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석희,신유용 끝 아냐… 체육계 미투는 '올림픽 캐슬'"

[트렌드]by 노컷뉴스

영화 실미도같은 비인격적 훈련 이뤄지고 있어

숨은 피해 선수들, 용기낼 수 있게 기다려주자

'국위선양' 프레임 갇힌 선수양성시스템 바꿔야

국가 이데올로기 아닌 선수의 행복한 삶이 중요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15~19:55)

■ 방송일 : 2019년 1월 14일 (월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류태호 (고려대 체육교육과 교수)


◇ 정관용> 이번에는 유도네요. 신유용 전 유도선수, 고등학교 시절부터 코치로부터 성폭행당해 왔다. 어떻게 봐야할까요.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과의 류태호 교수를 연결합니다. 류 교수님 안녕하세요.


◆ 류태호> 안녕하세요.


◇ 정관용> 체육계의 폭력 게다가 성폭행까지 이게 만연해 있다고 봐야 합니까? 어떻게 보세요?


◆ 류태호> 이번 두 선수들의 폭로를 통해서 이제 체육하는 사람들이 깊이 관련돼 있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말이 "그럼 그렇지. 터질 게 터졌다. 터지지 않은 게 이상하다. 언젠가 그럴 줄 알았어." 이게 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약간의 입장 차이는 있지만 이런 것들이 생소하거나 그렇게 비정상적인 것은 아니라는 반응들을 하고 있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니까 이런 문제에 상당히 익숙해져 있는 거죠. 많다는 얘기죠.

"심석희,신유용 끝 아냐… 체육계 미

젊은빙상인연대와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재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 재발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정관용> 체육계에서는 이미 다 알고 있었던 일이고 비일비재하다는 거고 그런데 알면서도 다 쉬쉬해 왔다는 거죠.


◆ 류태호> 그렇죠.


◇ 정관용> 왜 그럴까요?


◆ 류태호> 그건 여러 가지로 그 문제를 진단할 수 있는데요. 그게 이제 선수 양성과 관련된 구조적인 문제가 아닐까 이런 생각이 좀 들어요. 이를테면 혹시 정 교수님 옛날 영화인데 실미도 보셨어요?


◇ 정관용> 실미도 봤죠.


◆ 류태호> 그 북파 공작원 양성하는 과정 그 훈련 과정에서 보이는 이 삶 속에서 보이는 비인간적인 훈련, 비인격적인 대접 이런 것을 보면 우리가 충분히 이런 것을 상상할 수 있지만 그 사람들 밖으로 그 목소리가 드러나지 않는 것이죠. 그리고 또 이제 국가의 전반적인 선수 양성 시스템들이 올림픽이라는 각종 국제 이벤트에서 메달을 따는 국위선양의 프레임 속에 갇혀 있어요. 이를테면 저는 그걸 요즘 인기 드라마 스카이캐슬과 같이 우리 체육계에도 올림픽캐슬이 존재한다. 저는 이렇게 봅니다. 그러니까 그들 속에서 이루어지는 비밀스러운 대화, 그들과 관련된 다양한 집단들의 이해관계를 세상에 드러낼 수가 없는 거죠. 그들의 치부가 보여지기 때문에.


◇ 정관용> 엘리트 스포츠, 올림픽캐슬이라는 단어까지 쓰셨는데 그들은 세상과 완전 단절, 고립, 격리돼서 아주 비인간적인 혹사 과정의 훈련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 말이군요.


◆ 류태호> 네. 비유를 하자면 그게 가장 정확한 것 같습니다.


◇ 정관용> 빙상계의 젊은 빙상인연대 같은 경우 원래 오늘 기자회견을 열고 추가 피해 사실 폭로하기로 했었는데 선수들이 부담스러워하고 있어서 날짜를 연기했다고 그럽니다. 지금 이지경까지 왔는데도 또 날짜 연기하고 부담스러워한다는 것. 그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 류태호> 이건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보기보다는 그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공포감을 느끼고 두려움 같은 심리적 공황상태가 있어서 그렇게 연기를 한 것이라고 저는 봐요. 더불어서 그 선수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드러낸 적이 별로 없거든요. 그래서 이들에게 그걸 드러낸다는 게 상당히 용기가 많이 필요한 것이죠.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요. 저는 계속 폭로의 양이 많아진다고 해서 이 문제를 풀 것이 아니라 결국은 우리가 생각해야 될 것은 피해 선수들의 인권이잖아요. 그 측면에서 우리가 조금 더 그들이 그러한 얘기를 당당히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때까지 기다려주고 이미 이전에 나왔던 두 선수의 용기는 그 선수들이 보여준 그 모습을 통해서 우리는 그들이 얼마큼 고통스러웠고 그 고통을 만들게 한 우리나라의 선수 육성 시스템이 얼마나 후진적인가를 우리는 정말 심각하게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게다가 이렇게 추가 폭로 예고한 후에 일정 연기까지 한 거 보면 이게 가해자들은 뻔히 알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가해자들이나 가해자와 연관된 곳에서 혹시 압력 같은 게 들어가지 않았을까요.


◆ 류태호>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죠.


◇ 정관용> 그렇죠.


◆ 류태호> 그것이 잘 보여지지 않거든요.


◇ 정관용> 그런데 각 경기단체 연맹이나 이런 데들 있지 않습니까? 더 나아가서 대한체육회도 있고 문화체육관광부도 있잖아요. 여기도 다 알고 있었지 않았을까요.


◆ 류태호> 아마 저는 알고 있다고 봐요. 알면서도 무시하거나 또는 방관하거나 방조한 것이라고 봐요.

"심석희,신유용 끝 아냐… 체육계 미

◇ 정관용>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앞으로.


◆ 류태호> 앞으로 해야 될 것은 저는 국가 주도의 선수 육성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봐요. 이를테면 지금 현재 우리나라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게 뭐냐 하면 여전히 국위선양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어요. 그 프레임을 바꿔야 되거든요, 제가 볼 때는. 그 프레임 속에는 뭐가 있냐면 국민의 건강과 여가선용이라는 스포츠가 그런 좋은 수단이라는 그 프레임으로 바꿔야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죠. 그러니까 스포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그렇게 봐주고요. 권리로 봐줘야 되는 거죠. 그리고 국가는 권리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에 대한 안전한 장치라든지 제도라든지 시스템들이 만들어져야 되죠.


◇ 정관용> 국가 주도 엘리트 체육에서 국민의 건강과 여가 선용을 위한 생활 체육으로의 대 패러다임 전환. 이게 전제되지 않으면 이런 일은 못 막습니까?


◆ 류태호> 그렇죠. 막을 수가 없다고 저는 봐요. 왜냐하면 국가가 이제는 스포츠와 국가의 관계를 국가의 어떤 이데올로기 아니면 대외적 이미지, 이런 걸로 생각해서는 안 되고요. 선수 개인의 권리 그다음에 행복한 삶.


◇ 정관용> 알겠습니다.


◆ 류태호> 이런 식으로의 전환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정관용> 오늘 문재인 대통령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본색원 해야 된다, 이런 식의 발언을 내놨으니까 국가 체육정책의 근본적 전환 기대해 보도록 하고 더 많은 선수들이 용기를 내주기를 우선 기다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교수님, 고맙습니다.


◆ 류태호> 네.


◇ 정관용> 고려대학교 체육학과 류태호 교수였습니다.

2021.02.1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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