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의 국내 복귀, 아름다운 금의환향이 되려면

[이슈]by 오마이뉴스

스타성과 기량 여전한 김연경, 높은 연봉 문제-흥국생명의 입장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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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경은 대표팀에서도 주장으로서 한국을 3회 연속 올림픽 본선으로 이끌었다. ⓒ 국제배구연맹

'배구여제' 김연경의 국내 V리그 무대 복귀 가능성이 거론되며 스포츠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흥국생명은 아직 공식적인 제안이 오고간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며, 김연경 측 역시 국내 무대 복귀는 여러 가지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분위기를 고려할때 언제든 논의가 급진전될 가능성이 열려있다.


김연경은 자타공인 한국 여자배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슈퍼스타다. 세계무대에서도 배구계의 메시-호날두에 비견될 정도로 그 위상을 인정받았다. 김연경은 2005년 흥국생명에서 프로에 첫 데뷔하여 2009년 일본 JT마블러스에 입단하며 해외무대로 진출했고 터키-중국 무대 등에서도 활약했다. 최근에는 터키 엑자시바시와 2년 계약이 종료되면서 다시 자유계약선수 신분이 됐다. 김연경이 국내 무대로 돌아온다면 무려 11년만의 복귀다.


김연경의 한국행 추진은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와 맞물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의 프로스포츠가 대거 중단되는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김연경도 당장 유럽 리그 등 해외 팀과 계약하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 됐다. 김연경이 뛴 경험이 있는 중국이나 일본도 현재로서는 코로나 안전지대가 아니다.


김연경도 어느덧 30대의 베테랑에 접어들었다. 기량은 여전히 전성기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았지만 슬슬 선수생활의 후반기를 생각해야할 위치다. 10년 넘게 해외무대에서 '용병'으로 활약하며 다양한 문화와 리그 스타일에 적응해야했던 김연경으로서는 어느덧 베테랑이 된 지금 언어와 문화에 익숙한 국내 무대에서 마음 편하게 선수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그리울만도 하다. 김연경은 이미 예전에도 은퇴 전에는 다시 국내 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바람을 여러 차례 피력한 적이 있다.


더구나 2021년에는 사실상 김연경의 마지막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높은 도쿄올림픽이 열린다. 정상 개최 여부는 아직 미지수이기는 하지만, 김연경이 한국무대에서 뛴다면 국가대표 동료들과 더 꾸준히 손발을 맞추기에 유리하고 내년 올림픽을 대비하여 시차적응 등의 준비과정도 훨씬 수월해진다. 프로무대에서 월드 스타로서 거의 모든 것을 다 이룬 김연경에게 올림픽 메달은 마지막 숙원이기도 하다.


김연경이 복귀할 경우, 규정상 친정팀인 흥국생명으로 돌아와야한다. 김연경과 흥국생명은 과거 큰 악연이 있었다. 김연경은 2012년 해외 구단으로 완전 이적을 위해 FA로 풀어줄 것을 흥국생명에 요구했으나 구단이 이를 거절하면서 양측은 무려 2년여에 걸쳐 법적-사회적으로 국제 분쟁을 벌인 바 있다.


당시 흥국생명이 국내 로컬룰을 앞세워 임대 신분으로 일본과 터키에서 뛴 기간을 인정하지 않고 김연경의 소유권을 주장한 것이 문제의 원인이었다. 당시 여론은 시대에 뒤떨어진 V리그의 FA제도와 흥국생명의 구단 이기주의를 비판하는 반응이 우세했다. 논란이 장기화되자 흥국생명은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김연경을 임의탈퇴로 풀어주는 변칙적인 형식으로 오랜 분쟁에 종지부를 찍었지만, 이 과정에서 양측의 감정의 골은 매우 깊었다.


