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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 하성태의 사이드뷰

'코로나19 의료진 방 빼라' 민원? 드러난 내막에 경악

by오마이뉴스

"부모님께 (하고 싶은 말은), 좀 (대구로) 갈 때 말리시는 부분이 있었어요. 걱정되니까. 제 소신껏 (부모님) 말을 어기고 나온 거에 대해서 죄송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있고. 지금 나와서 생활하고 있거든요. 빨리 이 사태가 마무리돼서 집에 가서 보고 싶습니다."


11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유재석과 인터뷰한 임소진 간호사의 말이다. 자원해서 대구로 내려간 임 간호사의 소신과 고충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부모님의 만류에도 대구로 향한 게 마음에 걸린다는 임 간호사가 부모님께 전한 이 속내에서 눈에 띄는 것은 또 있었다. 객지 생활의 고충 말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를 감안한 듯 12일 충남 천안시 우정공무원교육원에 설치된 코로나19 '충남·대구1 생활치료센터'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의료진들에게 일일이 감사인사를 전하던 와중에 "의료진 숙소는 어떻게 해결하는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돌아온 답은 인근 소방학교였다. 감염 우려를 막고 환자들과 동선을 분리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한다. 이렇듯 코로나19 사태가 길게 이어지면서, 이들 의료진들의 생활이나 숙소 문제 또한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의 건강이 결국 국민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들 의료진들이 일부 지역 시민들의 민원으로 인해 숙소에서 쫓겨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소셜 미디어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보도에 등장한 경남 창원 지역민들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12일 MBC <뉴스데스크>의 <'사투'중인 의료진에 "방 빼라" 야속한 민원> 보도였다.

<뉴스데스크>가 질문한 코로나19 시대의 연대와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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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사투'중인 의료진에 "방 빼라" 야속한 민원' 보도의 한 장면 ⓒ MBC

"이들(의료진)이 일하는 곳은 감염병 지정병원. 대구경북에서 온 확진환자 135명이 입원해 있습니다. 힘겨운 하루 일과를 끝낸 뒤 의료진이 향하는 곳은 인근 호텔 두 곳. 병원에 숙소가 없어, 다른 지역에서 온 의료진을 포함해 170여명이 호텔 생활을 하고 있는 겁니다.


행여 다른 투숙객이나 주민들이 불안해 할까봐 호텔 밖으론 나오지도 않고, 엘리베이터도 별도로 사용하는 등, 자가격리 수준으로 조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생활한 지 엿새째. 하지만 의료진은 호텔 두 곳 중 한 곳에서 짐을 빼기로 했습니다. 전염을 우려한 일부 시민들이 시청 등에 쉴 새 없이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의료진이 엘리베이터도 별도로 사용했다는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보도 직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창원 시민이라 부끄럽고 미안하다"는 글까지 올라왔다. 해당 리포트는 "내일(13일) 호텔을 떠나야 하는 59명은 간신히 다른 숙소를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종일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의료진들이 묵을 곳 걱정까지 해야 하는지 씁쓸함이 남습니다"로 마무리됐다.


해당 보도가 사실이라면, 지역 사회를 향한 비판도 무리가 없을 테지만 실제 상황은 '조금' 달랐다. 또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엔 해당 호텔을 운영하는 윤아무개 회장이 11일 해당 병원 의료진에게 전한 편지가 게시됐다. 호텔 측에 따르면,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한 것은 이 호텔 내에 입점해 있는 한 예식업체였다.


"OO병원 직원분들의 숙식을 제공할 기회가 주어져서 호텔이 추구하는 영리와는 별개로 여러분들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각종 매스컴을 통하여 코로나19 확산의 공포와 위력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아수라장의 한복판에서 병마와 싸우는 여러분에게 경의와 존경의 심정으로 조금이나마 편안한 휴식처를 제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송구하게도 저희 호텔 내 입점해 있는 예식업체의 강한 반발로 인하여 여러분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 환난에 더는 동참할 수가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윤 회장에 따르면, "전염을 우려한 일부 시민"이란 MBC 보도와 달리 적극적으로 민원을 제기한 것은 예식업체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의료진이 홀대를 당황 상황에 대한 비판은 식지 않고 있다.

