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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

연꽃 하나로 대통령상까지, 지금 당장 오셔야 합니다

by오마이뉴스

포천 '울미연꽃 생태마을'


포천시 군내면은 해발 200m의 청성산 기슭에 자리잡은 작은 고장이다. 조선시대에는 포천 현아가 있었고, 1905년까지는 포천군청이 있었던 포천군의 중심지였다. 그래서 이름도 '군내면'이다. 비록 행정 중심지로서의 역할은 다했지만, 다수의 유적지와 문화재 및 천연기념물·보호수, 춘천교구 최초의 천주교 성지가 있는 포천시의 역사문화 중심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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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향교. 포천 군내면은 조선시대에는 현아가 있었고 1905년까지는 포천군청이 있던 유서깊은 고장이다. 삼국시대 축성된 반월성, 고려시대 때 세워진 포천향교 등의 유적지가 있다. ⓒ 변영숙

군내면 최고의 유적지는 단연 청성산 중턱에서 발견된 삼국시대 반월성이다. 고려 명종 때 세워진 포천향교와 고려시대 유물로 추정되는 구읍리 석불 및 천연기념물 '직두리 부부송' 소나무, 수령 440년의 느티나무 보호수는 군내면의 유구함을 말없이 증명한다. 최근 핫한 연꽃 명소로 떠오른 '울미 연꽃생태마을'은 유서 깊은 역사적 고장에 봄날 같은 화사함을 더하면서 군내면 여행에 쉼터 같은 역할을 한다.

포천 '연꽃명소', 울미 연꽃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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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울미연꽃마을'. '울미연꽃마을'은 마을 주민들이 세운 마을 기업이다. 숙박 및 체험관이 운영되고 연잎차와 연잎이동갈비, 연꽃잎차, 건강식품 등도 개발하여 판매하고 있다. ⓒ 변영숙

군내 면사무소에서 한적한 시골길을 10여 분 정도 달리면 명산리에 닿는다. 차창 밖으로는 전형적인 농촌 풍경이 펼쳐진다. 이윽고 도착한 마을 어귀에는 '범죄 없는 마을 명산리'라고 적힌 커다란 표지석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버스 정류장에 붙어 있는 포스터가 '연꽃마을'임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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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울미연꽃마을'. - ⓒ 변영숙

그런데 인적이 없다. 마을회관도 굳게 닫혀 있다. 날은 어두워지는데 연꽃단지는 어디일까. 마침 회관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나온다. "저기 여기 연꽃단지가 있다고 하던데요. 어디로 가면 되나요?" 아주머니가 손가락으로 앞쪽을 가리키며 말한다.


"저쪽이예요. 근데 연꽃은 아직 없어요."


그리고는 순식간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무엇에 홀린 것 같다. 혹시 연꽃 낭자? 아주머니가 일러준 방향으로 천천히 발길을 옮긴다. 빗방울이 한두 방울씩 떨어진다. '이런. 연꽃은 화창한 날 봐야 제맛인데.' 그러고 보니 시간도 너무 늦었다. 벌써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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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울미연꽃마을'. 논을 개조해 연꽃단지를 조성했다. ⓒ 변영숙

거의 동시였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과 내 시야에 연꽃이 들어 온 것이. 꼭 빗방울이 마법을 건 것처럼 연꽃 물결이 눈앞에서 일렁인다. 날은 어둡고 빗방울까지 오락가락했지만 굳이 피고 말겠다는 꽃까지는 말릴 수 없었나 보다. 분홍빛 연꽃 몇 송이가 활짝 피어 있었다. 활짝 열어젖힌 연꽃들이 꼭 어둠을 밝히는 연등 같다. 어두워지면 꽃잎을 닫아야 하는데 어쩌자고 이리도 곱게 피어난 것인지. 심성이 나쁜 사람이라도 나타나 해코지라도 하면 어쩌려고.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결 따라 커다란 연잎들이 한바탕 이리저리 일렁인다. 바람을 음악 삼아 왈츠라도 추고 있는 것일까. 연잎 위로 빗방울이 맺힌다. 연꽃이 이리도 고왔던가. 새삼 연꽃의 자태에 반한다. 또로록 말린 연잎도, 이파리 사이로 몸을 감춘 봉우리들도 그지없이 우아하다. 혹시 여기가 연화세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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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울미연꽃마을. - ⓒ 변영숙

