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폭로전이 시작된다... 방송국 여성 3인의 용기

[컬처]by 오마이뉴스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BOMBSHELL)>


미국 최대 방송사 폭스뉴스의 내부를 리얼하게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오는 7월 8일 개봉하는 영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아래 <밤쉘>)을 통해서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폭스뉴스사를 사실감 있게 구현하기 위해 제작진은 무려 100개 이상의 세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공간이 주는 리얼리티보다 더 생생한 건, 그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현실과 꼭 닮은' 일들이다.


<밤쉘>의 언론시사회가 지난 25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렸다.

권력 위의 권력을 무너뜨린 여자들, 그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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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 씨나몬(주)홈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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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 씨나몬(주)홈초이스

"최대 권력을 날려버릴 폭탄선언. 이제 이들의 통쾌하고 짜릿한 역전극이 시작된다!"라는 소개 문구가 한껏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화 <밤쉘>은 다음과 같은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 메긴 켈리(샤를리즈 테론)는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트럼프와 설전을 벌이고, 이후 트럼프의 계속되는 트위터 공격으로 이슈의 중심에 선다. 또한, 그의 동료 앵커인 그레천 칼슨(니콜 키드먼)은 최대 권력의 상징인 폭스뉴스 회장을 성희롱으로 고소하고 이에 메긴, 그리고 폭스의 뉴페이스 케일라 포스피실(마고 로비) 역시 그레천 칼슨의 뒤를 따라 행동에 나서게 된다.


제목에서부터 큰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기대감을 자아내는 <밤쉘>은 단어 뜻 그대로 폭탄선언이며, 그 폭로의 전 과정을 그린다. 그 폭로란 실제로 온 세계를 뒤집어 놓았던 '미투운동'을 떠올리게 하는 고발(게다가 내부고발)이며, 게다가 그 주체를 연기하는 여성 3인이 무려 할리우드 대표 배우 샤를리즈 테론, 니콜 키드먼, 마고 로비다.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는 스토리와 배우진이다.


더 놀라운 것이 있다면 이것이 고스란히 실화라는 것이다. 실제 폭스뉴스의 '메긴 켈리' 앵커, 최초 고발자 '그레천 칼슨', 이 여성들의 타깃이 된 폭스뉴스의 회장 '로저 에일스'까지 이름도 그대로인, 실존 인물들이다. 이 영화가 아카데미 분장상을 수상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샤를리즈 테론 등 배우들은 얼굴에 보형물까지 넣어가면서 실존인물과 싱크로율 100%를 맞추기 위해 특수분장을 했고, 매일 세 시간씩 메이크업을 받았다고 한다. 미국 최대 방송사 폭스뉴스를 배경으로, 거대 언론 권력을 무너뜨린 여성들의 이야기는 미국 전역을 뒤집어 놓았고, 그녀들의 목소리와 행동은 이후 여성의 인권에 의미 있는 변화의 기폭제가 된다.


각본을 쓴 찰스 랜돌프는 공식 인터뷰에서 "단지 여성을 위해 필요한 이야기가 아니라 남성을 위해서도 필요한 이야기다. 여성은 그 경험이 무엇인지 알지만, 남성은 자신이 깨닫지 못했던 무언가를 목격할지도 모른다"고 언급했다. 그의 말처럼 이 영화는 여성이 폭탄선언의 주체가 되지만, 남성이야말로 '변화의' 주체로서 행동해야 함을 암시하고 있다.

세상은 어떤 식으로 바뀔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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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 씨나몬(주)홈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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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 씨나몬(주)홈초이스

"때로는 한 사람의 목소리가 새로운 흐름을 만들 수도 있다." (제이 로치 감독)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에서 그린, 세상을 뒤집어 놓은 그 사건은 그레천 칼슨(니콜 키드먼)의 용기 있는 내부고발로 시작된다. 한 사람의 어렵디어려운 용기로부터 세상의 절반인 여성의 인권 형편이 달라지는 현상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야심이 큰 만큼 장벽에 크게 부딪히고 마는 케일라 포스피실 역의 마고 로비 역시 공식 인터뷰를 통해 "여성, 남성, 보수, 진보 누구에게나 해당되고, 모두가 마주해야 할 문제다. 그 복잡함을 파헤치는 논의를 해 나가며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샤를리즈 테론은 '모두' 중에서도 여성에 초점을 맞추며 "계속해서 자라나는 이 운동을 처음 이끈 여성들의 이야기로 돌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밤쉘>은 전 세계 시상식에서 총 22개의 상을 받았고, 51개 상에 노미네이트 되며 화제작다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작품이 담은 메시지뿐 아니라 세 배우의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열연 그 자체가 영화를 이미 충분히 빛내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불안함 속에서도 당당한 용기를 동시에 지니고 앞으로 나아가는 세 여성 캐릭터의 행보야 말로 보는 이의 가슴을 짜릿하게 만드는 통쾌한 한방이다.


약자가 목소리를 낼 때 세상은 요란하게 삐걱거리며 제자리를 찾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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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 씨나몬(주)홈초이스

한 줄 평: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한 마디가 어려움에 처한 세상의 절반을 구해냈다

평점: ★★★☆(3.5/5)

영화 정보

제목: <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BOMBSHELL) >

감독: 제이 로치

각본: 찰스 랜돌프

제작: 샤를리즈 테론

출연: 샤를리즈 테론(메긴 켈리 역), 니콜 키드먼(그레천 칼슨 역), 마고 로비(케일라 포스피실 역)

수입: 그린나래미디어(주)

제공/배급: 씨나몬(주)홈초이스

러닝타임: 109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0년 7월 8일

손화신 기자(son716@ohmynews.com)

2020.06.29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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