창원의 한 예식업체가 보여준 이기적 행태

애초 MBC 보도 직후, '지역 이기주의'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더불어 경기침체를 현실화시키고 있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목격되는 우리사회의 우울한 풍경일 수 있었다.


하지만 윤 회장의 편지가 공개되면서, 창원 시민 전체로 향했던 비난이 해당 예식업체로 옮겨간 모양새였다. 이와 관련 13일 <한국일보>도 <"코로나 의료진 방 빼라" 민원?… 창원 호텔 사장이 알린 진실> 기사에서 윤회장의 편지를 소개한 뒤 같은 사안을 다뤘다.


"예식업체 측은 창원병원 의료진들이 호텔에 투숙하기 이전부터 줄곧 불만을 제기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호텔 측은 병원에서 투숙을 요청하자 예식업체에 협조 요청을 구했으나, 예식업체는 지속적으로 반발했다.


호텔 측 관계자는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예식업체에 협조를 구했으나 업체 측이 끝내 거절해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일단 의료진을 6일부터 수용했다"며 "예식업체는 이때부터 호텔과의 대화를 거부한 채 병원과 도의회 등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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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사투'중인 의료진에 "방 빼라" 야속한 민원' 보도의 한 장면 ⓒ MBC

<한국일보>에 따르면, 이 예식업체는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한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병원 측을 지속적으로 압박을 했고, 이에 못이긴 병원 측이 의료진들의 철수를 결정했다고 한다. '지역 이기주의' 프레임이 해당 업체에 대한 비난과 국가 차원의 지원책 촉구 등의 여론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의료진들에게 숙소를 무료로 제공하는 '착한 업체'도 없진 않다(관련 기사 : 대구 사회적기업, 코로나19 의료진에 숙소 무료 제공 http://omn.kr/1mq1j).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또한 지난달 27일 대구·경북 등으로 치료를 위해 파견된 의료인력에 대한 경제적 보상, 숙소 지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경제적 보상(1일당 최대 55만원, 간호사는 30만원) ▲ 숙소 등 생활 지원(숙박비 및 일비 여비를 포함, 광역시 10만원, 시도 9만원 등) ▲ 파견 종료 후 자가격리 기간 등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지원 역시 민간의 협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그 지원이 원활할 리 만무하다. 특히 숙소 문제가 그러하다. 해당 지역 숙박 업체 운영자들이 숙식 제공을 거부하면 의료진도 달리 방법이 없지 않은가.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져온 경기침체로부터 자유로울 국민은 없다. 하지만 코로나19의 빠른 극복을 위해서라도 창원 예식업체가 의료진을 내쫓기 위해 보인 행태는 부적절하다고 할 만하다.


'충남·대구1 생활치료센터'를 찾은 문 대통령은 "의료진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을 쓰라"면서 "연대하고 협력하는 것만이 코로나19를 이기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의 '연대'와 '협력'은 전 세계로부터 상찬을 받고 있는 중이다. 아이들이 저금통을 털어 기부를 하고, 청년들과 마을 주민들이 일손이 부족한 마스크 공장에 자원 봉사를 나서며, 직접 만든 마스크를 기증하는 이들에 대한 보도가 끊이질 않는다.


최근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이 여타 다른 나라에 비해 코로나19의 위험에서 비교적 빠르게 빠져나와 안정을 되찾고 있는 이유로 이러한 시민의 참여와 성숙한 민주주의를 꼽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나온 MBC의 <'사투'중인 의료진에 "방 빼라" 야속한 민원> 보도는 코로나19 시대의 '연대'와 '협력'의 의미를 일깨우는 보도가 아닐 수 없었다. 부정적인 의미로든, 긍정적인 의미로든 말이다.


하성태 기자(woody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