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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울산화재 주민 "호텔? 모텔급인데...악플에 두번 웁니다"

by노컷뉴스

호화 호텔에 숙박? 모텔·여인숙 수준의 숙소

화재 트라우마에 악성 댓글.. 아이들 걱정돼

흥분하긴 했지만 소방관에 항의한 적 없어

전 재산 잃고 막막, 조금만 이해해주셨으면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익명(피해주민)


지난주 울산의 33층짜리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죠. 다행히 소방 당국의 빠른 대처로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마는 건물은 완전히 타버렸고요. 졸지에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 주민들은 지금 울산시가 제공한 숙소에 머물고 있는데요. 그런데 여기에서 뜻밖의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울산시가 제공한 이재민 숙소가 호텔이라는 거예요. ‘국민 세금으로 호화숙소 제공에 반대한다’ 이런 여론이 일고 있는 건데. 이 소식을 듣고 화재 피해 주민들은 할 이야기가 많다고 합니다. 그분들의 얘기를 좀 직접 들어보시죠. 울산 화재 건물에 살고 계시던 분 익명으로 연결해 보겠습니다. 선생님, 나와 계세요.


◆ 피해주민> 네.


◇ 김현정> 지금 전화를 받으시는 곳도 그 울산에 있는 호텔인가요?

노컷뉴스

8일 오후 11시 14분쯤 울산 남구 달동에 위치한 지하 2층~지상 33층짜리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했다. 다음날 아침까지 불이 꺼지지 않고 있는 모습(사진=자료사진)

◆ 피해주민> 네. 지금 호텔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여기는 모텔, 여인숙 같은 곳이거든요. 방에 침대 2대 있고 샤워시설밖에 없는 거거든요.


◇ 김현정> 이름이 호텔은 맞지만 호텔 수준이 아니라는 말씀이세요?


◆ 피해주민> 그렇죠. 지금 현재 울산시에서도 이야기했잖아요. 코로나 때문에 강당에 200명, 300명이 갈 수는 없으니까 가장 싼 걸 선택해가지고 울산시에서 지원해준 것 같습니다. 밥도 우리가 밖에 나가서 다 개인적으로 사먹고 일부 영수증 처리하면 시에서 좀 보전해 준다고.


◇ 김현정> 1인당 8000원 식비가 제공된다고 제가 들었어요. ‘하루에 6만원 정도 하는 방에 두 명 내지는 3명이 지금 머물고 있고 식비 8000원 정도로 나가서 사먹고 있는 상황이다, 생각하시는 것처럼 럭셔리한, 고급 호텔은 아니다’라는 말씀이세요.


◆ 피해주민> 네.


◇ 김현정> 여론이 좀 안 좋다는 얘기 듣고는 어떠셨어요?


◆ 피해주민> 저도 이런 걸 겪기 전에는 뭐 이렇게 과한 지급이 아니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 실질적으로 저희들도 하루아침에 전재산 잃고 슬리퍼만 신고 나오다 보니까 이런 심정을 알게 되더라고요. 진짜 그 앞이 막막합니다. 지금 당장 이게 며칠 생활이 아니고요. 앞으로 생각할 그 자체가 막막한 거지, 당장 저희들 호텔을 달라 요구하고 그런 건 전혀 없습니다.


◇ 김현정> 언제든 ‘다른 숙소가 마련돼서 이동해라’라고 하면 이동할 생각이 (있으세요?)


◆ 피해주민> 갈 겁니다. 차라리 체육관 갔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아이들도 거기 다 있는데 아이들도 그런 댓글 보면서 상처 많이 받겠는데요.


◆ 피해주민> 그렇죠. 아이들도, 지금 피해자들 갑자기 이렇게 돼서 불에 대한 그게 있어서 잠도 못 자고 있습니다. 지금.


◇ 김현정> 지금 트라우마를 겪고 계세요?


◆ 피해주민> 네. 잠도 안 들고요. 조금 있다 눈 떠버리고.. 악몽 있잖아요. 특히 우리는 3시간 만에 구출됐거든요. 죽음을 사투하고 있다가 구출됐는데 그런 댓글 보니까 그 아이들도 인터넷 다 보잖아요. 핸드폰 있기 때문에. 그래서 그런 안 좋은 댓글 있으니까 엄청나게 상처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 김현정> 참 마음이 아픈데. 선생님은 그 화재가 났던 밤에 어디에, 집 안에 계셨어요?


