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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정약용이 잊지 못한 동네,
유홍준이 깜짝 놀란 절집

by오마이뉴스

한국 정원의 안목과 깊이를 보여주는 강진 월출산 자락 백운동정원

오마이뉴스

강진 백운동정원의 봄. 노란 황매화와 어우러진 정원이 유난히 화사해 보인다. ⓒ 이돈삼

연둣빛 신록이 싱그러운 봄이다. 정원의 툇마루에 앉아 여유를 갖고 봄을 만끽하고 싶다. 많이 알려지지 않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으면 금상첨화다. '남도답사1번지' 강진에 있는 백운동정원으로 간다.


백운동정원은 국립공원 월출산의 옥판봉 남쪽 자락, 전라남도 강진군 성전면 월하리 안운마을에 있다. 담양 소쇄원, 완도 보길도 부용정과 함께 호남의 3대 정원으로 꼽힌다. 문화재청에 의해 명승으로 지정됐다. 한국 정원의 안목과 철학, 감성의 깊이를 보여주는 명승 중의 명승으로 통한다.


일반적으로 정원은 마을과 적당히 떨어진 곳에 자리한다. 숲속에 들어앉아 잡거나, 계곡을 낀다. 대나무와 동백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기도 하다. 백운동정원은 숲속 계곡을 끼고 있다. 원래의 모습을 잃고 사라졌던 것을, 역사자료를 토대로 몇 년 전부터 복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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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동정원으로 가는 길에 만난 월출산 자락 유채밭. 강진군과 영암군에 걸쳐있는 월출산의 천황사 입구에 유채밭이 조성돼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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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월출산 자락에 펼쳐진 차밭 풍경. 백운동정원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차밭은 태평양에서 가꾸고 있다. ⓒ 이돈삼

월출산 아름답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 예부터 금강산에 견줄 만큼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지금은 노란 유채꽃으로 둘러싸여 있다. 백운동정원은 월출산 아래에서 세상과 단절된 곳이 아닌, 마을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 있다. 월출산 자락의 드넓은 차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가서 만나는 동백숲속이다. 마을에서 멀지 않지만, 마을과는 완연히 구분되는 곳에 있다.


백운동(白雲洞)은 월출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다시 안개가 돼 구름으로 올라간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고려 때 백운암이 있던 자리에 원주 이씨 이담로(1627~1701)가 처음 지었다. 자신의 호를 '백운동은(白雲洞隱)'으로 쓴 걸로 봐서, 은거하는 삶을 즐겼던 것으로 짐작된다. 1692년 전후 여기에 들어와서 정원을 경영하며 거문고와 서책을 홀로 즐겼다.

풍류, 백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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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마을에서 백운동정원으로 가는 길목. 동백나무가 숲터널을 이루고 있다. 백운동정원은 이 동백숲터널을 지나서 만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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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동정원의 바위에 새겨져 있는 글씨 백운동(白雲洞). 백운동정원을 조성한 이담로가 새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이돈삼

이담로가 살던 집은 백운동에서 6km가량 떨어져 있는, 지금의 강진군 성전면 금당리였다. 이담로는 손자 이언길과 함께 20여 년간 원림을 일궜다. 이담로가 백운동이라는 이름을 지은 연유와 풍광을 적은 글이 <백운세수첩>에 전해지고 있다.

"백운동은 월출산의 옛 백운사 아래 기슭에 있다. 앞쪽으로 석대가 있어 올라가 굽어볼 수 있고, 뒤로는 층층 바위가 옥처럼 서 있다. 소나무와 대나무에 덮인 길은 희미한데, 맑은 시내에 어리비친다. 이 시냇물을 끌어와 아홉 구비를 만들었더니, 섬돌을 타고 물소리가 울린다. 냇가 바위 위에 백운동(白雲洞)이란 세 글자가 새겨져 있다."

