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 가기

[ 여행 ]

제주 가서 이걸 못 보고 오다니... 너무 아쉬운 곳

by오마이뉴스

한라산에 70mm 이상 비가 와야 볼 수 있는 제주 엉또폭포


천혜의 섬 제주에는 항상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3대 폭포가 있다. 바로 정방, 천지연, 천제연폭포이다. 이들 3대 폭포 외에 한라산에 70mm 이상 비가 와야 그 모습을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폭포가 있다. 바로 엉또폭포이다.

제주 사람도 쉽게 볼 수 없다는 '엉또폭포'

오마이뉴스

엉또폭포 전망대로 올라가는 테크 길 모습 ⓒ 한정환

우리나라 국민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표준말 외에 각 지방마다 특유의 방언 즉 사투리가 있다. 어느 때는 조금씩 양념처럼 사용하는 사투리로 한바탕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생소한 사투리는 뜻은 정확히 모르지만 대부분 앞뒤 말을 연결하면 무슨 뜻인지 이해는 간다. 그런데 제주도 방언은 누군가가 설명을 해주지 않으면 전혀 알 수가 없다.

오마이뉴스

물이 흘러내리지 않는 제주 서귀포 엉또폭포의 수려한 모습 ⓒ 한정환

'엉또'라는 말도 폭포 입구에 세워진 안내판을 보고서야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이름이 특이하고 신기하다. '엉또'는 '엉'의 입구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엉'은 작은 바위 그늘집보다 작은 굴, '또'는 입구를 표현하는 제주어이다. 폭포 바로 옆에 굴이 뚫려 있어 엉또폭포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은 엉또폭포를 '올란지내'라고도 부른다.


비가 많이 와야 볼 수 있다는 엉또폭포. 비가 온 지 이틀이나 지났는데 그래도 혹시나 해서 찾은 엉또폭포이다. 넓은 주차장에 차량들이 별로 없다. 관광객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제주를 여러 차례 와보았지만 이렇게 사람이 없는 곳은 처음 본다. 아무리 코로나19 영향을 받는다 해도 말이다.

오마이뉴스

엉또폭포 올라가는 테크 길 옆에 핀 하늘색 수국 모습 ⓒ 한정환

주차장에 내리니 폭포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래도 희망을 안고 목재 테크 길을 따라 올라갔다. 테크 길 옆에 심어놓은 하늘색 수국이 한낮의 햇빛을 받아 더 아름답게 보인다. 조금 더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 폭포를 최근접에서 볼 수 있는 전망대에 도착했다.


예상했던 그대로 절벽만 보일뿐 폭포에 물이 흘러내리지 않는다. 엉또폭포는 평상시에는 항상 물이 말라 있는 건천(乾川)이다. 좀처럼 웅장한 폭포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제주 사람들에게도 폭포 모습을 감추고 쉽사리 얼굴을 내밀지 않는 게 엉또폭포이다.


KBS 2TV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에서 여름특집으로 제주 엉또폭포가 방영된 적이 있다. 차에서 내려 이승기가 헐레벌떡 엉또폭포 테크 길을 올라가던 장면이 생각난다. 그때 폭포 앞에 도착하여 물이 없자 허망해 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 내 모습이 그때 이승기가 느낀 감정 그대로의 기분이다.


물이 없어 조금은 실망했지만, 그것도 잠시뿐이다. 폭포 주변으로 병풍처럼 펼쳐진 기암절벽을 보니 가슴이 확 트이는 게 기분이 상쾌해진다. 폭포 계곡 주변이 천연 난대림으로 형성되어 있다. 그래서 엉또폭포는 사시사철 언제나 초록으로 물들어 있는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오마이뉴스

비가 그친 뒤 웅장하고 위력적으로 흘러내리는 엉또폭포의 모습 ⓒ 사진제공 : 크라우드 픽

주변의 경치 하나만 가지고도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혀주기에 충분하다. 숲속 공기가 맑아서인지 청량감까지 느껴진다. 친절하게도 절벽에 천연기념물 제323호로 지정된 정지 비행의 명수 황조롱이(매의 일종)가 살고 있다는 안내판도 걸려 있다. 제주 올레길 코스 중 제일 아름다운 코스가 7코스라고 한다. 엉또폭포는 올레길 7-1코스이니 풍광 하나만은 제주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엉또폭포는 높이가 50m이다. 비가 오지 않을 때는 기암절벽만 보일 뿐이다. 여름 장마철이나 한라산에 많은 비가 내린 후에 물줄기가 형성되고, 위력적인 폭포수의 모습을 연출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제주에 가면 폭포의 위력적인 모습을 현장에서 꼭 보고 싶었는데, 못 보고 온 게 너무 아쉬웠던 곳이다.

무인카페 엉또산장과 전망대

엉또폭포를 구경하고 목재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무인카페 엉또산장이 보인다. 제법 큰 건물인데 그중 일부만 무인카페로 운영하고 있다. 음료와 간식, 라면을 판매한다.

오마이뉴스

제주 서귀포 무인카페 엉또산장의 모습 ⓒ 한정환

무인카페 운영자가 한 가지 고마운 것은, 엉또폭포의 장관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는 관광객을 위해 동영상을 촬영하여 폭포의 위용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비가 많이 와 흙탕물이 떨어질 때, 비가 금방 그치고 맑은 폭포수가 떨어질 때의 모습을 반복하여 보여준다. 날씨가 맑은 날은 멀리 있는 마라도를 볼 수 있게 전망대까지 만들어 놓았다.


엉또폭포 구경을 마치고 무인카페를 거쳐 내려오니 귤나무 밭에 "엉또에 오셨다 가시니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겁니다"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예부터 엉또폭포와 관련하여 무슨 특별한 내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엉또폭포를 찾았던 관광객들에게 싫지 않은 인사말이라 기분이 좋아진다.


여행 계획을 세워놓고 비가 오면 정말 난감해진다. 제주도는 비가 와도 이런 웅장한 폭포를 구경할 수 있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여행 기간 다른 곳은 구경을 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여기 엉또폭포의 모습 하나만 보고 가도 대만족이다. 그만큼 엉또폭포는 보기가 쉽지 않고, 물이 흘러내리지 않아 더 유명한 폭포이다.

찾아가는 길

  1.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염돈로 121-8 (강정동)
  2. 입장료 및 주차료 : 무료

한정환 기자(jhhan5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