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성형외과 '직원 단톡방'… “사장님, 내성 생겨 겁나게 들어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의혹과 관련, 서울 강남구 청담동 H성형외과 직원들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이하 단톡방) 문자내용을 뉴스타파가 입수했다. 단톡방에는 ‘사장님’, 또는 ‘이 씨’로 지칭된 이가 H성형외과를 방문해 오후 6시가 넘는 시간까지 잠에서 깨지 않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뉴스타파에 이부진 사장의 프로포폴 투약 의혹을 제보한 이 병원의 전직 직원 김민지(가명) 씨는 “직원들 사이에서 이부진 사장은 ‘사장님’이라고 불렸다. 단톡방에서 ‘이 사장’, ‘이 씨’로 지칭된 사람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다”라고 주장했다.
제보자 휴대전화 단톡방 복구... “내성 생겻는지 겁니 들어감”
뉴스타파는 최근 제보자 김 씨에게서 H성형외과 근무 당시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제공받았다. 김 씨는 이 스마트폰을 H성형외과에 근무하던 2016년 1월부터 5월까지 사용했다. 김 씨는 “병원 근무 당시 자신과 다른 병원 직원 3명이 포함된 ‘단톡방’이 있었고, 단톡방에서 업무 관련 이야기도 종종 나눴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김 씨의 동의를 받아 이 스마트폰 디지털 포렌식을 실시해 모두 998건의 단톡방 대화 내용을 확보했다.
단톡방에서는 제보자 김 씨가 뉴스타파 측에 증언한 이부진 사장의 H성형외과 프로포폴 투약 정황과 일치하는 내용들이 다수 들어 있었다. ‘사장님’ 또는 ‘이 씨’라고 지칭된 사람을 두고 직원들은 “내성이 생긴 것 같다”라는 등의 대화를 나눴다.
먼저 2016년 4월 14일. 오후 6시 38분쯤 단톡방에서 “사장님은 아직 안 가실 것 같냐”는 제보자 김 씨의 질문으로 ‘사장님’에 대한 대화가 시작됐다. 성형외과 다른 직원인 송 모 씨는 3분 뒤인 오후 6시 31분 쯤 “(사장님이) 이번에 깨면 갈 듯 하다”고 답했다. 잠시 뒤 H성형외과 총괄실장이었던 신 모 씨와 직원 송 모 씨는 이 ‘사장님’을 지칭하며 이런 문자를 주고 받았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문자를 정리하면, ‘사장님’으로 지칭된 이가 내성이 생겨 약물이 과도하게 투약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제보자인 김민지 씨는 “직원들이 ‘사장님’이라고 부른 건 이부진 사장밖에 없었다”며 해당 대화에 나오는 인물이 이부진 사장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김 씨는 뉴스타파와 인터뷰에서 이부진 사장의 H성형외과 방문 후 자신이 오후 늦게 병원에 남아 뒤처리를 할 당시 “프로포폴 두 상자를 치웠다”고 말한 바 있다. 프로포폴 한 상자에는 보통 주사 앰플 10개가 들어간다.
이에 앞서 같은 해 3월 31일 카톡방에도 ‘사장님’이 등장했다. 오전 9시 44분쯤, 총괄실장 신 모 씨는 직원들에게 “사장님이 온다”고 알렸다. 김민지 씨는 이 문자가 “실장님이 원장님에게 이부진 사장이 (성형외과에) 온다는 말을 전해듣고 다른 직원들에게 전달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신 씨는 사장님의 방문 소식을 전한 뒤인 오전 11시 26분엔 “왠지 나 여기 오후 6시 퇴근까지 한결같이 갇혀있을 것 같다”는 문자를 단톡방에 올렸다. “이부진 사장이 H성형외과에 방문해 프로포폴을 투약했고, 대개 5시간~6시간 정도 프로포폴을 맞았다”는 제보자 김 씨의 증언과 부합하는 대목이다.
단톡방에는 ‘이 씨’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같은 해 3월 9일 오후 4시 31분, 병원 직원 송 씨는 직원들에게 “이 씨가 얼굴 할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원장님이 별 말 없었냐”고 묻는 글을 올렸다. 총괄실장 신 씨는 “별 말이 없었다”는 답을 올렸다. 이 문자를 김 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직원들이 ‘이 씨’라고 지칭한 사람은 이부진 사장입니다. 이 사장이 프로포폴을 투약하는 도중에 잠깐 잠깐 깨는 경우가 있는데, ‘피부 관리가 동시에 가능한지’를 묻곤 했습니다. ‘피부 관리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를 이 사장이 병원 직원에게 물어본 거죠.
제보자 김민지(가명) 씨
2016년 1월부터 5월까지 단톡방 내용 중 ‘사장님’, 혹은 ‘이 씨’가 등장하는 건 모두 세차례다. 이외에도 김 씨는 “대화방 내용으로 볼 때 이부진 사장이 방문했던 날이 3일 더 있다”고 주장했다.
취재 강혜인 강민수
촬영 신영철
편집 정지성
CG 정동우
디자인 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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