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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연달래가 가득한 금수산, 이름값 하네요

by오마이뉴스

흙길 능선에서 자라난 연달래가 봄바람에 나부끼는 모습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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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산의 연달래. 진달래가 지고 난 뒤 연달아 핀다 해서 연달래란다. ⓒ CHUNG JONGIN

두 발만으로 오르기에는 다리가 떨리고 아찔하여 두 팔을 동원해야 하는 암릉길을 통과한 후 비로소 허리를 펴니 연분홍빛 꽃 무더기가 눈 안으로 가득 들어왔다.


진달래처럼 보이나 녹색의 잎사귀와 함께 있으니 철쭉인 것 같은데 꽃이 좀 크고 색상이 연했다. 그렇다면 말로만 듣던 연달래? 꽃 빛깔이 연분홍이라 연달래인줄 알았더니 진달래가 지고 난 뒤 연달아 핀다 해서 연달래란다.


오월에 찾아간 충북 제천의 금수산 능선길에는 연달래가 만개해 있었다. 월악산 국립공원 최북단에 자리 잡은 금수산은 약 오백 년 전까지만 해도 백암산 또는 백운산으로 불리었다.


그러다 조선 중기 단양 군수로 있던 퇴계 이황 선생께서 비단에 수를 놓은 듯 몹시 아름다운 이곳의 가을 경치에 감탄하여 금수산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금수산의 기암절벽에 가을 단풍이 어우러지는 풍경은 상상만으로도 찬란하다.


그러나 산 중턱 위 흙길 능선에서 자라난 연달래가 봄바람에 나부끼는 모습도 금수산이란 이름에 걸맞았다. 금수산은 오르내리기에 결코 만만한 산은 아니다. 용담폭포 전망대를 지나 망덕봉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가파른 계단과 경사가 심한 암릉길이 주를 이루는 고단한 산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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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폭포. 5m 깊이의 소에 물이 떨어지면서 솟아오르는 물거품이 용을 닮았다해서 용담폭포다. ⓒ CHUNG JONGIN

길게 이어진 계단 끝 용담폭포 전망대에 이르러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앞을 보니 30m 길이의 용담 폭포가 보였다. 울창한 숲 아래 너른 바위틈에 삼 단의 선녀탕이 보이고 맨 아래 선녀탕에 모인 물이 절벽 아래로 쏟아지고 있었다.


망덕봉까지 가기 위해서는 암릉길과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망덕봉으로 오르내리는 길은 가까이는 갖가지 형상의 암봉이 보이고 멀리는 청풍호와 그 너머 월악산이 보이는 눈 호강 코스다. '헉헉' 거리며 계단을 오르다가 그리고 두 발과 두 손으로 암릉을 기어오르다가 잠시 고개를 들어 앞을 내다보면 어느새 손은 사진을 찍을 준비에 들어가 있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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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봉. 왼 쪽이 족두리 봉이고 오른 쪽이 독수리 봉이다. ⓒ CHUNG JONGIN

암릉길을 거쳐 가파른 계단으로 오르니 왼쪽에 기이한 모습을 한 암봉들이 보였다. 가까이 쌍을 이루고 있는 암봉이 독수리 봉이고 조금 떨어져 있는 것이 족두리 봉이다. 독수리 봉 전망대를 지나니 등산로는 흙길 능선으로 바뀌면서 연분홍빛 꽃잎이 깔려 있었다.


거치른 흙길에 만발해 있는 연달래에서 떨어진 꽃잎들이었다. 연달래는 망덕봉으로 올라가는 길목과 망덕봉 삼거리에서 금수산 정상까지 가는 능선길, 그리고 금수산 삼거리에 이르는 너덜지대까지 금수산 중턱 위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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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산 능선을 가득 채운 연달래. 연달래는 망덕봉으로 올라가는 길목과 망덕봉 삼거리에서 금수산 정상까지 가는 능선길, 그리고 금수산 삼거리에 이르는 너덜지대까지 금수산 중턱 위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 CHUNG JONGIN

등산객이 많이 찾는 금수산 등산로는 상천 주차장, 금수산 정상(1,016m), 망덕봉(926m)을 연결하는 역삼각형 코스다. 경사가 심한 암릉길 하산에 자신이 있다면 숲속 까탈스러운 길로 올라와 금수산 정상을 먼저 찍고 망덕봉을 바라보며 능선길을 걸은 후 망덕봉 삼거리에서 암릉길로 하산하는 것이 금수산을 만끽하는 최고의 코스가 될 것이다. 특히, 하산로로 암릉길을 택하면 금수산의 기암절벽과 청풍호 그리고 그 너머의 월악산을 감상할 수 있어 하산의 지루함을 느낄 여유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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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을 향해 걸어가다 뒤돌아본 망덕봉. 능선길에 솟아 있는 것이 망덕봉이다. ⓒ CHUNG JONG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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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금수산 정상으로 향하는 계단이 끝없이 이어진다. ⓒ CHUNG JONGIN

하지만 암릉길 하산을 생각만 해도 다리가 떨리는 나로서는 망덕봉을 뒤로하고 걸을 수밖에 없었다. 금수산 정상으로 가기 위해 주 능선의 오르내림을 반복하다가 정상을 앞두고는 길게 조성된 계단을 끝없이 올라갔다.


금수산 정상에 올라서니 망덕봉을 시작으로 이제까지 지나왔던 길이 한눈에 보이고 남쪽으로는 청풍호가 나타났다. 청풍호 뒤로 월악산도 보인다고 하는데, 황사의 영향 때문인지 희미한 윤곽만 간신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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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산 정상. 뾰족한 암봉이 금수산 정상이다. ⓒ CHUNG JONG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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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산 정상에서 바라본 청풍호. 청풍호 뒤로 월악산도 보인다고 하는데, 황사의 영향 때문인지 희미한 윤곽만 간신히 보였다 ⓒ CHUNG JONGIN

금수산 정상은 뾰족한 암봉으로, 전망대는 가운데 암봉을 노출한 상태에서 조성되어 휴식 공간 제공과 자연보호라는 두 가지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었다. 정상에서 금수산 삼거리 방향으로 하산하는 코스는 지그재그 급경사 길이었다.


사이사이 계단이 조성되어 있었으나 여러 개의 커다란 바위 지대와 비 온 뒤 질퍽한 흙에 작은 바위들이 울퉁불퉁 솟아 있는 너덜지대를 지나야 했다. 특히, 마땅히 손잡을 데가 없는 곳이 많아서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디디며 내려와야 했다. 그래도 간간이 보이는 연달래가 있어 눈의 피로함을 덜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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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호에서 바라본 금수산. 겹겹이 포개져 있는 이름 모르는 바위산들 사이로 봉긋이 올라온 두 개의 둥근 봉우리가 무척 평화롭고 한가해 보인다. ⓒ CHUNG JONGIN

이튿날, 청풍호 유람선에서 바라본 금수산의 정경은 색달랐다. 겹겹이 포개져 있는 이름 모르는 바위산들 사이로 봉긋이 올라온 두 개의 둥근 봉우리가 무척 평화롭고 한가해 보였다. 저런 산속에 어제 경험한 거친 산길이 있나 싶을 정도였다.


이 같은 금수산 정상부의 원경은 길게 누운 임산부 모습 같기도 해서 예로부터 아들을 낳으려면 이곳에서 기도하면 된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또한, 풍수지리에서는 금수산의 형상이 거북이 모양이어서 거북혈이라고도 한다.


백종인 기자(elliechung.5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