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도그'의 충격적 역습... '스토브리그', 왜 그랬나요

[컬처]by 오마이뉴스

[주장] 간접광고, 제작비 마련엔 절대적 존재... 하지만 운영의 묘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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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방영된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한 장면. ⓒ SBS

상황 하나. 에이스 투수 강두기(하도권 분)를 갑자기 트레이드 한 회사의 결정으로 인해 심란한 상태로 귀가한 드림즈 운영팀장 이세영(박은빈 분)을 반갑게 맞이한 어머니(윤복인 분)는 저녁 차리기 귀찮다면서 핫도그 배달을 시켰다. 친절하게도 "요즘엔 핫도그도 배달이 되네"라는 대사와 함께 등장한다. 이어진 장면에서 두 모녀는 맛있게 핫도그를 먹으며 구단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간접광고(PPL)가 보편화된 지 오래라지만 지난 8일 방영된 SBS <스토브리그> 속 해당 장면은 열혈 시청자들 사이에선 제법 큰 논쟁거리로 부각되었다. 갑작스런 핫도그의 등장은 주전 스타 선수를 타팀 2군 무명 선수들과 맞교환한다는 충격적 이야기 전개를 한순간에 희석시키면서 드라마를 가볍게 만드는 주객전도 상황을 연출했다.


이는 승리를 눈 앞에 두고 추가 실점을 막기 위해 구원 투수진을 대거 투입했는데 되려 동점 혹은 역전을 허용하는, 소위 블론 세이브(BS)가 빚어지는 현실 속 야구 경기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그동안 곱창집, 떡볶이, 홍삼 등 다양한 PPL 등장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리던 <스토브리그>에서 핫도그 PPL의 역습은 단 1회분만 남겨 놓은 드라마에 위기 상황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보편화된 PPL... 과도한 활용은 자칫 역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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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방영된 tvN <사랑의 불시착>의 한 장면 ⓒ CJ ENM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사랑의 불시착>은 대작 드라마답게 <스토브리그>보다 훨씬 많은 PPL 물량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북에서 온 리정혁 동지(현빈 분)를 위해 윤세리(손예진 분)은 친절하게도 캡슐 커피 사용법을 빼곡히 적은 메모를 남겨두고, 리정혁이 이를 보고 커피 한잔을 마시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이밖에 치킨, 샌드위치, 화장품 등 숫자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PPL은 매회 <사랑의 불시착>의 중요 대목에 마치 신 스틸러 마냥 등장하곤 한다.


프로그램 앞뒤 혹은 중간에 붙는 CF만으론 갈수록 치솟는 제작비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한 방법으로 각종 드라마, 예능, 영화 등에선 온갖 PPL을 통한 광고 및 각종 협찬이 대거 활용된다. 이미 현명해진 시청자들도 "저거 협찬이네"를 말할 만큼 일상처럼 보편화되었다. 이 때문에 극의 흐름을 끊지 않는 선의 PPL은 시청자들도 어느 정도 이해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PPL 활용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스토브리그>의 핫도그 장면처럼 맥락없이 등장하는 특정 상품 소개는 즐거운 마음으로 작품을 감상하던 입장에선 불만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선 "드림즈 구단 인수 기업은 OO곱창, OO핫도그다" 등 농담같은 쓴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왜 유독 드라마 막바지에 PPL이 쏟아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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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방영된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한 장면. ⓒ SBS

그런데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점이 있다. 인기 드라마 PPL 논란은 대개 방영 후반부 혹은 종영 즈음 빚어진다는 점이다. 이제 종방까지 한 회만 남겨놓은 <스토브리그>, 역시 막바지에 다다른 <사랑의 불시착>만 보더라도 회차를 거듭할 때마다 PPL이 쏟아지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이는 방영횟수가 쌓이면서 그만큼 상승하고 있는 해당 드라마의 인기를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사전 혹은 반사전 제작 드라마보단 여전히 실시간 촬영이 이뤄지는 지상파, 케이블 드라마답게 꾸준히 협찬 업체를 늘려가면서 이를 곧바로 반영하고 있다.


이렇게 확보한 협찬 물량은 결국 종영이 임박해 온갖 장면에 활용된다. 또한 제한된 시간 내에 계약 조건을 맞춰주기 위해 쏟아내기 식으로 반영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는 데는 방송통신심의위의 PPL 관련 징계가 방송이 끝난 뒤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징계를 당하더라도 해당 프로그램이 막을 내린 이후이기 때문에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

PPL 활용에 대한 운영의 묘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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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방영된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한 장면. ⓒ SBS

PPL이 일반화되었다곤 하지만 지나친 PPL 사용은 여전히 법정 제재 및 징계대상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자체 모니터링 및 제보 등을 바탕으로 심의를 하고 광고제품 등을 과도하게 부각시킨다고 판단될 경우엔 광고효과를 제한하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7조(간접광고)에 따라 다양한 징계 처분을 내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각종 PPL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위법과 편법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맥락없이 등장해 극의 흐름을 끊어버리는 일부 PPL은 결국 각종 논란을 야기하는 주범이 되곤 한다. 광고 효과는 극대화될지 몰라도 작품 완성도를 침해하는 일이 빈번해진다면 간접광고에 대해 열린 생각을 지닌 시청자도 자칫 한순간에 등을 돌릴 수 있음을 방송사들은 알아야 한다.


광고주와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춰주기 갈수록 쉽지 않은 상황에서 PPL은 방송사 및 제작진 모두에겐 '웰메이드 드라마' 제작 이상의 고민 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운영의 묘수 마련이 절실한 요즘이다.


김상화 기자(jazzkid@naver.com)

2020.02.12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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