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 8년 스토킹 '공익', 공소장 보니"

[이슈]by 노컷뉴스

조주빈 공범 공익 강모씨, 극악한 스토킹범

딸은 물론 사돈팔촌까지 다 죽이겠다 협박

반성문 제출, 심신미약 주장에 1년 2개월 형

수감 중에도 피해 교사에게 협박편지 보내

현행법상 스토킹 협박은 신상공개 어려워

솜방망이 처벌하면 박사방, n번방 반복될 것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손수호 (변호사)


탐정으로 눈으로 사건을 들여다봅니다. 탐정 손수호. 우리 사회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사건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 탐정 손수호. 손수호 변호사, 어서 오십시오.


◆ 손수호>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탐정에서 들여다 볼 사건, 박사방 조주빈과 관련 있다고요?


◆ 손수호> 네, 그렇습니다. 사실 지난주만 해도 “조주빈보다 더한 사람이 있겠느냐?”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지금 오히려 이 사람이 조주빈보다 더한 분노와 공포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 김현정> 누굽니까?


◆ 손수호> 조주빈의 공범, 사회복무요원인데요.

노컷뉴스

◇ 김현정> 사회복무요원. 편하게 우리가 공익요원 이렇게 부르잖아요. 오늘은 들으시기 편하게 공익요원으로 부르죠. 그런데 실명을 밝힐 수는 없습니까?


◆ 손수호> 이미 다 파악 돼 있습니다. 다만, 마음은 공개하고 싶지만, 여러 가지 제약이 있기 때문에 오늘은 전체 이름을 공개하지는 않겠고요. 일단 성씨까지 공개 하죠.


◇ 김현정> 성이 뭐예요?


◆ 손수호> 강입니다.


◇ 김현정> 강 씨. 그런데 왜 손 탐정께서는 주범 조주빈보다 공범 강 씨에게 더 주목하십니까?


◆ 손수호> 극악한 스토킹 범죄. 그 구체적인 범죄 내용의 심각성 때문인데요. 이미 내용이 어느 정도 알려져 있긴 합니다. 그것만 해도 경악스럽죠. 하지만 여러 기록을 실제로 살펴보면 깜짝 놀랄만한 일들이 많습니다. 정말 많습니다. 오히려 조주빈보다 더 극악하고 더 위험한 범죄자일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조주빈보다 더 악랄할지도 모른다고 말씀하신 그 공익 강 씨. 강 씨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죠.


◆ 손수호> 올해 24살이고요. 조주빈과 동갑입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1학년이던 2012년 당시 소심한 성격 탓에 교우관계가 원만치 못해서 당시 담임교사 A씨에게 여러 번 상담을 요청했는데요. A교사는 진심으로 학생을 위해서 조언해주고 격려해주고 다독여줬어요. 그런데 강 씨가 이 교사에게 비정상적으로 의존하고 집착하기 시작합니다.


◇ 김현정> 아니, 학생이 어려운 처지에 있는 학생이 담임선생님한테 의존하는 게 그게 뭐가 문제냐고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의존하고 동경하는 일반적인 수준이 아니었잖아요.


◆ 손수호> 네. 선을 넘었습니다. 그때부터 A교사가 점차 거리를 두기 시작했는데, 그러자 강 씨의 증오가 시작됩니다. A교사의 개인정보를 캐내기 시작했고, 그 정보를 활용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A교사에게 끔찍한 욕설과 협박을 일삼았어요.


학교도 ‘이거 그냥 두면 큰일나겠다’고 생각해서 학급을 바꾸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강 씨는 그냥 자퇴 해 버렸는데요. 그리고는 이 모든 게 바로 A교사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더욱더 본격적으로 협박을 시작합니다.


◇ 김현정> 그러면 지금 학교 다닐 때,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이 선생님 개인정보를 캐내기 시작한 거예요?


◆ 손수호> 그렇죠.


◇ 김현정> 공익일 때 말고도?


◆ 손수호> 더 심각하게 본격화한 거죠.


◇ 김현정> 그럼 개인정보 캐내서 그걸 활용해서 뭔가 선생님한테 스토킹 같은 행위를 그때부터 했다는 말이군요.