실제, 냇가 바위에 '白雲洞'(백운동) 세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 글자를 토대로 백운동정원의 위치가 확인됐다. 다산 정약용이 쓴 <백운동 12경>과 초의선사가 그린 <백운동도>를 토대로 강진군에서 복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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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원의 안목과 깊이를 보여주는 백운동정원. 강진 백운동정원은 담양 소쇄원, 완도 보길도 부용정과 함께 호남의 3대 정원으로 꼽힌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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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월출산 자락에 들어서 있는 백운동정원. 마당에 보리가 심어져 있어 보리피리도 만들어 불어볼 수 있다. ⓒ 이돈삼

강진에서 18년 동안 유배인으로 살았던 다산 정약용(1762∽1836)도 백운동을 찾았다. 다산은 1812년 가을 제자들과 월출산에 놀러 갔다가 백운동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다산은 초당에 돌아와서도 아름다운 백운동 풍경을 잊을 수가 없었다.


다산은 <백운동 12경>이라는 시를 지었다. 제자 초의선사에게 <백운동도>를 그리게 하고, 자신이 쓴 시와 함께 <백운첩>으로 엮었다. 다산은 유배에서 풀려 고향으로 돌아간 뒤에도 백운동을 잊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백운동은 선비들이 문화를 교류하며 풍류를 즐기던 정원이었다. 정약용, 초의선사, 이시헌 등이 차를 만들며 즐겼다. 우리나라 차 문화의 산실로 불리는 이유다. 그만큼 풍류가 묻어난다. 안뜰에 계곡물을 끌어들인 구불구불한 물길에 술잔을 띄우고 술을 마시는 유상곡수(流觴曲水)의 흔적이 있다. 계곡물도 담장 밖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들도록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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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백운동정원이 품고 있는 대숲 산책길.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나 마스크를 벗고 심호흡을 하며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정원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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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동정원과 연결되는 강진차밭 풍경. 곡우를 앞두고 연녹색의 새잎이 하나씩 돋아나고 있다. ⓒ 이돈삼

백운동정원 전시관도 들어서고 있다. 정원에서 조금 떨어진 도로변이다. 정원의 조성 배경과 역사, 조형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질 지상 1층, 지하 2층 규모의 전시관이다. 2021년 5월 개관 예정이다.


백운동정원 인근에 태평양에서 운영하는 차밭도 있다. 월출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10여만 평의 차밭이다. 기암괴석의 산과 어우러져 색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새봄의 햇살을 받은 연둣빛 새잎이 하나씩 돋아나고 있다. 입장료도 따로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날마다 쓰고 있는 마스크를 벗고 깊은 숨을 들이마시면 더 없이 좋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교수가 놀란 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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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젓한 절집 무위사의 극락보전 전경. 맞배지붕으로 간결하면서도 아름답고 세련된 조각기법을 보여주는 전각이다. 유홍준 교수가 "세상에 이처럼 소담하고 한적하고 검소하고 질박한 아름다움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극찬한 절집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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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사에서 만나는 선각대사탑비. 고려 때 건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박한 절집 무위사에는 국보와 보물급 문화재가 많다. ⓒ 이돈삼

호젓한 절집 무위사도 지척이다. <나의문화유산답사기>에서 유홍준 교수가 "세상에 이처럼 소담하고 한적하고 검소하고 질박한 아름다움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 소박함은 가난의 미가 아니라 단아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배우게 된다"라고 평가했던 절집이다.


절집엔 눈여겨봐야 할 문화재가 많다. 맞배지붕으로 간결하면서도 아름답고 세련된 조각기법을 보여주는 극락보전과 극락보전 후불벽 앞면에 그려져 있는 아미타여래삼존벽화다. 국보로 지정돼 있다. 고려 때 건립된 선각대사탑비와 아미타여래삼존좌상, 백의관음도, 내면사면벽화 등 불화는 보물로 지정돼 있다.


숲속 동식물의 생태를 엿볼 수 있는 생태숲길도 절집 뒤로 잘 다듬어져 있다. 나무는 어떻게 공존하는지, 새들이 좋아하는 숲은 어떤 곳인지도 알 수 있다. 연둣빛 봄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는 하루 나들이 코스로 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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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사 찻집 풍경. 소박한 절집 못지 않게 찻집의 분위기도 소박하고 편안하다. ⓒ 이돈삼

이돈삼 기자(ds2032@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