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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러시아 여자 피겨 소트니코바, 현역 은퇴 선언

by오마이뉴스

[피겨스케이팅] 판정 논란 속 소치 금메달 따내... 선수 생활 마감

오마이뉴스

▲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 ⓒ 연합뉴스

6년 전 소치 올림픽에서 김연아를 이겼던 스케이터가 현역 생활을 마감한다.


2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타스통신은 2014년 소치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싱글 금메달리스트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2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의 TV쇼에 출연해 은퇴의사를 밝혔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러시아 역사상 첫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싱글 금메달을 안겼던 소트니코바는 올림픽 이후 6년 동안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한 채 초라하게 빙판을 떠나게 됐다.


사실 소트니코바는 소치 올림픽 금메달을 제외하면 시니어 데뷔 후 은퇴할 때까지 이렇다 할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트니코바는 국내 피겨팬들에게 2018 평창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현존하는 피겨여왕 알리나 자키토바보다 더 익숙한 이름이 됐다. 소치 올림픽에서 전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김연아와의 깊은 악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황당한 구성점수 받으며 '여왕' 김연아 금메달 강탈(?)

피겨 스케이팅에서는 월드그랑프리 파이널과 4대륙 선수권대회, 세계 선수권대회를 모두 휩쓴 선수를 그랜드 슬래머라고 한다. 그리고 여기에 올림픽까지 석권한 선수를 골든 그랜드 스래머라고 부른다. 대한민국의 '피겨여왕' 김연아는 2006년 그랑프리 파이널과 2009년 4대륙 선수권대회, 세계선수권대회에 이어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여자 싱글 선수로는 역대 최초로 커리어 골든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밴쿠버 올림픽 이후 2년 간 휴식기를 가졌던 김연아는 복귀 후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여왕의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그리고 세계 피겨팬들의 최대 관심사는 역대 단 2번 밖에 나오지 않았던 김연아의 올림픽 2연패 여부였다. '영원한 라이벌' 아사다 마오와 홈 어드벤티지를 입을 러시아 선수들이 위협적이었지만 김연아가 클린 연기만 선보인다면 충분히 올림픽 2연패가 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였다.


기대대로 김연아는 소치 올림픽에서 실수 없이 완벽한 클린 연기를 선보이며 총점 219.11점을 받았다. 밴쿠버 올림픽 때 받은 228.56점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시상대의 중앙에 서기엔 부족함이 없는 높은 점수였다. 하지만 김연아는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에 서지 못했다. 러시아의 신예 소트니코바가 프리 스케이팅에서 무려 149.95점을 받으며 합계 224.59점으로 김연아를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한 것이다.


사실 소트니코바는 점프 당시 회전도 다소 부족했고 롱엣지가 의심되는 장면도 있었으며 착지도 완벽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소트니코바는 직전 시즌에 비해 무려 15점 가량 높은 구성 점수를 받았다. 반면 김연아는 '점프의 교과서'로 불리는 선수답게 흠 잡을 데 없는 완벽한 점프와 연기를 선보이고도 평소보다 박한 점수를 받았다. 아무리 소트니코바의 안방에서 열린 대회라 해도 소치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싱글의 점수는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소트니코바의 금메달이 확정된 후 미국의 NBC와 뉴욕타임스, USA투데이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언론들은 이번 채점에 대한 의문점을 제시하는 뉴스와 기사를 발표했다. 이탈리아의 피겨 해설자는 소트니코바의 금메달을 러시아의 '강도질'이라고 다소 거친 표현까지 사용했다. 특히 국내의 모 아나운서는 SNS를 통해 "푸틴 동네 운동회 할 거면 우린 왜 초대했냐"며 '소치는 동계 올림픽 역사의 수치'라고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소치 금메달 이후 후배들에게 밀린 소트니코바, 은퇴 결정

사실 소트니코바는 소치 올림픽 이전에도 두 번의 유럽 선수권 은메달을 제외하면 시니어 무대에서 돋보이는 성적을 올린 적이 없다. 만약 소트니코바가 소치 올림픽을 계기로 김연아를 잇는 피겨여왕으로 성장했다면 국내 피겨팬들의 허탈함은 조금 덜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두가 아는 것처럼 소트니코바는 소치 올림픽 금메달을 제외하면 은퇴할 때까지 아무런 커리어도 추가하지 못했다.


소트니코바는 올림픽 직후에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결장하면서도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4회전점프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선수생활 지속에 대한 열의를 불태웠다. 하지만 소트니코바는 발목 부상을 이유로 그랑프리 시리즈와 러시아 선수권, 유럽선수권, 세계선수권에 모두 불참했다. 이후 러시아에는 2014-2015 시즌 그랑프리 파이널과 유럽선수권, 세계선수권을 모두 휩쓴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라는 무서운 신예가 등장했다.


소트니코바는 2015년10월 챌린저급 대회에 출전하며 소치 올림픽 이후 1년 8개월 만에 국제대회에 복귀했고 그 해 11월 그랑프리 5차 대회였던 로스텔레콤컵에 출전해 3위에 올랐다(당시에도 소트니코바의 지나치게 높은 구성점수는 많은 논란이 됐다). 소트니코바는 2016년 러시아 선수권에서도 떠오르는 강자들은 물론이고 일부 주니어 선수들에게도 밀려 6위에 그치며 대표팀 복귀에 실패했다.


소트니코바는 2016년 러시아 선수권을 끝으로 무려 4시즌 동안 공식 대회에서 자취를 감췄다. 소치 올림픽에서 소트니코바 금메달을 위해 발벗고 나섰던 러시아도 더 이상 소트니코바를 감싸고 돌지 않았다. 실제로 러시아는 지난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자기토바와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가 금메달과 은메달을 휩쓸었을 정도로 현존하는 최고의 피겨 강국이 됐다. 결국 소트니코바는 공백 5년째가 되던 2일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만약 2014년 동계 올림픽이 러시아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열렸고 소트니코바가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그의 선수생활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올림픽의 경험과 아쉬움을 교훈 삼아 더욱 분발하는 계기가 됐을 수도 있고 완전히 좌절해 지금보다 더 일찍 은퇴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소치 올림픽에서 김연아와 엮이지(?) 않았더라면 소트니코바가 국내에서 이렇게 유명한(?) 선수가 됐을 일은 없었을 거라는 점이다.


양형석 기자(utopia69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