병원 이름과 도장 등이 찍혀있는 처방전 양식을 빼돌려 약품을 멋대로 기재한 것이다.


의아한 부분은 여전히 남아있다. 입건된 간호조무사들이 모두 '구매한 약을 모두 복용했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특히 B씨의 경우 2년에 걸친 범행 기간을 감안하더라도 수만정에 달하는 향정신성 의약품을 단독으로 먹을 경우 건강이 위험해질 가능성이 높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구매한 약이 대량인만큼 약 거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계좌 내역이나 휴대전화 내역 등을 수사했지만 나온 내용은 없었다"면서도 "다만 E씨의 경우 외부로 판매한 정황이 있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사한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계 종사자들의 윤리 의식 제고와 철저한 처방전 관리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서울=뉴시스】김온유 기자 = ohnew@newsis.com

2019.06.17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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