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이돌도 하기 힘든 공연, 30년째 하는 이승환의 가치

[컬처]by 오마이뉴스

[케이팝 쪼개듣기] MBC FM4U 이승환 데뷔 30주년 특별 생방송 <무적의 히어로>

'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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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MBC FM4U에선 특별생방송 < 아티스트 스페셜 이승환 30th, 무적의 히어로 >를 마련해 이승환 데뷔 30주년을 기념했다 ⓒ MBC

"Radio heaven 누구나 찾을 수 있죠. 추억이 되어버리면 영원히 찾을 수 없는 그곳은 Radio heaven 우리만의 세상이 있죠. 어른들은 모르는 환상의 나라" - 이승환, 'Radio Heaven' 중에서.

어린왕자, 공연의 신, 공장장님.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 붙는 이승환이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15일 정규 12집 <폴 투 플라이 후(Fall To Fly 後)> 발매와 더불어 MBC FM4U에선 그의 음악 인생 30년을 기념하는 3시간 특별 생방송 <아티스트 스페셜 이승환 30th, 무적의 히어로>(이하 <무적의 히어로>)를 준비했다. 지난해 가왕 조용필 데뷔 50주년에 이어 마련한 두 번째 음악인 기념 방송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동시간대 기존 프로그램 < 2시의 데이트 뮤지, 안영미입니다 > <오후의 발견 이지혜입니다>를 빌려 마련한 이번 특집은 청취자와 가요계 전문가가 선정한 이승환의 명곡 1~20위를 차례로 들어보며 그가 남긴 업적을 되짚어보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사실 여기서 순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덩크슛', '기다린 날도 지워질 날도', '좋은 날', '물어본다' 등 이승환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곡들 하나하나 남다른 의미를 지녔기에 실제론 3시간짜리 이승환 명곡 퍼레이드나 마찬가지였다.

TV 도움 없이 공연, 음악의 힘으로 쌓은 3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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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환 데뷔 30주년을 맞아 발매된 정규 12집 < Fall To Fly 後 > ⓒ 드림팩토리클럽

이승환의 데뷔 음반 < B.C 603 >이 나왔던 1989년 가요계는 제법 흥미로운 시기였다. 이른바 "다운타운", "언더그라운드", "얼굴 없는 가수"라는 이름으로 TV 출연 없이 라디오, 신촌 혹은 대학로 소극장 공연, 대학가 음악 다방 등에서의 입소문을 바탕으로 대중성을 확보하는 가수들이 음반 시장의 한축을 담당했다.


입소문을 통해 발매 이듬해부터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1집의 인기에 힘입어 이승환은 모험에 가까운 전국 순회 공연으로 확실한 기반을 다진다. 당시 잠실 실내 체육관을 비롯한 대형 공연장에서 진행된 투어는 29년이 지난 최근의 인기 아이돌 그룹들조차 쉽게 하기 힘든 시도였다. 올웨이즈, 무적밴드 등 빼어난 실력파 음악인들로 구성된 라이브 연주팀과 함께 진행한 쉴 틈없는 공연 활동은 어느덧 그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당시 가요계에서는 1년에 1~2장씩 신보를 내는 게 일상적이었는데 이승환은 1990년대에도 제법 긴 시간의 터울을 두고 새 음반 발표를 할 만큼 음악에 대해선 완벽주의자였다. '천일동안'이 수록된 1995년 정규 4집 < Human > , < Cycle >, < War In Life > 등의 작품은 이러한 고민 속에 탄생한 걸작들이었다.


신작 <폴 투 플라이 후>에서도 이러한 기조는 흔들리지 않았다. 타이틀곡 '나는 다 너야'를 비롯해서 '생존과 낭만사이', '10억 광년의 신호' 등 듣는 이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가사와 완벽한 소리의 어울어짐은 여전히 이승환 다웠다.


9시간 마라톤 공연, 3장 짜리 공연실황 발매, 2장 구성 정규 음반 제작 등 파격과 실험이 뒤섞인 다양한 시도를 거치며 그의 이름은 어느새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데뷔 60주년도 끄떡 없다는 그의 다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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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FM4U가 마련한 특별생방송 < 아티스트 스페셜 이승환 30th, 무적의 히어로 >엔 이승환 본인도 직접 출연해 DJ 이지혜, 후배 작곡가 정지찬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 MBC

한편 <무적의 히어로> 방송 후반부엔 이번 특집의 주인공 이승환이 대선배 배철수와 함께 직접 출연해 "방송, 언론의 힘을 빌리지 않고 공연으로 성실하게 살아온 30년이었다"라며 청취자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정도의 처절한 음반 실패마저도 그에겐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소소한 경험 중 하나가 됐다. "팬클럽도 만들지 않았을 만큼 남들이 하는 건 안했다. 나 만큼은 그렇게 안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데뷔 30주년인 이 시점에서 내가 얻은 것은 앞으로 30년도 끄떡없다는 자신감이다" 등 이승환의 솔직하면서도 당당한 이야기는 부침 심한 가요계에서 어떻게 그가 살아남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창작에 관해선 타협없이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았던 지난 30년은 이승환이나 음악 팬 모두에게 낭만과 감동의 시간이기도 했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말한 데뷔 60주년까지도 자신감 넘치는 그의 음악이 계속 이어지길 음악 팬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해본다.


김상화 기자(jazzkid@naver.com)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2019.11.05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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