◆ 손수호> 맞습니다. 학교에 흉기를 들고 찾아와서 교무실 밖에서 기다리고, 교실 게시판을 칼로 긁고, 교실 액자 유리를 깨서 안에 들어 있던 A교사의 사진을 꺼낸 다음 얼굴에 스테이플러 심 박아서 A교사 집 앞에 두고 가고.


◇ 김현정> 그러니까 자퇴한 후에?


◆ 손수호> 네.


◇ 김현정>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었겠는데요, 그 A선생님.


◆ 손수호> 당시 강 씨는 소년법상의 소년이었어요. 그래서 상습협박 등의 혐의로 법원까지 갔지만 소년부로 송치돼서 보호처분 받았습니다. 형사 처벌은 받지 않았고요.

노컷뉴스

◇ 김현정> 보호처분 받았으니까 그만 하면 되는데. 끝이 아니었어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오히려 더 심해졌어요. 아파트 복도에 빨간 글씨로 A교사와 가족들의 주민등록 번호를 적어놓고. 또 수시로 벽에 죽이겠다는 내용의 낙서를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자동차를 훼손하고 번호판을 떼어 가기도 했죠.


◇ 김현정> 아니, 그러면 A교사가 경찰에 신고는 안 한 거예요?


◆ 손수호> 사실 신고를 해도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더 자극하기만 할 것을 걱정했겠죠. 결국 견디지 못해서 개명도 하고 전화번호도 바꿨지만, 강 씨가 곧바로 다시 연락처 알아내서 협박했습니다. 무시도 해보고 달래보기도 하고 견디다 못해서 만나주기도 했지만 강 씨의 범죄가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개명도 하고 전화번호도 바꿨다면서요. 그런데 어떻게 또 찾아내는 거예요?


◆ 손수호> 집요한 스토킹으로 일단 A교사의 인터넷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냈어요. 그리고 한 번 그걸 알아내니까 그다음 2차, 3차 정보 취득으로 이어진 거죠.


◇ 김현정> 아이디하고 비번까지 알아냈어요? 해킹으로 알아낸 건가요?


◆ 손수호> 기술적 해킹은 아니고요. 여러 가지 정보를 조합해서.


◇ 김현정> 아이디와 비번. 그것만 알아내면 이메일 들어가서 다 알 수 있으니까.


◆ 손수호> 성인이 된 후에도 이런 일이 계속됐고요.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면서 더 심해졌어요.


◇ 김현정>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를 하게 됐는데, 어디서 이 사람이 공익을 한 거예요?


◆ 손수호> 한 의료기관에서 시작해서 그 후 모 구청으로 옮겼는데요. 그 전에 고등학교 자퇴하고 검정고시 거쳐서 대학에 진학했고, 그때 ROTC에 두 번 지원했지만 모두 탈락했어요. 그런데 2018년에 형사 재판 받을 때 강 씨가 변호인에게 쓴 편지가 있습니다. “병역의 의무를 영예로운 장교로 대신하는 ROTC가 매력적인 자리라고 생각해서 지원했다.” 그런데 결국 탈락했고, 강 씨는 고교 시절 받은 소년보호처분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된 거죠.


◇ 김현정> 실제로 그것 때문에 떨어진 거 맞아요?


◆ 손수호> 장교 임용 과정에서 전과기록 등을 보거든요. 하지만 ROTC 선발 과정에서 소년보호 처분까지 살펴봤는지 그리고 단순히 그것 때문에 탈락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실제로 어떠했는지가 아니라 강 씨가 그렇게 생각하고 믿었다는 점이죠. 그 후 강 씨가 변호사에게 보낸 편지는 ‘내가 떨어진 건 점수 때문이 아니라 오직 그 소년보호처분 때문이라는 육군 교육사령부의 공식 답변을 들었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더 그 교사에 대한 증오심이 커졌을 수 있겠네요, 이것 때문에라도.


◆ 손수호> 그렇습니다. 인권위원회에 진정 제기했다는 편지도 썼죠.