◆ 피해주민> 저는 집에 들어가다가 불이 나고 소방관들이 출동하다 차단을 다 했더라고요. 그래서 차를 대고 긴급하게 전화를 했거든요. 애들한테. 전화를 하니까 한 2, 30분 동안 전화를 안 받더라고요. 피난하는 중이었나봐요. 한 30분 뒤에 통화가 됐는데 다행히 옥상에 비상대피소에 있다 그러더라고요. 그 공간에.


◇ 김현정> 30분 만에 겨우 통화가 됐는데 ‘지금 구출 안되고 그 옥상에 비상대피로에 서 있다’ 이러는 거예요?


◆ 피해주민> 그렇죠. 그러니까 33층, 옥상에.

노컷뉴스

◇ 김현정> 가족들은 ‘아직 구출 안되고 비상대피로에 서 있다’고 하고 선생님은 밖에서 전체 건물 33층이 불타는 걸 보고 있고 그 심정이..


◆ 피해주민> 가슴이 내려앉고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앞이 안 보이더라고요. 표현을 할 수 없는 거 있잖아요. 33층까지 불길이 다 올라가버리니까. 그 연기가 올라가서 아빠 나 갇혀 있다고 하고 아빠 연기 때문에 죽겠다고 하고 그러니까..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요. 밖에서.


◇ 김현정> 그래서 가족들은 탈출이 몇 시간 만에 됐습니다. (물건은) 하나도 못 들고 오고 몸만 탈출한 거죠?


◆ 피해주민> 그렇죠. 일단 살아야 되니까 사람이.


◇ 김현정> 아직까지 화재의 원인은 안 밝혀지고 최초 발화지만 3층 테라스라고 알려진 상황인데.. 피해 보상 얘기 꺼내는 게 조심스럽긴 합니다마는 건물에 들어 있는 보험내역 보니까 건물 426억원, 가재도구 63억원, 대물 10억원. 이런 상태. 이걸로 뭐 그 전체 주민을 다 커버할 수 있나 모르겠습니다.


◆ 피해주민> 저희들은 아직까지 그 확실한 걸 모르고요. 가재도구도 60억 중에 세대당 해서 나눠보면 2000~3000밖에 안 되는데 이 엄청난 피해를 어떻게 해야 될지 깜깜합니다.


◇ 김현정> 빨리 사고의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져서 피해를 누가 보상해야 하는가도 좀 가려졌으면 좋겠고요. 마지막 한 가지만 더 질문드릴 것은 지금 질문도 들어옵니다만 ‘화재 난 다음 날 간담회에서 주민 분들이 시에서 나온 공무원 혹은 소방공무원들한테 조금 거칠 게 항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것 때문에 또 비난의 목소리가 있었거든요. 이 부분은 어떻게 된 걸까요?


◆ 피해주민> 그날은 저희들이 막 불 나고 그다음 날 보니까 아무것도 없고 이러니까 막막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언어가 좀 격앙되게 나온 거지 실질적으로 소방관들한테 저희들이 항의를 하고 그런 건 아닙니다. 지금 감사의 편지도 쓰고.


◇ 김현정> 감사 편지까지 쓰고 계세요? 그 안 좋은 상황에서도.


◆ 피해주민> 네, 이제는 마음이 좀 안정이 돼서 그때는 너무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었습니다, 솔직히. 집이 홀라당 타버리니까.


◇ 김현정> 흥분하고 격앙된 상태였을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알겠습니다. 너무 과도한 비난이 쏟아지는 건 이분들 상황을 생각할 때 좀 자제해야 될 것 같습니다.


◆ 피해주민> 저희들 조금 이해만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힘내시고요. 특히 아이들이 많아서 아이들 상처받지 않게 잘 보듬어 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피해주민> 네. 수고하십시오.


◇ 김현정> 울산에서 33층짜리 주상복합에 큰 화재가 났었죠. 그때 피해를 당한 주민, 한 분 만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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