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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아름답죠? 힘들면 여기서 사뿐히 쉬었다 가세요

by오마이뉴스

데이지 만발한 숲속 걸으며 마음 달래기 좋은 곳, 담양 한재골 옛길

오마이뉴스

정원에 활짝 피어있는 하얀 마가렛꽃. 담양 한재골의 산 중턱에 있는 하늘마루정원이다. ⓒ 이돈삼

들녘이 부산한 요즘이다. 모내기가 이뤄지면서 들녘이 초록색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도 수확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봄 매화를 피웠던 매실도 탱글탱글 살을 찌우며 수확 때를 향하고 있다.


산과 들에는 하얀 데이지와 노란 금계국이 지천으로 피었다. 초여름을 화사하게 밝혀준다. 데이지와 닮은 마가렛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담양 한재골로 간다. 한재골은 전라남도 담양군 대전면 평장리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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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렛꽃과 넝쿨장미가 어우러진 하늘마루정원. 정원을 찾은 여행객들이 격이 다른 분위기에서 힐링을 하고 있다. ⓒ 이돈삼

마가렛은 들국화와 흡사하게 생겼다. 국화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키가 큰 것은 1m 가까이 된다. 키 큰 마가렛으로 불린다. 하얀 꽃잎에 노란 꽃술이 계란 프라이를 연상케 한다. 잎은 깃 모양으로 길게 갈라져 쑥갓잎처럼 생겼다. 언뜻 도로변에 만발한 샤스타데이지와도 닮았다. 가을에 피는 구절초에 빚대 '여름구절초'로도 불린다.


하얀 마가렛은 한재골의 산 중턱 찻집에 활짝 피어 있다. 정원이 온통 마가렛꽃으로 둘러싸여 있다. 정원으로 오가는 길목도 마가렛으로 하얀 융단을 깔아놓은 것 같다. 마가렛 사잇길을 거니는 발걸음이 가뿐하다. 정원의 잔디밭에도 마가렛이 지천이다.


한재골 계곡도 정원 옆으로 흐른다. 계곡 물소리가 정원에서 들린다. 산새들의 지저귐도 귓전을 간질인다.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한재벌도 드넓다. 찻집에서는 20여 가지 되는 홍차가 혀끝을 유혹한다.

누구나 쉬었다 갈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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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한재골 계곡 풍경. 지난 5월 31일 일요일 가족과 함께 계곡을 찾은 어린이들이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놀고 있다. ⓒ 이돈삼

한재골은 병풍산(822m)과 불태산(710m)이 품고 있다. 담양 대치에서 장성 북하를 이어주는 길목이다. 계곡의 편의시설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계곡도 넓고 깨끗하다. 깊지도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쉴 수 있다. 차가 다니는 도로에서 가까운 것도 한재골의 장점이다.


한재골 옛길을 따라 걸어서 정원을 만나면 더 좋다. 옛길이 2.5㎞ 남짓 된다. 숲길을 싸목싸목 걸어서 만나는 정원이 더 각별하고 아름답다. 한재골 옛길은 대야저수지에서 시작된다. 옛사람들이 땔감을 구하러 다니던 길이다.


조선시대에는 광주와 인근 지역의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던 길목이었다. 광주나 나주에서 한양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오가는 발길이 잦아 1960년대까지만 해도 한재 정상에 주막이 있었다. 약찜을 하는 집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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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골 옛길에서 만나는 대숲길. 옛길은 험하지도 않아 싸목싸목 걷기에 좋다. ⓒ 이돈삼

옛길도 다소곳하고 예쁘다. 넓지는 않지만, 대숲도 만난다. 대숲에선 죽순이 쑥쑥 자라고 있다. 계곡을 가로질러 놓인 돌다리도 정겹다. 숲에는 떼죽나무와 산딸나무가 하얀 꽃을 피우고 있다. 계곡물에 떼죽나무 꽃이 하얀 배처럼 두리둥실 떠다니고 있다.


숲길까지 들려오는 계곡 물소리도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숲길을 걷는 묘미다. 아직껏 널리 알려지지 않아 숲길도 호젓하다.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타박타박 걷기에 좋다.


길을 걸으면서 왼쪽으로 보이는 게 불태산 백운봉이다. 백운봉 너머가 장성읍 유탕리다. 옛날에는 이 봉우리를 넘어가는 길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오른편 봉우리는 병풍산 투구봉이다. 투구봉과 백운봉이 한재골의 동서를 이어주는 통로였다. 옛날 한재골에는 사대통문도 있었다. 백운봉과 투구봉이 두 개의 통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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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골 계곡물에 떠있는 떼죽나무꽃 무더기. 한재골 옛길에는 지금 떼죽나무 꽃이 활짝 피어있다. ⓒ 이돈삼

병풍산과 불태산에 군사용어를 쓰는 지명도 많다. 항복을 받는다는 수항골, 군대를 통솔했다는 통싯골, 장군의 투구를 닮은 투구봉이 있다. 칼을 잡은 장군의 손등을 닮았다는 칼등, 군사들이 진을 쳤다는 막군치도 있다.


박정희 정권 때는 이 일대의 주민을 분산 이주시키는 소개령이 내려졌다. 간첩의 은거지가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주민들이 골짜기를 떠났다. 주민들이 오가던 길도 자연스레 사라졌다.


1970년대 들어 산을 넘어가는 별도의 작전도로가 뚫렸다. 여러 해 전에는 도로를 넓히고 아스팔트 포장도 이뤄졌다. 지금은 광주와 장성 백양사를 이어주는 가장 짧은 도로가 됐다. 갈수록 오가는 사람도, 차량도 늘고 있다. 쉬는 날이면 한재골을 찾는 사람들이 더욱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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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골 옛길에서 만나는 나무다리. 지난 5월 31일 옛길을 찾은 여행객들이 나무다리를 건너며 연녹색의 숲을 즐기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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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한재초등학교에 있는 천연기념물 느티나무. 수령 600년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이돈삼

담양군 대전면의 소재지가 대치(大峙)다. 큰 고개, 한재다. 면소재지 한재초등학교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느티나무가 있다. 태조 이성계가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공을 들일 때 심었다는 나무다.


수령 600년이 넘었다. 키가 30m, 둘레는 어른 예닐곱 명이 두 팔을 완전히 벌려야 감쌀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나무 한 그루로 숲을 이룬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나무는 어린 학생들의 놀이터다.


학교숲이 생명의숲과 산림청이 주는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받았다. 할아버지·할머니에서부터 아버지·어머니, 아들과 딸, 손자·손녀까지 함께 누리는 나무이고 숲이다.


이돈삼 기자(ds2032@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