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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이 꽃밭에 나홀로 있으려면... 오전 9시 전이어야 합니다

by오마이뉴스

만개한 금계국으로 온통 노랗게 물든 함안 악양생태공원


유월이다. 올해 봄은 이처럼 애달픈 마음으로 떠나보내야 하는 걸까. 그나마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5개월 가까이 한쪽에 밀쳐두었던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섰다. 사람들을 피해 주말을 보낸 월요일을 택해 집에서 30분 거리의 함안 악양생태공원과 장미정원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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둑방을 온통 노란색으로 물들인 금계국이 다가온 여름을 실감케 한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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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색의 꽃양귀비와 노란 금계국이 늦봄과 초여름을 함께 느끼게 해준다. ⓒ 김숙귀

함안군 대산면 남강변에 위치한 26만 5000㎡ 규모의 악양생태공원은 전국 최장 길이의 둑방과 수십 종의 야생화, 생태늪지 등과 함께 약 1만㎡의 드넓은 잔디 광장이 조성돼 있다. 또, 끊임없이 이어진 제방 사이로 흐르는 남강과 해질녘의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는 4600㎡ 면적에 심어진 핑크 뮬리가 만개해 핑크빛 물결로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공원에 도착하니 어둠은 완전히 걷혔고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나는 아무도 없는 넓은 공원을 여유롭게 거닐었다. 집 근처 공원이지만 이렇게 나와본 게 얼마 만인가. 담백하게 피어 있는 수레국화와 눈을 맞추고 자신을 보러 와준 나를 예쁜 얼굴로 반갑게 맞이하는 꽃양귀비와도 인사를 나누었다.


고맙게도 아직 봄기운을 담고 있는 아름다운 꽃양귀비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 했던가. 옛날 중국 당나라 현종은 양귀비라는 여인을 총애하여 나라를 위기에 빠트렸는데, 나는 꽃양귀비를 지켜보면서 올해 봄 응어리졌던 진한 아쉬움과 서운함을 얼마간 떨쳐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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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꽃양귀비와 노란 금계국, 그리고 여름 코스모스까지... 모처럼 마음이 기쁨으로 꽉 차는 느낌이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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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하고 담백한 수레국화 꽃밭을 편안한 마음으로 거닐었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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둑방에 올라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신록을 눈에 담으며 답답했던 마음을 달래본다. ⓒ 김숙귀

둑방에 올랐다. 긴 둑방은 만개한 금계국으로 온통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앞쪽으로는 낙동강이 흐르고 갖가지 꽃들과 핑크 뮬리 정원도 보인다. 문득 지난 가을 어느 날이 떠올랐다. 여기 공원을 찾은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핑크빛 물결 속을 즐겁게 거닐었다. 올해 가을에도 그런 기쁨을 누릴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긴둑방길을 걸었다. 공원 입구 쪽에 차가 들어서는 게 보인다. 이제 슬슬 돌아갈 채비를 해야겠다. 아직 오전 9시도 되지 않은 시각. 그대로 돌아가기 서운했던 나는 가까운 곳에 있는 한 무인북카페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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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작은 나무문과 아름다운 장미.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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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공연장과 쉼터가 있는 건물 입구. ⓒ 김숙귀

함안군 칠원면 운곡리에 있는 이 북카페는 건축일을 하는 주인장이 사람들과의 소통과 나눔을 위해 마련했다고 한다. 쉼터 입구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북카페 앞의 넓은 터는 장미와 야생초 등을 심어 운치를 더하고 있다. 쉼터에서 아래로 내려서면 개울과 운곡저수지 산책길이 나온다.


카페 입구에 있는 통에 5000원을 넣고 들어서면 커피를 비롯하여 준비된 여러 다과를 즐기며 책을 읽을 수 있다. 나는 아무도 없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과 사과 한 알을 먹으며 잠시 숨을 고른 뒤 정원에 가득 핀 장미를 구경했다. 장미는 언제나 화려하고 아름답다. 그렇게 꽃향기와 함께한 모처럼의 외출은 짧았지만 기뻤다.


김숙귀 기자(rmfldna42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