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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교통카드 한 장 들고
'물멍, 숲멍, 꽃멍' 하러 가볼까

by오마이뉴스

구로구 항동 푸른수목원에서 느릿하게 보낸 하루

오마이뉴스

한 여름 빛을 받으며 빛나는 꽃을 바라보는 것은 행복하다. ⓒ 이현숙

이름처럼 푸릇푸릇하다. '푸른'도, '수목원'도 기분 좋게 마음을 당기게 하는 낱말이다. 두 낱말이 합쳐졌고 어감도 좋다. 푸른 수목원, 이미 초록의 청량함이 가득하다. 말 그대로 푸르름이 넘치는 자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도심 속에서 살면서 계절마다 달라지는 꽃과 하루하루 달라지는 숲을 볼 수 있는 곳이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에 있음을 종종 잊는다.


서울의 서남쪽 끄트머리, 서울인 듯 아닌 듯 한적한 곳에 위치한 푸른 수목원은 신록이 짙다. 서울시 구로구 항동 일대에 10만 3천㎡의 넓은 부지에 기존 항동 저수지와 함께 조성된 푸른 수목원은 친환경 관리 중심의 '생태의 섬(Eco-Island)'으로 소개되어 있다.


수목원이 일반적인 공원과 다른 점이 있다면 공원이나 유원지와 달리 화려한 식물이나 다양한 놀이기구나 운동시설을 즐기기만 하는 곳이 아니다. 우리가 보호하고 가꾸어 나갈 자연 생태계의 유지를 위한 교육이나 전시를 하고 친환경적 관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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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고 싶게하는 철길을 걸으며 추억소환하는 놀이는 언제나 아련하다. ⓒ 이현숙

정문 입구 전부터 듬성듬성 절로 자란 풀들과 자연스러운 폐선로가 친근하게 맞는다. 이곳 항동 철길은 구로 올레길 코스에도 속한다.


경인선 오류동 역에서 부천 소사의 옥길동까지 4.5km의 단선 철길은 어릴 적 기찻길의 추억을 소환한다. 사실은 기차가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다. 군수 용품을 수송하는 용도로 가끔 비정기적인 운행이 있다고 한다. 이 또한 어쩌다 기차를 볼 수 있는 즐거움이 아닌지.


게다가 어느덧 철길이 SNS 명소가 되어 연인들의 다정한 인증샷 포즈를 쉽게 볼 수 있다. 걷다 보면 간이역도 있고 선로 위에 새겨진 글을 읽는 재미도 있다. '길은 열려 있다', '60살 새로운 인생', '위로가 필요한 순간', '혼자라고 생각 말기'... 정서적 위로의 말을 읽으며 천천히 걷기만 해도 감성을 자극시킨다. 사색과 치유가 가슴에 퍼지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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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 마당이 반기는 수목원에 들어보자. 저절로 평온해 진다. ⓒ 이현숙

수목원으로 들어서자마자 탁 트인 잔디마당이 널찍하게 펼쳐진다. 푸른 수목원이 넓은 품으로 맞아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그 앞으로는 연잎으로 덮인 항동 저수지를 바라보며 드문드문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여유롭다. 마당 옆으로 가든 카페 테이블엔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이들, 자연과 사람의 어울림이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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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류원을 걸으며 수생식물들의 싱싱한 생명력의 본다. '물멍'... ⓒ 이현숙

먼저 길게 이어지는 계류원의 데크로드를 걷다 보면 물에서 잘 자라고 있는 수생식물들을 볼 수 있다. 그중에 요즈음 순백으로 피어나기 시작한 수련이 오롯하다. 고요하기만 한 물속에서 군데군데 짝을 이루어 유유자적 노니는 원앙과 잉어 떼들이 물살을 가르며 파문을 만든다. 식물과 동물의 공존이 자연스럽다. 이렇게 물을 멍하니 바라보며 마음을 쉬는 것을 요즘은 '물멍'이라 한다는데... 이곳에서는 느긋한 물멍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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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가든으로 조용히 걸어들어가는 기분이 짜릿하다. ⓒ 이현숙

수목원은 수생식물원을 비롯해서 25개의 테마원이 있다. 그러나 굳이 순서를 정해서 표지판을 보며 돌아볼 필요는 없다. 습지, 연못, 개울과 프랑스 정원 등 다양한 콘셉트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그저 발길 닿는 대로 다니는 게 자연스럽다.


홀로이 조붓한 숲길로 들어갔다가 길을 잃었나 놀라다가 너무나 이쁜 꽃길로 나오기도 한다. 그렇게 걷다가 멈추어 정자나 풀숲 그늘에 털썩 앉아 쉬어도 좋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걷는 길이 수변 데크 빼고는 대부분 시멘트 길이었다.


