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소원의 고백에도... '아내의 맛', 대체 왜 이러나

[연예]by 오마이뉴스

[리뷰] TV조선 <아내의 맛>, 자극적인 에피소드에 시청자들도 '불편'


TV조선 <아내의 맛>은 종편 예능을 대표하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유명 연예인-셀럽 부부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관찰 예능을 표방하며 방송 이래 꾸준히 동시간대 시청률 선두를 고수할 만큼 화요 예능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의 개국공신이라고 할 수 있는 함소원-진화 부부는 방영 2년이 넘긴 지금도 꾸준히 고정출연하고 있다.


<아내의 맛>이 초창기에 인기몰이를 할 수 있었던 데는 함소원-진화 부부(함진 부부)의 역할이 컸다. 한중 국제커플에다가 무려 18살 차이 연상연하라는 독특한 배경이 주는 화제성에, 오히려 자식 부부보다 더 예능감 넘치는 캐릭터로 시선을 강탈한 중국 파파-마마의 시부모님 '케미'까지. 한국과 중국의 다른 문화-세대차이에서 오는 예측불허의 해프닝 등이 웃음을 자아내며 <아내의 맛>이 성공적으로 자리잡는데 기여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함진 부부의 에피소드는 유쾌한 웃음이나 공감대는 부쩍 줄어든 대신, 어수선하고 불편한 소동극의 여운만 남기고 있다. 부부싸움, 고부갈등, 시부모간의 언쟁이나 모자간의 다툼에 이르기까지, 한 주가 멀다 하고 가족 간의 갈등과 분쟁을 그려내는 자극적인 에피소드가 방송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사람이 살다 보면 항상 좋은 순간만 있을 수 없다. 결혼생활이나 가족관계라도 다툼이 있고 갈등도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아내의 맛>에서 가족 내부의 갈등과 트러블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이 유독 함진네 가족에게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비슷한 다툼이 반복되며 시청자들도 공감보다는 피로감을 더 느끼고 있다는 점, 그로 인해 출연자의 이미지에 미치는 악영향이 계속 누적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관찰예능은 타인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호기심과 대리만족의 욕망에 기반하고 있다. <아내의 맛>에서는 그동안 연예인-스포츠스타-정치인 등 다양한 분야의 셀럽들이 출연했지만, 함진네 가족만큼 장기 출연하며 결혼-출산-육아-이사 등 내밀한 가정사를 속속들이 보여준 커플은 없었다.


물론 방송의 서사에 필요한 갈등 구도를 만들기 위해 억지스러운 설정이나 의도적인 편집으로 에피소드를 만들어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이해하고 보더라도 피로도가 높은 건 사실이다.


함진네 가족이 방영 2년을 넘기며 이미 보여줄 만한 레퍼토리는 다 보여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소재가 바닥난 장수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억지로 이어가려다 보니 에피소드는 점점 자극적이 되어가고, 보는 사람들은 갈수록 불편해질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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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한 장면. ⓒ TV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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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한 장면. ⓒ TV조선

함진네 가족 에피소드, 불편한 다툼으로 귀결

28일 방송된 108회 에피소드가 대표적이다. 진화의 모친인 중국 마마의 생일파티에서 모자가 언쟁을 벌이는 모습이 등장한다. 진화는 최근 건강문제로 수술까지 받았던 마마가 의사의 권고도 무시하고 음주를 즐기는가 하면, 남편인 중국 파파의 연락은 잘 받지도 않고 한국인 친구들과 놀기 급급한 모습에 서운함을 드러낸다. 진화는 마마에게 "이럴거면 엄마를 케어할 수 없다. 차라리 중국에 가 버리라"고 화를 내자 마마도 "네가 뭔데 날 관리하냐, 내가 못 갈 것 같아?"라고 응수하며 물건을 걷어차고 밖으로 나가버린다.


함진네 가족의 에피소드가 최근 들어 불편한 다툼으로 귀결되는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한 주 전에는 함소원과 진화 부부가 육아 문제를 두고 성격 차이로 심한 언쟁을 벌이는 모습이 방송되기도 했다. 다른 출연자들처럼 해프닝이 어떻게 수습되는지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그저 다투는 모습만 남기고 그대로 에피소드가 끝나버리는 경우도 많다.


특히 함소원은 <아내의 맛>에 출연한 이후 지속적으로 악플에 시달리고 있는 있음을 여러 차례 고백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어쩌면 함소원은 이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자인 동시에 피해자라고도 할 수 있다.


자신의 사생활을 대중에게 노출해야 하는 관찰예능에 출연해 인기를 얻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만큼 방송 이미지로 인한 논란과 안티팬들이 늘어나는 부작용도 감수해야 한다. 함소원처럼 악플을 초래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매주 또다시 똑같은 프로그램에서 불편한 개인사 공개를 감수하며 대중의 시선을 끌어야 한다는 아이러니는, 그야말로 뫼비우스의 띠처럼 결론이 나지 않는 악순환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아내의 맛> 제작진과 함진네 가족은 이런 역할로 프로그램에서 계속 소비되는 것이 맞는 일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제작진은 방송에 비치는 출연자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남게 될지 최소한의 배려와 책임감을 가지고 생각해야 한다.


이준목 기자(seaoflee@naver.com)

2020.07.31원문링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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