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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 ] 인터뷰

"장애는 그저 불편할 뿐이죠"…맨해튼음대생 된 김지선

by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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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시각장애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선 씨가 지난 7월 30일 서울 강북구 한빛맹학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8.01. myjs@newsis.com

한국인 최초도 아닌 세계 최초로 한국인 시각장애인 바이올리니스트가 미국의 내로라하는 음악학교인 맨해튼 음대에 입학했다. 시각장애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선(24)은 지난 3월 이 학교의 입학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얼떨떨해 실감조차 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30일 오후 서울 강북구 소재 한빛맹학교에서 김지선을 만났다. 그는 합격 소감을 묻는 질문에 "맨해튼이 음악 대학에서는 줄리어드 다음으로 좋다고 하니, 스스로도 너무 놀라웠다. 제가 열심히 하기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며 새어 나오는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그의 악기 인생은 5살 때 시작됐다. 어릴 적부터 동요, 클래식 가릴 것 없이 음악을 좋아했던 그는 당시 어머니가 운영하던 뜨개방에 장식처럼 있던 작은 피아노를 우연히 쳐본 후 어머니에게 피아노를 배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시각장애인인 지선씨를 단호하게 거절했던 피아노학원 원장은 그의 열정에 결국 그를 받아들였다. 원장은 지선씨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함과 동시에 그의 작은 손을 눈여겨 보고 피아노보다 바이올린을 해보기를 권유했다.


그렇게 김지선은 6살에 처음 바이올린을 잡았다. 방과 후 수업을 통해 바이올린을 배워온 그에게 10살이 되던 해 큰 기회가 찾아 왔다. 당시 KBS교향악단 단원이었던 바이올리니스트 방형진이 지선씨의 아버지가 인터넷에 올려둔 그의 연주를 보고 그를 가르쳐보고 싶다고 연락을 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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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시각장애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선 씨가 지난 7월 30일 서울 강북구 한빛맹학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8.01. myjs@newsis.com

그렇게 그는 10살에 대구에서 서울로 옮겨 왔고 평일에는 한빛맹학교에서, 주말에는 방형진에게 바이올린을 배웠다. 이후 SK텔레콤에서 운영하는 해피뮤직스쿨을 통해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몸 담았던 바이올리니스트 임가진과 만났고 2년 동안 그에게 수업을 들었다.


이후 임가진의 추천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 과정에 들어가게 됐고, 3년 동안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을 사사했다.


그의 연주 인생의 첫 시련은 한예종 입학 후 찾아왔다. 실력자들이 모여있는 만큼 그는 잔뜩 위축됐고, 여기에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도 더해졌다. 한예종의 학생이라면 마땅히 참여해야 하는 실내악(소규모 구성의 연주) 연주에서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제외됐다.


결국 1년 동안 부당함을 참던 그는 총장실을 찾아가 이를 토로하고 잘못된 상황을 바로 잡았다.


"보통 여러 명이서 연주를 하면 아이 컨택트을 하면서 처음에 곡에 들어갑니다. '눈을 마주치고 알아서 들어오라'는 식이죠. 그래서 그런지 학교에 처음 들어갔을 때 조교가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실내악을 연주할 수 있겠느냐며 껴주지 않았어요.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내가 이러려고 이 학교에 들어온 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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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시각장애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선 씨가 지난 7월 30일 서울 강북구 한빛맹학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8.01. myjs@newsis.com

그가 총장실을 다녀간 후 이듬해부터 그는 실내악 연주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총장실을 찾아갔다는 이유로 일부 선배들의 못마땅해하는 막말을 견뎌야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실내악 연주팀에 들어가자마자 모두에게 인정받았다.


"한 학기에 한번씩 실기시험을 보듯이 실내악팀들을 점검합니다. 선생님들이 저한테 '눈이 안 보이는데도 보이는 애들보다 박자를 더 잘 맞춘다'고 놀라워 하셨어요. 심지어 언젠가는 사중주단 연주 당시 피아노가 솔로 부분에서 박자를 놓쳤죠. 잘못하면 연주가 완전히 어그러질 뻔 했는데, 바이올린이 들어갈 부분이 딱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발구령과 고갯짓으로 친구들을 선도해 위기를 모면한 적도 있습니다. 그걸 보고 당시 은사셨던 권혁주 선생님이 되게 놀라워하셨어요."