일부라도 친환경 야자수 매트나 푹신한 폴리우레탄이 깔린다면 발의 피로도도 줄이고 걷는 맛도 더 좋겠단 생각을 잠깐 했다. 그러나 수목에 둘러싸인 시간은 시종일관 건강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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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향한 메타셰콰이어의 시원함 아래서 초록의 싱그러움을 맛본다. '숲멍'...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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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멍'의 행복감...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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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환경에서는 제 색감을 제대로 발한다. 고운빛에 '꽃멍'이다. ⓒ 이현숙

하늘 높이 치솟은 메타세쿼이아 숲길에 조용히 앉아 이번엔 '숲멍'이다. 청정 숲의 짙어진 초록이 피곤했던 두 눈을 시원하게 정화시킨다. 숲에 들어 신선한 힐링타임이다. 그뿐인가. 정원길을 따라 그 길가엔 꽃들이 지천이다.


국내 자생식물은 물론이고 세계의 다양한 식물들이 2100여 종 자라고 있다. 이름표를 단 갖가지 야생화들이 발걸음마다 다투어 환영하듯 활짝 피어나 있다. 그 숲 아래에 수국이 탐스럽다. 무심했던 꽃들이 이토록 이뻤는지 정신없이 빠져든다. 이럴 땐 '꽃멍'이라 이름 지어 본다.


정원 길을 지나고 KB숲교육센터를 걸으며 어디서든 나타나는 벤치와 원두막엔 명상에 집중하듯 조용히 앉아 있는 사람들, 작은 오두막 벤치엔 어느 부부가 앉아 있고, 셀프 웨딩촬영을 하는 이쁜 연인들도 보인다. 산책 삼아 아이들과 손잡고 나와 자연 학습하듯 수목원을 즐기는 풍경들이 편안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비대면 시기답게 온실과 북카페는 임시 휴관 중이다. 간간히 안내방송이 있고 곳곳에 '다른 사람과 신체 접촉을 피하고 2m 이상 거리 두기 실천을 위해 정자 및 데크 사용을 제한하니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쓴 안내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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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꽃을 볼 수 있는 온실 속의 식물들, 잘 자라고 있다. ⓒ 이현숙

후문 쪽으로는 장미원이 이국적인 풍경으로 맞는다. 로맨틱하던 장미원의 꽃들이 조금씩 시들어 떨어지고 있다. 내년 봄에 보여줄 화려한 모습을 기대한다. 계곡엔 물이 마르고 무성히 풀이 자라고 있다.


비가 오면 꽃비 내리는 풍경도 멋지고 촉촉한 분위기가 더 좋은 곳. 더위 속에서 걷다가 숲 그늘에 들어 쉬고 정자에서 한 숨 돌리며 느릿느릿 자연을 만끽하는 하루다. 주변 지역 사람들의 걷기 운동하는 모습이 있지만 수목원이 넓기 때문에 대체로 한적한 분위기다.


코로나의 여파로 훌쩍 나서지도 못하고 답답한 일상이다. 그러나 여행가방을 싸들고 나서지 않아도 된다. 책 한 권 담은 가벼운 가방에 교통카드 한 장 달랑 들고 나서도 멀리 떠나왔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서울 끝자락의 푸른 수목원이다.


어느날 하루쯤 여유롭게 머물다 와도 좋은 곳, 가성비 최고다. 2013년 개원해서 역사가 길지 않아 갈 때마다 나무는 더 자라고 꽃은 더 늘어난다. 항동 푸른 수목원은 날마다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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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산책길이 우리 주변에 있음을, 그리고 다가가기. ⓒ 이현숙

  1. 생태의 섬, 푸른 수목원에서 유의할 점
    1. 도심 속에서 식물, 인간, 환경이 공존하고 3無운동 : 無농약, 無화학비료, 無쓰레기 배출- 본인의 쓰레기는 되가져 가기
    2. 식물 훼손 및 채취를 금합니다
    3. 수목원 내 (전동) 휠체어, 유모차 외 어떠한 탑승물(자전거, 킥보드 등) 불가합니다.
    4. 식사는 정문 북카페 옆 야외탁자에서만 가능, 배달음식 반입을 금합니다
    5. 연날리기, 드론, RC카 등 비행체, 무선조종장치의 사용, 텐트, 그늘막 등 설치는 금합니다.
    6. 그 외에는 사전 문의 가능
  2. 공원위치: 서울특별시 구로구 연동로 240 (항동 81-1) // 02-2686-3200
  3. 교통: 지하철 온수역 1호선 3번출구, 7호선 2번 출구에서 마을버스 구로07번을 타고 푸른수목원 후문/항동저수지 하차(5정거장) 하차.

이현숙 기자(newtree14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