◇ 김현정> 그래요. 그렇게 대학 가서 ROTC 되고자 했지만 되지 못했고, 이후 사회복무요원으로 군복무를 하게 된 거예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정신질환 때문에 그렇게 됐는데. 발달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공감 능력 떨어지고 의사소통에 어려움도 있는 일종의 자폐성 장애죠. 그런데 이 질병이 재판에서 심신미약 주장할 때 종종 등장합니다. 특히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의 주범 김 모 양도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죠. 강 씨는 2018년 재판에서 징역 1년 2개월 형을 선고 받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런 범죄에 심신미약 적용하는 게 맞는 거예요?


◆ 손수호> 내용을 보고 판단해야 하는데요. 굉장히 장기간 집요하고 철저하게 반복적으로 범행을 실행했잖아요. 그런 걸 보면 실제로 심신미약 상태였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어요. 게다가 최근에 검찰이 제출한 공소장에 이런 내용도 있습니다. 강씨가 A교사를 협박한 내용인데요. ‘딸부터 시어머니까지 너의 눈앞에서 갈가리 살해하겠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법 좋다. 사돈에 팔촌까지 다 죽이고 심신미약 인정받아서 3년 살다 나오면 된다.’ 이런 걸 보면 재판 열리기 전 범행 당시에 이미 심신미약 주장을 준비하고 있던 것 아닌가. 그렇다면 정말 심신미약으로 형 감경하는 것이 타당한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죠.


◇ 김현정> 선생님 당신 사돈의 팔촌까지 다 죽이고 나는 심신미약으로 3년 살다 오면 된다고 말한 사람이 진짜 심신미약 맞아요?


◆ 손수호> 그래서 이번 재판에서도 심신미약 인정 여부가 논란이 될 것 같습니다.

노컷뉴스

◇ 김현정> 그런데 이 정신질환, 어쨌든 아스퍼거 증후군 때문에 정신 질환 기록이 생겨서 현역 입대 못하고 공익 요원 즉 사회복무요원이 된 건데. 어디서 어떤 일을 한 건가요?


◆ 손수호> 경기도의 모 의료원 원무과에 배정됐습니다. 그런데 그때 거기에서 의료기록을 비롯한 문서를 검수하고 보존하는 업무를 맡게 됐어요. 의료기관이라는 특성상 굉장히 다양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거든요. 거기에서 A교사의 이름을 검색해서 개인정보를 쉽게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수시로 살해 협박 메시지를 보냈고요.


또 A교사가 병원에서 건강검진 받은 사실을 알게 됐고 결국 그 자료도 찾아냅니다. 심지어 채용 당시 신체검사서 문진표까지 찾아내서 복사해갔어요. A교사가 강 씨를 피해서 여러 번 이사다녔지만, 강 씨가 이런 정보들을 통해서 결국 집을 알아내고 직접 찾아가기까지 합니다. 결국 신체검사서 사진에 스테이플러 심을 박아서 집 출입문 앞에 박아놓고, 빨간색으로 ‘너를 죽일 거다. 내가 자살하거나 너를 학살하거나’라는 글도 남기죠.


◇ 김현정> 무섭습니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진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네요.


◆ 손수호> 또 A교사에게 편지를 썼어요. ‘전화번호 두 개 사용해도, 주민등록 번호 바꿔도, 차를 바꿔도 성별, 국적, 외모 다 바꿔도, 내가 어디든 쫓아갈 수 있다.’


◇ 김현정> 무섭습니다. 듣고만 있어도 소름 끼치는데, 그 선생님은 어떠했을지. 그런데 그 때는 법적으로 미성년자도 아니고 소년도 아니었잖아요. 신고해서 강력한 처벌 받도록 할 수는 없었나요?


◆ 손수호> 그래서 참다 참다 못해 결국 고소했습니다.


◇ 김현정> 했어요?


◆ 손수호> 상습협박 등의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그런데 이때 강 씨가 법원에 여러 차례 반성문 제출하고 아스퍼거 증후군을 이유로 심신미약 주장했습니다. 그 결과 징역 1년 2개월 형이 선고됐는데요. 충격적이게도 강 씨는 수감 중에도 A교사에게 협박 편지를 보냈습니다.