연꽃의 일렁임 너머로 산 하나가 우뚝 솟아 있다. 옛날 포천시의 진산으로 여겼던 수원산이다. 해발 700m가 넘는 제법 높은 산이다. 그 앞쪽으로는 애비 앞에 줄 맞춰 선 자식들처럼 고만고만한 산들이 봉긋봉긋 솟아 있다. 꽃배산, 보머리산이라고 불린다. 산골짜기에서 바람이 불어오면 앞쪽의 작은 산들이 울었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 이름도 '명산리'이다. 울명, 뫼산. 순우리말로 '울미'라고 한단다. 산이 우는 마을이라니. 마을이름의 뜻을 알고 보니 괜시리 살짝 슬퍼지려고 한다.


명산리는 고성 이씨의 집성촌이다. 마을에는 창주 이성길의 사당이 있고, 지금도 주민들은 산신제를 지낸다고 한다. 여전히 고성 이씨가 많다. 그들이 언제부터 이곳에 자리를 잡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고성 이씨들이 벼농사와 옥수수 농사를 지으며 지켜온 마을인 것만은 확실하다.

마을 주민들이 함께 이룬 '마을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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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울미연꽃마을'. 다목적 체험관 '연화정'- 현재 코로나 19로 체험관은 개점휴업상태다. ⓒ 변영숙

마을 주민 100여 명이 뜻을 모아 마을 기업을 설립했다. 조상 대대로 일궈왔던 논을 내놓아 못을 만들고 연꽃단지를 조성했다. 모두 7000여 평 규모다. 숙박시설과 다목적 체험관 '연화정'을 지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연잎밥 만들기, 연근 캐기, 자연 공예품 만들기, 연씨 발아 생태학습, 연잎비누 만들기 등 다양하다. 연잎으로 만든 고급차와 건강식품도 개발했다. 마을을 찾는 손님들에게는 연잎을 넣은 연잎이동갈비와 연잎 물냉면 등을 선보였다.


SNS를 통해 '울미연꽃생태마을'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TV방송과 다른 매체들에도 소개가 되었다. 체험을 원하는 개인과 단체들도 늘어났다. 연꽃을 즐기려는 여행객들과 사진가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고령자들만 있던 마을에 외부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생기가 돌기 시작했고 소득 증대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2017년에는 포천의 숯골마을, 교동장독대마을, 지동산촌마을, 도리돌마을, 비둘기낭마을과 함께 농촌자원을 활용한 농촌체험마을 6곳 중의 하나로 선정되었다. 2018년에는 특수상황 지역 개발사업 최우수마을로 선정되어 대통령상까지 수상했다. 모두 마을 주민들이 하나된 마음으로 노력한 덕이다. 무엇보다도 젊은이들이 떠나간 적막한 마을에 활기가 생기고 공동체 문화를 다시 꽃피우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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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울미연꽃마을' 명산저수지. - '울미연꽃마을'은 생태체험마을로 연꽃 구경은 물론이고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 변영숙

올해는 코로나19로 체험관은 개점휴업 상태지만 연꽃은 벌써 활짝 피어 손님맞이를 하고 있다. 바야흐로 연꽃의 계절이다. 활짝 핀 연꽃들을 보려면 지금 당장 포천 울미연꽃마을로 달려가야 한다.

울미연꽃마을(명산리)

  1. 주소 : 포천시 군내면 명산리 219-2(꽃배산길86)
  2. 문의 전화 : 070-4221-9988
  3. 홈페이지 : www.포천울미연꽃마을.com

변영숙 기자(rupai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