김연경이 흥국생명으로 돌아와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게 된다면 양측의 오랜 앙금을 털어내는 '아름다운 화해'의 모양새도 갖출 수 있다. 흥국생명은 이미 팀의 간판 이재영과 재계약-FA로 쌍둥이 자매인 세터 이다영까지 영입한데 이어 김연경까지 가세한다면 사실상 우승을 예약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압도적인 전력을 꾸리게 된다.


국내 팬들로서도 김연경이 2010년대 줄곧 해외무대에서만 활약하며 국가대표 경기가 아니면 그녀의 전성기를 가까이서 볼수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한국 여자배구가 낳은 불세출의 스타가 해외무대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마친 뒤 고국으로 돌아와서 팬들 앞에서 아름답게 유종의 미를 기약하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김연경의 복귀가 간단한 문제만은 아니다. 사실 관건은 김연경보다도 오히려 흥국생명의 의지에 달렸다. 김연경은 유럽무대에서 약 130만 유로(약 17억 7000만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경은 최근 한 방송에서 "실제 몸값은 더 높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그런데 국내 규정상 차기 시즌 V리그 여자부 샐러리캡은 23억원, 여자 선수의 개인 최고 연봉 한도액은 7억원에 불과하다.


이중 흥국생명이 이미 이재영(6억)-다영(4억) 자매와 계악하는데 들인 비용을 감안하면 김연경의 몸값은 최대치로 잡아봐야 6억 5천만원 정도로 유럽에서 받는 몸값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설사 김연경이 국내 복귀라는 대의명분을 고려하여 어느 정도 몸값을 삭감한다고 해도 흥국생명은 김연경-이재영 자매 3명에게만 이미 샐러리캡 23억중 17억이나 되는 비용을 지불해야하는만큼 자연히 기존 선수단의 연봉삭감이나 방출이 불가피해진다. 사실상 이재영 자매를 중심으로 다음 시즌 전력구상을 완료했던 흥국생명으로서는 갑작스러운 김연경의 복귀 추진이 현실화될 경우 마냥 웃을수만은 없는 사정이다.


지나친 전력불균형에 대한 우려도 있다. V리그에서 어느 팀이든 김연경의 가세는 바로 우승후보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흥국생명이 지금의 전력에 김연경까지 영입하게된다면 타 구단과의 전력차가 너무 커져서 맥빠진 승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흥국생명이 김연경의 임의탈퇴를 해제하고 타 구단으로의 재임대나 트레이드시키는 방법도 있기는 하지만, 그랬다간 곧바로 V리그에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기 때문에 선뜻 꺼내들기 어려운 카드다.


흥국생명 입장에서 어쩌면 가장 난처할수 있는 시나리오는 김연경의 국내 무대 복귀 추진에 걸림돌이 되는 모양새다. 축구의 FC서울은 유럽무대에서 활약하던 기성용(마요르카)-이청용(울산 현대)이 K리그 복귀 추진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보상금 조항과 협상 태도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다가 영입이 모두 무산되어 난처한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기성용은 유럽으로 방향을 돌리며 서울에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고, 이청용은 K리그로 돌아왔지만 울산행을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은 간판스타들을 제대로 예우하지 않고 K리그 복귀를 방해했다는 오명에 시달리며 팬들의 거센 항의를 받아야했다.


흥국생명은 과거 김연경과 해외 이적 문제로 한바탕 큰 갈등을 빚으면서 구단 이미지에 한동안 큰 타격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는 김연경의 국내 복귀 문제로 또다시 비슷한 잡음이 반복된다는 것은 흥국생명으로서는 상상하고 싶지 않을 장면이다.


국내 복귀를 위하여 몸값이나 조건을 어느 정도 양보해야하는 김연경이나, 흥국생명 구단이나 서로 한발씩 희생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연경같은 슈퍼스타가 국내 무대로 복귀하다는 것은 종목을 떠나 프로스포츠의 흥행에 큰 호재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레전드라는 이름과 위상에 걸맞은 아름다운 금의환향이라는 모양새가 되어야 앞으로도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


이준목 기자(seaoflee@naver.com)

2020.06.03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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