◇ 김현정> 수감 중에도 협박편지를 보내요? 스토킹을 했다는 거예요?


◆ 손수호> 네. 계속해서.


◇ 김현정> 여기서 반성문이 등장하는데요. 강 씨가 형 살고 나와서 텔레그램 방에 자기가 반성문 잘 써서 형 줄었다고 자랑했다면서요?


◆ 손수호> 맞습니다. ‘반성문 잘 쓰고 심신미약 인정돼서 겨우 1년 2개월 형 받았다.’고 자랑했어요. 그리고 출소 후에도 계속해서 스토킹 했는데요. 출소 후 남은 기간 동안 사회복무요원 복무해야 하니까 이때 경기도의 모 구청으로 갔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공익을 하다가 중간에 형 살고 나오면 남은 기간을 또 공익으로 가요? 원래 그래요?


◆ 손수호> 네, 남은 복무를 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이때 맡은 일이 개인정보 취급 업무였죠.


◇ 김현정> 이게 제일 문제였습니다. 여러분, 여기가 제일 큰 문제예요. 제일 화가 나는 부분이에요. 의료기관에서 개인정보 빼내서 그걸로 스토킹해서 실형 살고 나온 사람을 또 개인정보 다루는 구청으로 보냈다는 거잖아요.


◆ 손수호> 이 정도도 걸러낼 수 없었다는 게 참 심각한 일이죠. 복무기관 배정할 때 전과 기록이나 이력에 대한 고려 없이 무작위로 하다보니 이런 일이 생긴 건데요. 이에 대해 병무청은 이런 입장이에요. 개인정보가 알려져서 기본권 침해될 수 있기 때문에 구청 등 복무기관에 개인 이력을 전달하지 않고 있다.


◇ 김현정> 어쨌든 이 사람 또 다시 범행 저질렀잖아요. 정보 빼내서 그 선생님한테.


◆ 손수호> 구청에서 어린이집 보육 경력 증명서 발급 업무를 보조했어요. 그 시스템에 접속하면 쉽게 개인정보 확인할 수 있죠.


◇ 김현정> 그 선생님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을 그렇게 해서 알아낸 거군요.


◆ 손수호> 물론 그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디는 공무원만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공무원이 근무 시간에 자기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강 씨 컴퓨터에 입력해서 로그인해 놓았고, 강 씨가 그걸 활용해서 정보 빼 간 건데요. 이에 대해서 그 공무원은 본인이 강 씨 옆에서 감독했다고 주장합니다.

노컷뉴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 캡쳐)

◇ 김현정> 그래요. 이렇게 되니까 그 선생님이 강 씨 신상 공개 해달라는 청원을 직접 올린 건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손수호> 8년 동안 지속된 스토킹으로 이미 A교사와 가족들의 삶은 망가졌습니다. 그런데 지금 특정 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상 스토킹 협박은 피의자 신상공개 대상 범죄가 아니거든요. 또 강 씨가 조주빈에게 400만 원 주면서 A교사 딸 죽여달라고 했지만, 신상공개 요건인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범죄에 해당하는지도 법적으로 의문입니다.


게다가 강 씨에게 징역형 선고되더라도 출소해서 또 같은 범죄 저지를 가능성이 매우 큰데 그걸 사전에 막을 방법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A교사가 마지막 수단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여론에 호소할 수밖에 없게 된 거죠.


수사기관과 법원이 이 사건을 가볍게 보면 안 됩니다.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진다면 피해자가 더 생길 수 있고요, 박사방, n번방에서 벌어진 성 착취 등 극악무도한 범죄가 또 반복될 겁니다. 그리고 사회복무요원 제도 개선과 개인정보 유출 위험성을 없애기 위한 노력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 김현정> 박사방, n번방 얘기하면서 나눴던 그 공익의 이야기. 사실은 더 끔찍한 사건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을 오늘 깊이 들여다봤습니다. 손수호 변호사 수고하셨습니다.


◆ 손수호> 감사합니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

2020.04.03원문링크 바로가기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저자 또는 제공처에 있으며, 이를 무단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Copyright © ZUM internet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