그가 어렵게 자신감을 낸 행동은 변화를 만들어 냈다. 김지선이 남긴 선례로 인해 그의 한빛맹학교 후배인 시각장애인 첼리스트는 한예종에 입학한 후 아무런 편견없이 바로 실내악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의 행로는 후배 시각장애인 연주자들에게 용기를 준 뿔만 아니라 그들을 위한 편견을 깨는 과정이기도 했던 것이다.


미국으로의 유학을 앞두고 있는 그는 기대만큼이나 두려움도 크다. 비장애인에게도 유학생활은 녹록지만은 않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첫 한국인 종신단원 비올리스트 박경민은 처음 유학가고 3개월 동안 매일 밤 베개를 눈물로 적셨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사회적·제도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잘 돼있는 미국의 시스템이 있는 만큼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다.


"비자 문제와 집안의 여건상 함께 할 수 없는 부모님을 대신해 학교에서는 눈이 돼줄 친구를 알아봐주겠다고 약속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을 알고서는 특별 장학금을 주기도 했다"며 자신이 다닐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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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시각장애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선 씨가 지난 7월 30일 서울 강북구 한빛맹학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8.01. myjs@newsis.com

가장 기대되는 점으로는 맨해튼 음대에서 가질 오케스트라 공연 기회를 꼽았다. 한빛예술단에서의 수많은 오케스트라 공연은 물론 2018년 카네기홀에서 열린 솔리스트 컴페티션(독주 경연)에서도 오케스트라 무대에 올랐음에도 한국에서 비장애인들과 오케스트라에 오른 경험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2018년에 카네기홀에서 열린 솔리스트 컴페티션(독주 공연)에 참가했다. 그 과정에서 마지막에 모든 참가자들이 무대에 올라 오케스트라 곡을 연주해야 한다. 들어가는 부분의 타이밍을 어떻게 맞추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악장을 맡았었던 외국인 오빠가 걱정말라며 자기가 숨소리를 크게 낼테니 그때 들어오라고 말해줬다."


2018년 당시 카네기홀에서 그의 연주를 지켜본 관계자 중 한 명은 "0.01초의 오차도 없이 곡에 들어간 게 너무 대단하다. 모두가 놀라워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 만큼 장애인보다 자세를 잡기 어려워 그들의 몇 배의 연습을 해야만 했던 김지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을 동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자세가 제대로 안 잡히면 소리가 망가집니다. 자세는 그만큼 중요하죠. 비장애인 같은 경우는 거울을 보고 연습할 수 있지만 난 그게 안 되잖아요. 자세를 조금씩 수정하며 활 쓰는 연습만 2시간 넘게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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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시각장애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선 씨가 지난 7월 30일 서울 강북구 한빛맹학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08.01. myjs@newsis.com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9월에 온라인으로 먼저 맨해튼 음대의 수업을 접하고, 내년 1월에 미국으로 갈 예정이다.


자신의 마음을 음악에 녹여내 '사람들을 평온하게 치유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는 그는 마지막으로 장애인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거두어 줄 것을 청했다.


"장애가 있다고 슬프지는 않아요. 아직도 보면 장애인이라고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죠. 장애는 불편한 거지 불행하거나 불쌍한 건 아니에요. (장애인이 불편해하면)도와주면 되는 거지 동정어린 눈으로 보거나 불쌍하게 보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가 속한 한빛예술단은 한빛맹학교에서 운영하는 시각장애인으로만 이뤄진 오케스트라단이다. 한빛예술단은 오는 8월11일 오후 7시30분 롯데콘서트홀에서 콘서트 '뮤직 인 더 다크: 모멘텀(Music in the Dark: Momentum)'을 연다.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nam_jh@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